인터뷰 - 김영광 SK University 교수

<월간 인재경영>은 세상의 속도에 맞춰 리더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리더십 대가를 통해 배우는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코너를 신설한다. 포춘 500대 기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십 전문기업 DDI의 한국지사(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가 꾸려가는 코너로, 첫 주자는 리더들의 리더로 통하는 SK-my SUNI의 김영광 교수다. 김 교수는 시대를 관통하는 리더십에 대해 ‘목적이 이끄는 리더십(Purpose Driven Leadership)’이라고 요약하며, 투명하고 명확한 목적 아래 발상의 전환을 가능케하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일을 찾아 맡은 바 미션을 해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시, 통제가 아닌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역할 중심 리더십을 강조하는 김 교수와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S: SK Chem에 입사, SK-Telecom, SK E&S, SKInnovation, SK-USA까지 34년간 SK의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전략기획, 마케팅, 신규사업, 글로벌 사업 등 양 손으로는 꼽을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 직무를 경험했습니다. 능력 이상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고, 현재는 SK-University(my SUNI)에서 후배 리더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S: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기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늘 새로운 미션을 해내야 하니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에 와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며 어려움을 느끼는 시간도 많았지만 그러한 도전적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이 되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줬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my SUNI의 교수로서 다시 후배들에게 내가 가진 경험, 노하우를 환원할 기회까지 주어진 것도 특별한 경험으로, 개인적으로 ‘리더십’을 주제로 계속해서 필요한 퍼즐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회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S: 본 코너에 첫 주자로 교수님을 모신 것도, 여러 산업군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뿐만 아니라 80년대부터 2022년 현재까지 현업에서의 변화를 몸소 경험한 국내 몇 안 되는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성장과 확장, 집단과 획일이 강조되었던 80년대, IMF의 혼돈을 겪은 2000년대, 또 지금은 AI, 로보틱스와 같이 invisible asset이 중요해진 시기인데, 이를 관통 하는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말씀하신대로 그동안 Biz Model도 바뀌고, up-down을 겪으며 조직도 바뀌었고, 조직이 필요한 사람 또한 바뀌었지요. 저도 이를 겪으며, ‘바뀌지 않아야 할 것과 바뀌어야 할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끝없이 밀려드는 변화의 파도에만 대응하다 보면 본질에 대한 초점을 잃고 결국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을 바꾸거나 진짜 바뀌어야 할 것을 안 바꾸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붙들고 있어야 할 것과 꼭 바꾸어야 할 것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 특히 리더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S: 리더는 바뀌지 말아야 할 것과 바뀌어야 할 것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씀에 십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과 같은 예측이 어려운 시기에 리더십은 명확히 이것이다! 라고 자신 있게 제시하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요.

김: 저도 오랫동안 그 부분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해답을 ‘목적이 이끄는 리더십’에서 찾았습니다. 우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해서 여러 상황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무기를 꺼내는 것이 맞지?’, ‘내가 하려는 것이 무엇이지?’를 스스로 물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최초에 세웠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내게 얼마나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는지에 따라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더 자명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도시가스 대표였을 때의 일입니다. 업의 특성상 제일 중요한 것이 안전입니다. 즉, 파이프라인에서 가스가 새는 일이 없도록 노후되기 전에 교체해야 해 얼마나 자주 파이프라인을 검사할 것인지 또는 몇 년 주기로 파이프라인의 변형이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이 공중에 달려있거나 땅속이나 물속에 있는 경우는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이지 않는 배관들은 노후가 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주기가 되면 무조건 교체를 하는 메뉴얼이 있었는데요, 비생산적이라고 판단, 팀장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을 제시했습니다. ‘AI와 디지털화를 통한 안전 추구’라는 도시가스의 큰 목적을 알려주고 이의 해결을 위한 목표는 각자의 숙제로 주었습니다. 당시 도시가스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일본으로 건너가 선진시스템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해당 분야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할 방법을 익히게 했는데요, 실제 이를 통해 다양한 아웃풋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드론의 활용입니다. 드론을 활용하여 다리 위나 아파트 상공에 있는 파이프의 사진을 다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열 감지 카메라도 함께 활용을 하였고요. 배관 속을 검사할 때는 로봇이 지나가면서 촬영하는 방법도 쓸 수 있게 되었지요. 이전에는 도시가스 검침원이 집에 방문해 수기로 기록했다면, 지금은 사진을 찍어서 그 이미지 데이터를 숫자 데이터로 바꿀 수 있습니다.

S: 좋은 예시네요. 만일 그때 목적이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았더라면 드론이나 로봇의 활용은 생각지도 못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김: 그렇습니다. 일하는 목적을 제시하고 목표는 팀장들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주문했기에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SK에서는 ‘SUPEX’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치를 설정해서 도달해 보는 수퍼 엑설런트의 약자로, 이는 쥐어짜는 것이 아닌 발상의 전환을 의미합니 다.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개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입니다.

S: 하는 일의 목적을 정확히 알 때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말씀 십분 공감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할 수 있는 최상의 목표를 정했다가 이루지 못하면 어쩌지? 혹은 번아웃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합니다.

김: 네, 그것은 우리가 목표를 정할 때 늘 해오던 방식대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거에 했던 기준에서 얼마를 더할 것인지로 목표를 정합니다. 평가도 그렇게 하고요. 그러면 절대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죠. 저는 조금 다르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우선 챌린지 과제라는 변별력을 만들어 두고, 그것을 더 많이 하는 구성 원들에게 가점을 주었어요. 그러니 직원들이 루틴한 일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찾아서 하게 되더군요.

S: 높은 목표 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무엇을 시도했고, 몰두하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김: 맞습니다. 그래야 일할 때 행복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스스로 정말 열심히 일했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을 하는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장 행복했던 때가 바로 내가 온전히 몰입하고, 최선을 다할 때, 가장 열심히 일했던 순간입니다. 우리 SK에서는 이것을 ‘VWBE(Voluntavily Willingly Brain Engage)’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하여 몰두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이 기억하는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S: VWBE 상태는 세상 모든 리더가 꿈꾸는 조직의 모습일 것같은데요, 이렇게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가 높은 조직문화는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고, 정말로 구성원들이 행복을 느껴야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김: 한때 슬로건 문화가 있었지요. 우리가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문화 안에 있을 때는 주로 슬로건을 활용했어요. 좋은 슬로건만 찾는 거예요. 그것도 공모해서 말이죠. 곳곳에 붙이고 “VWBE 하자!”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액자 속에 갇힌 구호로 끝난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압니다.
저의 노하우라고 한다면, 저는 상위 리더들에게는 의사결정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합니다. 너무도 당연히 어느 정도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팀장들이 제일 괴로워하는 것이 위에서 시키는 건 많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극히 한정적일 때입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자율 권을 보장해 주면 변화는 일어납니다.

S: 끝으로 인재경영 독자들과 후배 리더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김: 먼저,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만의 퍼즐조각을 만드는 것은 시도 자체에 있지, 성공률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경험에서 나오는 퍼즐조각이 나만의 보물상자가 되는 것을 제가 직접 경험했으니, 믿음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길 바랍니다.
다음은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씀드 리고 싶습니다. 주변에 번아웃 상태로 퇴임하는 임원들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당분간 몇 년은 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게 몇 년 휴식기를 가지게 되면 다시 사회 복귀가 어렵습니다. 저는 스스로 다짐합니다. 나는 건강, 지적 능력, 경험치가 그간의 인생 중에 최상의 상태일 때 은퇴하겠다고요. 요즘 구성원들이 자신이 케어받기를 원하듯이, 리더 본인들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가꾸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행복을 매일매일 가꾸어 나갈 때 더 멋진 내일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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