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경험’이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가치
작은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 구축이 관건

“‘직원 경험’을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가치로 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HR 본부를 Employee Experience 본부라고 부릅니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사원의 일성이다. 진 대표사원은 “일찍이 유한킴벌리는 인간존중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더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직원 경험 형성에 집중해 왔다”며 “아직까지 국내 기업에서는 직원 경험을 위한 활동이 생소하지만 유한킴벌리에서 보편적 언어로 자리 잡고 필요한 활동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직원 경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분위기가 바탕이 됐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큰 성공은 수십 번의 실패가 쌓인 뒤에야 온다”고 경험담을 덧붙였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조직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유한킴벌리의 어제와 오늘을 대신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지속 성장하는 조직의 비결과 더불어 급변하는 환경 속 리더십은 어떻게 새로고침 돼야 하는지 들었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사원(왼쪽)과 스테파니 남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혜리 기사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사원(왼쪽)과 스테파니 남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혜리 기사

스테파니 남(이하 S): 소비자의 기호나 소비행태의 변화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시장이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소비재) 산업입니다. 유한킴벌리에서 32년간 근무하시면서 생활 패턴의 변화를 몸소 경험하셨을 텐데요, 지난 시간의 패러다임 변화를 정리해 주신다면.

진재승(이하 J): 그간 크고 작은 변화를 두루 경험했지만, 최근의 변화만큼 단 기간에 큰 변화는 처음인 듯합니다. 크게 인구통계학적 구조 변화, 구매방식의 변화, 팬데믹에 따른 변화의 속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먼저 출생아 수 감소와 시니어 인구 증가로 인해 소비자의 인구통계학적 구조(Demographic)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실제 우리의 주 고객층도 영유아에서 이제는 시니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구매 방식의 85% 이상이 이커머스(e-Commerce)화 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세 번째는 이 모든 것이 예상에 없던 팬데믹(Pandemic) 변수로 더욱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2019년도부터는 출생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고객 주체가 유아에서 시니어로 바뀌고 있는 것이 우리 산업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입니다. 참고로 일본이 ‘골드 크로스’라고 해서 시니어케어 사업이 베이비케어 사업을 앞지른 것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입니다.
우리나라도 2060년에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시니어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으로, 현재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성에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유한킴벌리가 사업을 시작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FMCG 산업의 동향을 살펴본다면, 1980년부터 1990년대의 FMCG 기업들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야 할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후 2000년대부터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로 들어온 시기로, FMCG 기업들은 이들과 경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앞서 언급했듯 저출생, 이커머스로의 변화가 팬데믹을 만나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비자 구매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부연하자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커머스 비중이 높아졌고, 현재는 유아동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상품의 90% 정도가 이커머스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부터는 팬데믹까지 겹쳐 이런 변화에 가속이 붙었고,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중국 이외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끊임없이 겪고 있는 분야가 바로 우리 FMCG 산업입니다.

S: 말씀하신 대로 최근의 변화 속도나 규모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십도 다를 것으로 보는데요.

J: 최근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며 ‘중요한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랜선이나 팀즈, 줌 등으로 늘 연결돼 있지만, 그래도 대면간 소통처럼 감정까지 전달하기는 어렵고, 특히 협업이나 창조적인 일을 할 때 있어서 비대면 환경은 제약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소통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이런 상황에서는 시대적인 변화를 따르거나 또는 한 발 더 나아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변혁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변혁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면 우리는 좀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S: 소통의 리더십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대표님의 소통 방식이 궁금합니다.

J: 기업 경영에 있어 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직원들과 어떻게 하면 격의 없는 소통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직원과의 1대 1 소통’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현재 전 직원 1,500여명 중 535명과 소통을 한 상태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값진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직원 가족의 이야기부터 업무에 대한 고충, 회사의 미래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소통을 하는 채널이 몇 가지 더 있는데요. 경영진과는 ‘Business Talks’, 중간관리자 혹은 Emerging 사업 및 신사업 팀과는 ‘Action Talks’ 그리고 MZ 세대들과는 ‘Future Talks’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와 하는 Future Talks의 주제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등입니다. 최근에 화두가 되는 것들을 회사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다루고 있어, 좋은 아이디어는 경영진과의 소통 채널인 Business Talks 시간에 MZ 구성원을 초대해 듣기도 합니다.

S: 20명으로 시작해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두고 후보군을 찾는 Succession Plan 프로그램이 유명합니다. 이전과 비교해 후보자의 어느 부분을 주의 깊게 살피는지 궁금합니다.

J: 있는 그대로 말씀을 드리면, 과거 10년간 유한킴벌리는 성장이 다소 정체돼 있었습니다. 저출생이라는 데모그래픽의 영향이 크고,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았던 게 주요 원인인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인재인지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S: 시도를 멈추지 않는 도전적인 인재는 육성도 필요하지만, 채용단계부터 이 부분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신입사원 채용도 직접 챙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느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J: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취임사에서 이야기했던 자전거 타기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데요. 잘 아시는 대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발을 움직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새로운 길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바로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기업 또한 안정을 추구하면 이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인지를 바라보는 기준은 신입사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 내 핵심인재를 바라보는 기준과 같은 맥락으로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인재, 실패를 털고 쉽게 일어설 수 있는 인재인지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정을 추구하는 인재보다 도전적 인재를 더 뽑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S: HR 부서명이 Employee Experience 본부입니다. 최근 화두인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높여 직원 몰입을 장려하기 위한 일환일 텐데요, EX 본부로 바뀌며 회사가 얻게 되는 이점이 궁금합니다.

J: 유한킴벌리는 성과평가 시에도 성과가 아닌 “당신의 경험(Experience)를 리뷰해 봅시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직원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의 주체는 구성원입니다. 따라서 구성원 스스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주도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패나 실수의 경험도 성장 경험의 일부분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구성원이 회사를 떠난다 할지라도 개인에게는 오롯이 남는 것으로 이렇게 본인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비단 개인의 성장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조직도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이것이 조직이 얻는 이득(Benefits)이라고 봅니다.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하도록 독려해 주는 것이 바로 리더와 회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S: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병존했을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성공담, 실패담을 말씀해 주신다면.

J: 실패한 것부터 이야기할까요? 성공한 것부터 이야기할까요?(웃음) 신사업의 경우 1~2년 내 포기한 사업들이 참 많습니다. 반면 크게 성공한 사업들은 작은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개선, 보완해 나가며 완성도를 높여갔기에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실패한 사례를 먼저 이야기한다면 ‘베이비 라운지 웨어(Baby Lounge Ware)’라고 아기들이 잠깐 외출할 때 입을 수 있는 평상복을 시도했다가 빠르게 접은 것이 생각납니다. 당시 플래그십 스토어를 5곳까지 둘 정도로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생각만큼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일본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것 등 한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실패한 경험이 많습니다.
성공한 사례는 전체 유아 기저귀 쪽 사업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친자연 프리미엄 제품 ‘하기스 네이처메이드’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제품 또한 15년 전 처음 출시될 때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친환경 제품에 고급화 전략을 가져가며 기대가 컸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다지는 노력을 계속했기에 현재의 하기스 네이처메이드가 존재합니다. 
유한킴벌리 직영몰 맘큐(momQ) 또한 시작할 때는 우려가 컸습니다. 직접 판매채널인 D2C(Direct to Customer) 모델을 운영하는 것이 처음인 데다 플랫폼을 활용한 시도는 제조업체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판매채널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제품 구매 채널의 기능을 넘어서 부모들이 아기를 돌보고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와 커뮤니티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육아에 관한 상품은 물론 유용한 콘텐츠가 모두 들어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엄빠’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반추해 보면, 뭔가를 해보겠다고 시도하고 나서 후회한 적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해보지 않은 것이 후회로, 아쉬움으로 많이 남습니다. 지금 이 나이쯤 되니 실패한 경험이 그저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크게 깨닫습니다.

S: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의 변화도 소비자의 기호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혼란의 시기, 인재경영 독자인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해주신다면.

J: 저출산으로 유아의 수가 7~8%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유아동 사업은 7~8%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특히, 리더의 마인드셋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려운 시장 상황과 악조건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혹은 그저 순응할 것인지, 어느 한쪽으로 마음을 결정하는 순간, 결과도 그것과 동일한 방향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기에는 순응이 아닌 도전을 선택하고 성장 경험을 추구하는 리더들이 어느 조직에서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포춘 500대 기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십 전문기업 DDI의 한국지사(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가 꾸려가는 코너입니다. SNA-DDI는 45년간 리더십 분야만을 연구해 온 DDI의 노하우가 함축된 리더십 역량사전(Competency Library)을 표준 삼아 우리 기업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