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성장의 힘, 기본은 ‘기술력’ 핵심은 ‘조직문화’
키워드는 'Care and Empowerment'

세계적인 기업들 사이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남들이 쉬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기술력에 더해 창의, 혁신을 가능케 하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경영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에 장비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ASML의 성장 비결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우경 ASML 코리아 대표 또한 ASML이 당당히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기본은 유일무이 ‘기술력’, 핵심은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능케한 말랑한 ‘조직문화’가 있다고 설파했다. 구성원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며 조직문화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ASML 코리아의 이우경 대표를 만났다.

이우경 ASML 코리아 대표(왼쪽)와 스테파니 남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이우경 ASML 코리아 대표(왼쪽)와 스테파니 남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스테파니 남(이하 S): 독자들을 위해 먼저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우경(이하 L): ASML의 한국 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이우경입니다.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노광장비기업으로, 2022년 기준 노광장비 시장에서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n나노대의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이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ASML 한 곳뿐입니다. 참고로 이 모델은 대당 2000억이 넘는 초고가 장비로 삼성전자가 우리 ASML의 고객입니다.
개인적인 이력을 덧붙인다면, 1988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노벨러스, ASML 글로벌 하이닉스 담당, ASML 본사 세일즈, ASML 글로벌 삼성 담당 등 36년간 반도체 산업에서만 경험을 쌓았습니다. ASML과의 인연은 2009년부터로 올해로 근무한 지 14년이 됐고, 사장으로 취임한 지는 3년이 되어갑니다.

S: 반도체 산업에서만 36년 근무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큰 변화를 떠올리신다면.

L: 반도체 업계는 매일매일이 큰 변화입니다. 하루하루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만큼 다이내믹한 산업도 드물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큰 변화라 하면, ASML의 미세 공정에 대한 기술력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이 기술력은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이 큰 변화였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반도체 공정에 대해 잠깐 소개하면, 반도체는 크게 5대 공정이 있습니다. ASML은 그 중 포토(photo)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로, 현재 이 부분 시장점유율이 85% 이상입니다. 극자외선 장비는 기존의 DUV(Deep Ultra Violet)보다 훨씬 더 미세한 공정을 만들 수 있는 장비로, 현재 7나노미터를 넘어, 3나노미터 심지어 1나노미터의 패턴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기술력은 ASML이 20년 이상 R&D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하였기에 가능한 결과물로, 이 분야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 타사의 장비가 보통 30억~50억 내외로 거래되고 있는 반면 ASML의 장비는 700억~2000억 사이에 거래될 정도로 기술력의 차이가 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이 우리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인센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S: 일선에 계신 입장에서 반도체 산업 전망,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L: 반도체 산업은 지난 3년간 최고의 호황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보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중국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공급망이 완전히 바뀌고 있고, 이에 더해 인플레이션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S: 유사한 장비를 개발, 서비스하는 기업들과 구별되는 ASML의 특별함이 궁금합니다.

L: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의 장비는 초고가로 즉, 고객의 기대치 또한 굉장히 높습니다. 따라서 고객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장비 유지/보수에 대한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상황에 맞춰 단계별 서비스 제공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요.
1단계는 현장에서, 2단계는 데이터 분석으로, 3단계는 GSC(Global Solution Center)에서 진행하며 3단계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본사 D&E(Development & Engineering)팀과 연계한 4단계 과정을 밟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 ASML의 경쟁력으로, 브랜드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같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는 결국 직원들에게서 나옵니다. 전문성과 기술을 두루 갖춘 인재를 유지하고 나아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으로 즉, 큰 맥락에서는 일하고 싶은 일터를 구축하는 것이 경영 현안입니다. 물질적인 보상뿐 아니라 MZ 세대가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채용과 온보딩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엔지니어를 채용한 후 1년 반 동안 교육을 진행하여 현업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는 인재 확보에 대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ASML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조직 전체 직원 2000여 명 가운데 MZ세대 비중이 80%에 육박한 상황을 고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더 출근하고 싶은 회사,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위한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S: 대표이사로 취임하신 지 3년이 되어갑니다. 취임 이전과 비교해 ASML의 문화를 진단하신다면.

L: 취임할 당시 ASML의 기치는 “Jump into New Era”로 시장과 수요의 확대에 대한 준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현재는 “Care & Empowerment for New Era”로 구성원 간 서로를 이해하는 보다 따뜻한 조직문화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러한 방향성 아래 top-down보다는 직원들 스스로가 어떻게 하면 더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원 자체기구인 GPtW(Great Place to Work)를 통해 회사생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와 액티비티가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임직원 성장을 위해서도 ASML Korea University를 신설, 장비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반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양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보다 많은 직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보다 따뜻한 조직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S: 핵심인재의 업무 몰입을 높이고 Retention을 높이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공유해 주십시오.

L: 핵심인재의 업무 몰입을 높여 Retain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글쎄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소수의 핵심인재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수의 구성원을 살피는 쪽에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나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 세대 비중이 조직 과반을 넘어선 상황이니 만큼 일부 핵심인재보다는 다수 구성원을 살피고 챙기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직원들이 회사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듣고 이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S: 예전과 다른 리더십 챌린지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리더십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L: ASML 코리아에도 KMT(Korea Management Team)가 있습니다.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각 분야의 매니저들로 구성된 팀으로, 이 조직에는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서로의 의견에 challenge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합니다. 이러한 challenge 문화를 장려하는 이유는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리딩해야 하는 대상에도 큰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매니저들, 특히 최근 새롭게 매니저가 된 분들은 예전과는 많이 다른 팀원들을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저희의 ASML Product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가 올라가면 갈수록 고객의 요구는 더욱 증가하고 있기에 이 속에서 매니저들은 더욱 어려운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리더들에게 기대하는 역량이라 하면 Challenge, Collaboration, Care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역지사지 자세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입니다. 이렇게 역지사지를 실천하고, Collaboration과 Care를 추구하다 보면 보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낚시가 취미로, 혼자 낚시를 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사안을 곱씹다 보면 몇몇 경우는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리더에게 역지사지 자세는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한 뒤로는 Voice of Employee 미팅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추가로, 지금의 MZ세대는 리더의 업무 능력뿐 아니라 리더의 행동, 성품을 보면서 진심으로 닮고 싶고 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몸을 움직이는 세대입니다. 즉,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하고 소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들과의 공감대를 높여 나가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십 전문기업 DDI의 한국지사(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가 꾸려가는 코너입니다. SNA-DDI는 45년간 리더십 분야만을 연구해 온 DDI의 노하우가 함축된 리더십 역량사전(Competency Library)을 표준 삼아 우리 기업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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