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브라이언 윤 애로우 일렉트로닉스 한국 총괄 대표
리더십 키워드는 ‘적응력(Adaptability)’

한 해를 마무르는 12월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을 꺼내 들지만 올해만큼 어려웠던 해가 또 있었나 싶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사태에 더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미·중간 갈등 심화 등으로 기업을 둘러싼 외부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더욱이 내년도 경제 상황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내년도 사업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2023년 사업 방향을 세우고 준비해야 하는 지금, <인재경영>은 전자부품 유통업계의 글로벌 리더인 애로우 일렉트로닉스(Arrow Electronics, 이하 애로우)의 브라이언 윤 한국 총괄 대표를 만나 기업경영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이트를 청했다.
브라이언 윤 대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기업은 변수에 대비한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이는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고 표용하는 조직문화와 직결되는 이야기로, 이제 기업은 창의, 혁신이 발현되는 말랑한 조직문화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에 대한 존중, 포용이 경영 중심에 있다면 지금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하는 브라이언 윤 대표와의 만남을 들여다본다.

스테파니 남(이하 S): 독자들을 위해 애로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브라이언 윤(이하 B): 애로우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둔 전자부품 및 기업용 컴퓨팅 솔루션 유통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현재 전 세계 90여 국가의 수많은 기업이 우리가 공급하는 제품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애로우는 반도체 시장 내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 및 종류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명실공히 글로벌 탑티어로 미국 경제전문지 Fortune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0대 기업’에도 25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고, 올해는 104위에 랭크됐습니다.

S : 애로우의 주요 사업과 함께 전자부품 및 기업용 컴퓨팅 솔루션 유통 분야의 현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B : 구체적인 사업 소개에 앞서 먼저 전자부품의 유통 정도로 인식되는 Global Distributor 산업으로는 우리의 사업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산업군에 있는 업을 가리켜 대리점, Ag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가 하는 사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애로우가 추구하는 전자산업에서 Distribution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우리 생활에서의 차이를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보다 쉽게 설명하면 애로우는 공급사의 기술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일뿐만 아니라 고객사나 공급사가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찾아주는 일 등 현재 활용 가능한 기술을 최대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현안이라 하면,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의 위기와 Supply Chain Disruption 이야기를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구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녹록지 않은 경영 여건으로 원활한 공급망(Seamless Supply Chain), 공급망의 효율성(Supply Chain Visibility) 측면에서 이슈가 있지만, 애로우는 그간의 오랜 경험과 변수에 대비한 여러 플랜이 준비돼 있어 크게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애로우는 현재 어떠한 복잡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고객의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S : 애로우 홍콩에서 시작, 애로우 아시아 여러 국가를 총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로우와는 어떤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B : 국내 대기업에서 10년 가까이 경험을 쌓다 좀 더 큰 시장에서 일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글로벌 역량 개발이 우선이라고 판단, 여러 글로벌 MBA 코스를 알아보다 홍콩과학기술대의 MBA Global Full Time Course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정을 마칠 즈음해서는 덴마크 기업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게 됐는데요. 이때 홍콩에 있는 Arrow 아시아 본사와 인연이 닿아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S : 여러 나라를 총괄하는 지역관리자 역할은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 역할과는 다를 것입니다. 지역관리자로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입니까.

B : 팀을 리드하는 것과 문화와 생각이 다른 여러 나라를 이끄는 리더십은 비슷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비슷하다고 하는 부분은 주어진 여건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을 말하는 것입니다.

언어, 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지역관리자의 역할은 팀이나 조직 단위를 이끄는 리더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팀을 이끄는 경우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상당한데 여러 나라를 관리하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더 큰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에 늘 변수에 대비해 플랜 B, C 등 대안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글로벌 기업에서 지역관리자로서 커리어를 개발하길 원한다면, 가장 먼저 본인이 관리해야 할 시장의 언어, 문화, 비즈니스 모델 및 팀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글로벌 기업의 지역 대표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장 요구에 부합된 실행계획(Execution Plan)을 잘 세우는 것은 기본입니다. 더욱이 이런 시장 요구에 부합된 계획은 해당 마켓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제대로 된 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S : 지역관리자로 성장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과 비슷한 커리어를 개발하려고 준비 중인 분들께 조언하신다면.

B : 지역관리자로서 흔히 겪게 되는 어려움은 특정 지역의 문화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이전 성공 경험을 그대로 새로운 시장에도 대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당 마켓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목표만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몇몇 경우는 관리자의 이러한 실수가 해당 마켓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기도 합니다.

S :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리더십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본지의 독자인 기업 리더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B : 변수가 상수가 된 작금의 상황에서 리더는 무엇보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이른바 ‘적응력(adaptability)’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영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요구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기에 이러한 상황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전략을 내놓는 적응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여기에 리더가 구성원을 바라보는 자세로 존중(Respect)과 포용(Inclusion)도 주문하고 싶습니다. 존중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구성원을 고용인이 아닌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생각하는 것이고, 포용은 생각이나 이념이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조직은 결국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구성원을 존중하고, 포용할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조직이 급변하는 환경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대응하며 필요한 전략을 펼친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S : 지금의 위치는 남들과 다른 대표님만의 강점, 특별함이 만든 자리일 것입니다. 경쟁력이 되어준 대표님 개인의 장점과 더불어 실제 이러한 장점이 특별한 성과로 연결된 사례를 말씀해 주십시오.

B : 질문에 대한 답을 제 입으로 하기가 참 민망합니다만, 굳이 꼽는다면 ▲Open Mind ▲Understanding of Different Cultures ▲Equal & Fair to Everyone ▲Stay Focus on Our Goal ▲팔색조 리더십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업의 특성상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직원들과 회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종도 다르고 국가도 문화도 다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제각각입니다. 아시아인이 비슷하게 생겼어도 각국의 문화가 다르고 이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게 가져가야 하듯 서양 여러 나라도 비슷한 외모와 다르게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다른 배경과 다양성 사이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역 기업 고유의 조직문화, 조직원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타깃 시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6년여 시간 동안 Global Automotive 및 Global Strategic OEM팀의 일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 및 북미 팀과 공동으로 글로벌 전략 및 Regional 전략을 수립하고 각 지역에 맞게 리셋하는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다양한 직원들과 일한 것 같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아시아 지역에 맞는 지역적 전략과 더불어 국가별 실행 전략을 수립했었습니다. 당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크게 체감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S : 조직을 리드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조직원으로부터 아이디어, 전략을 ‘Buy-in’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가치체계를 가진 구성원들을 리드하면서, 새롭게 정한 경영 방침이 있을 것 같습니다.

B : 규모를 막론하고 기업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특히나 다양한 가치체계를 가진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는 최근의 상황에서는 더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합니다.

애로우는 직원들의 연령대가 상당히 넓게 분포돼 있는 편입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애로우 직원이라면 꼭 지니고 있어야 할 6가지의 핵심가치 ▲Ethical ▲Open minded and courageous ▲Result-oriented and accountable ▲One Arrow ▲Innovate ▲Customer-Centricity oriented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 핵심가치는 애로우의 인재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회사의 기본 가치를 기초로 리더십 문화 구축을 위해 무엇보다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직원들의 Why에 대한 명확한 해답 없이는 Buy-in을 얻기 힘든 시대입니다. 투명하게 소통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의사 전달이 정확히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일도 제가 챙겨야 하는 일로 이를 바탕으로 리더십 문화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S : 미래의 리더십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B : 지금의 조직을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의 조직과 비교해 봤을 때 많은 부분에서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부서장이 자장면 시키면 일괄 자장면으로 통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애로우 또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큰 가치로 삼고 이의 실천을 위해 5명의 장애인이 한국지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미래 리더가 우선 챙겨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십 전문기업 DDI의 한국지사(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가 꾸려가는 코너입니다. SNA-DDI는 45년간 리더십 분야만을 연구해 온 DDI의 노하우가 함축된 리더십 역량사전(Competency Library)을 표준 삼아 우리 기업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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