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최석환 히타치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

세계 곳곳이 폭염, 폭우, 폭설 등 기후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돼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른바 온난화 현상이 주원인으로,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인 탄소중립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로의 전환에 있다. 전력 기술 및 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히타치에너지가 풍력산업 등 신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석환 히타치에너지코리아 대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이행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추진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태양광은 현재 지을 수 있는 토지 자체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구축이 활발히 진행된 상태로 향후에는 해상풍력이 주류가 될 것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해상풍력 발전에 우리의 제품을 적용,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듯 우리의 혁신적인 기술이 탄소중립을 통한 에너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로의 발전’을 기치로 삼고 탄소중립적인 미래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데 필요한 기술에 역량을 모으고 있는 히타치에너지코리아를 찾았다.

최석환 히타치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왼쪽)과 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최석환 히타치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왼쪽)과 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스테파니 남(이하 S): 독자들을 위해 히타치에너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석환(이하 C): 히타치에너지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전력 기술 및 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현재 140여 국가가 우리의 제품과 기술, 설비를 활용해 에너지 산업의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90개국에 약 40,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히타치에너지는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로의 발전”을 기치로 삼고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가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세계의 에너지 시스템을 더욱 지속 가능하고, 유연하며, 안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요 몇 년 전부터는 고객 및 파트너와 함께 탄소 중립적인 미래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척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능케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S: 오랜 기간 에너지 산업에서 공력을 키워오고 계십니다. 미래 에너지 산업은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C: 전기는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중추가 될 것이며, 미래 에너지 산업은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자 시대적 요구인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 시스템 구축과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통한 환경 친화적인 솔루션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에너지, 재생 에너지와 같은 미래 에너지 자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력기술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혁신적인 기술이 탄소중립을 통한 에너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천케 하는 방안 중의 하나가 미래를 위한 에너지 네트워크로, 히타치에너지는 이미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해상풍력, 에너지 저장장치 및 증가하는 전기차, 전기버스, 전동차 등 대중교통의 지원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 있어서 히타치에너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초고압 직류전송(HVDC)을 통한 재생 가능 에너지의 송전이며, 이것은 발전회사가 재생 가능한 발전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망의 필수 요소입니다. 도시 및 지방에서 화석 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히타치에너지는 초고압 직류전송 기술의 세계적인 리더로, 전세계적으로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 자원으로의 전환을 가속하는데 히타치에너지의 기술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S: 미래 에너지 산업과 관련,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 분야 또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C: 히타치에너지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설비능력을 바탕으로 전력 기술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초고압제품, 변압기, 전력망 자동화 및 전력망 통합 등의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특히 바다 한 가운데 있는 해상 변전소에서 육상 변전소로 안전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은 국내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적인 기술입니다. 이는 히타치에너지가 ABB파워그리드 시절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계속해서 그 기술이 진보되고 있음에 따라 관련된 여러 사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해외 투자자, 국내 발전회사 및 국내 플랫폼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중으로, 국내의 발전회사 및 해양 플랫폼 기술과 히타치에너지의 변전소 기술을 접목한다면 국내 해상풍력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 전력 기술 및 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현안이 궁금합니다. 더불어 이에 대한 대책도 말씀해 주십시오.

C: ‘2050 탄소중립 에너지 시스템’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력 시스템의 강화가 가속화돼야 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탄소중립적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연구, 기술 구현, 비즈니스 모델, 투자 및 정치/규제 프레임워크와 같은 파트너십 관점에서의 새로운 작업 방식이 요구됩니다.
앞서 언급한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해상플랫폼과 윈드터빈뿐만 아니라 해상변전소 건설 등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많은 금액을 투자해 생산한 전기를 최대한 손실 없이 육지로 안전하게 송전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고 관리, 제어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이 고객이 당면한 큰 과제이며 목표로, 이는 그간의 히타치에너지가 전 세계 각지에서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이와 함께 디지털, AI로 요약 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존 히타치의 IoT 플랫폼 LUMADA 솔루션과 통합해 디지털화된 자산관리 시스템을 공급하는 데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S: 추가로, 전력 기술 및 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이해관계자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하신다면.

C: 세계는 지금 탄소중립을 위해 석유, 석탄 등의 1차 에너지 대신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 이슈이고 과제입니다.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의 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넘어 BANANA(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현상이 팽배해 있습니다. 즉, 이에 대한 솔루션을 기업에만 요구해서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고민하고 협조하며 일관된 정책을 펼쳤을 때 해결 가능한 것으로,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 철폐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주지하는 대로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시대입니다.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대규모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또 모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잠깐의 정전이 파장을 일으켜 큰 피해로 연결되는 세상입니다. 국내/외 전기 관련 기업이 필요하면 협력하고 기술제휴를 통하여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한국의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입니다.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성과 위주의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미래 지향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S: 일하고 싶은 조직문화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키고 싶은 문화와 더불어 개선하고 싶은 문화를 말씀해 주신다면.

C: 우리는 전력 에너지 산업계를 리딩하는 GE나 지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Top 전력기업입니다. 실제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곳으로, 국제 감각이나 관행에 젖지 않는 실용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절차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특히, 직원들의 로열티(Loyalty)는 상상 이상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자율 속 책임을 다하는 문화 속에서 주어진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전력합니다. 필요하다면 새벽에도 메일로 자료를 주고받을 정도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 때는 일찍 퇴근해서 집이나 카페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직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즉 일하는 장소가 어디든 개인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결재방식을 2단계로 단순화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불필요한 것은 최소화하고 업무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사무실 근무를 하든 재택을 하든 본인이 선택해 결정을 하고 그 안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지켜야 할 문화입니다.
개선하고 싶은 문화라기보다는 최고경영자로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더욱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될 수 있을지에 고민이 많습니다. 히타치에너지는 글로벌 기업으로 복지나 보상에 있어 국내 기업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재전쟁 속 인재 확보 전략으로 대대적인 보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과 비교해 직원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더 좋은 처우 및 보상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S: 오랜 기간 경영자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 성과를 내셨기에 지금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C: 최근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한국전력에서 진행 중인 제주-완도 전력망 연계사업에 적용되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시스템을 히타치에너지 스웨덴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히타치에너지는 전세계 70% 이상의 전압형 초고압 직류송전(HVDC)을 공급한 경험에서 볼 수 있듯 기술 지원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실제 한국전력을 포함한 각 국가 전력회사에서 우리의 기술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는 히타치에너지가 여러 유럽 국가 간의 전력 연계(Inter-connection)에 대한 많은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한국에서도 조속히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한국과 중국 또는 한국과 일본 간의 전력 연계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당사의 천안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변압기 및 전력자동화 제품이 전세계 곳곳으로 연간 3000만 달러 이상 수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천안 변압기 공장은 히타치에너지 제조 공급의 생산 거점일 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인력도 갖추고 있어 전 세계 히타치에너지 변압기공장으로 기술을 공급하는 연구 거점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S: 오랜 기간 조직을 경영하시면서 소위 워스트 리더십이라 할 수 있는 사례도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워스트 리더 사례를 얘기해 주신다면.

C: 최악의 리더는 이기적인 리더입니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 구성원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로 이런 성향의 리더 대부분은 회사나 조직의 이익보다는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기적인 리더들은 대개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즉 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내 생각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어 “내가 다 해봤어, 그런 방법은 안 통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는 말을 자주 쓰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행동을 주로 보입니다. 한 명의 통찰력 있는 리더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집단지성을 끌어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로, 이기적인 리더십은 이제 설 자리가 없습니다. 실제 지난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성향의 리더는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반대로 책임져야 할 사안을 포착하고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개방적인 태도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모습, 최선을 다하긴 했으나 결과가 실패에 이르렀을 때 용기있게 실패를 인정하고 그것에서 배울 수 있는 성찰 기회를 만들어 똑같은 실수나 실패를 예방하는 것이 베스트 사례로 거론되는 성숙한 리더의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성공한 리더나 실패한 리더의 행동이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행동 또는 표현 하나하나가 모여 습관이 되고 품성이 되는 것으로, 구성원은 이를 보고 따를지 말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구성원은 리더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기적인 성향의 리더 밑에 있는 구성원들은 업무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S: 끝으로 향후 계획 및 수장으로서 포부가 궁금합니다.

C: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40% 상향 및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이행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추진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기존시장의 유지 및 확장과 더불어 향후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해상풍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투자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국내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에 대해 히타치에너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초기부터 완공까지 전 일정에 지속적인 지원을 해 우리의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환경적인 문제와 산업 안전에 대한 강화가 지속됨에 따라 저탄소 제품과 안전 및 품질을 강화한 제품 등이 미래의 유망 산업입니다. 따라서 전력망을 분석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운영체계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즉 생산 및 운영 관련 기술이 접목돼야 할 것이며, 이를 구축 및 적용하는 제품이 미래의 산업을 이끌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히타치의 LUMADA 솔루션과 통합한 자산관리시스템 공급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이처럼 히타치에너지의 기술이 미치지 못한 국내의 산업과 향후 국내의 산업이 지향해야 할 시장은 거대합니다. 
아직까지 히타치에너지의 한국 조직은 전세계 조직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본사의 중장기 비전이나 전략 목표 등과 연계하여 최대한 국내 시장을 확보해 추가적인 투자 여건을 만들기 위해 전력할 생각입니다. 즉, 본사의 이익과 국내에서의 조직 활성화, 인적 자원 개발, 기업 이미지 개선, 제품 판매 기여 등을 연계해 그룹 내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국내 조직을 성장시킴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는 포춘 500대 기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십 전문기업 DDI의 한국지사(SNA- DDI) 스테파니 남 대표가 꾸려가는 코너입니다. SNA-DDI는 45년간 리더십 분야만을 연구해 온 DDI의 노하우가 함축된 리더십 역량사전(Competency Library)을 표준 삼아 우리 기업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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