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팔로워의 방향 짚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 해야"

외국계 기업 로컬지사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해 글로벌 본사의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더욱이 기술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리더십, 비즈니스 감각까지 함께 요구되는 기술 중심의 제조업이라면, 그 경우의 수는 더 적어질 것이다. 
7월호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의 주인공은 이 쉽지 않은 여정을 오롯이 땀으로 열정으로 이겨내며 당당히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선 에드워드 코리아 황의정 부사장이다.
황 부사장은 “지금의 자리가 가능했던 것은 제 미래 비전을 함께 고민하며 방향을 제시해 준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리더라면 팔로워의 다음 커리어에 대한 방향을 짚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의정(왼쪽) 에드워드 코리아 부사장이 스테파니 남 대표와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혜리 기자
황의정(왼쪽) 에드워드 코리아 부사장이 스테파니 남 대표와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혜리 기자

스테파니 남(이하 S):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뵀을 때가 최초의 한국인 GM(사장)으로 승진하셨을 때로 기억을 하는데요, 그간 잘 지내셨죠? 먼저 근황이 궁금합니다.

황의정(이하 H): 네, 마지막으로 뵀던 게 2016년, 에드워드 코리아의 GM으로 승진했을 때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후의 근황이라 하면 GM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2년 뒤인 2018년에 글로벌 그룹사의 반도체 부문(Semiconductor Division)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휘하에 재무,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의 부서를 두고 있고, 공장도 한국, 중국, 영국, 미국에 5곳이 있어 한층 무거워진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에드워드는 영국계 회사로, 반도체 장비인 진공펌프 제조 및 기술력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입니다. 독자들을 위해 개인적인 소개도 덧붙인다면, 1995년 에드워드의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 현재는 핵심 기술부문을 리드하는 글로벌 부사장으로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S: 평사원으로 시작해 현재의 글로벌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부사장님이 걸어온 지난 발자취가 많은 직장인의 귀감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먼저 입사 때부터 조직의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H: 전혀 아닙니다. 입사 당시만 해도 로컬 법인의 GM으로, 글로벌 그룹사의 VP가 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된 원동력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자리가 가능했던 것은 저의 능력을 믿고 끌어주신 상사들 덕분입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늘 제게 현재의 커리어와 다음 비전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채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GM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역량이 필요하고 그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스스로의 한계치를 뛰어넘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며 다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 주셨습니다. 길잡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상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노력이라고 하면, 조직 내 어떤 역할이든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했습니다. 때문에 조직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을 인물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제 이름이 기론되곤 했습니다. 어떤 역할이든 제 몫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죠. 지금도 2005년부터 써왔던 IDP(자기계발계획서)를 쓰고 있습니다. 
덧붙여, 성과 중심의 투명한 문화가 잘 정착된 외국계 기업이었기에 즉, 편견 없이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에드워드의 수평적인 문화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조직의 리더를 만들어가는 것은 쌍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십 그룹이 잠재력이 높은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발맞춰 개인적으로도 스스로의 가치를 계속해서 높이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S: 글로벌 레벨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Local 리더십과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H: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는 피플 리더십이나 직무 전문성, 문제 해결능력과 같은 부분은 리더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이고, 개인적으로 글로벌 리더로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라 하면,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 역량입니다.
글로벌 레벨의 리더에게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단순히 말을 잘하고, 상황 업데이트를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각 상황이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저처럼 엔지니어 출신들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저는 더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각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폭넓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을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킹 역량도 중요한데요. 개인적으로 지금에 자리에 오르기 전에도 본사의 재무, 엔지니어 등 스탭들과 관계를 잘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업무적으로 필요한 자료는 어렵지 않게 지원을 받곤 해 본사로 출장을 갈 때면 협업담당자와 식사를 하는 등 관계를 돈독히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네트워킹은 이렇게 여러 사람과 두루 잘 알고 지내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신뢰’라는 단어를 꺼내야 할 것 같은데요.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 신뢰할 수 있어야 진짜 네트워크의 힘이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글로벌 미팅을 하면 어느 때는 사안에 따라 일주일 가까이 미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을 세울 때는 그것으로 야기되는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섭섭할 정도였습니다. 저렇게 내 의견에 대해 챌린지를 하는 친구가 바로 어제 나와 함께 저녁을 먹고 웃었던 동료가 맞나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이 뜨거운 토론 속에서 인사이트가 확장되고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는 지혜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 있게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한 사심 없는 뜨거운 토론을 할 수 있는 스탭들이 많다는 것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매우 큰 힘이 됩니다.

S: 직접 경험하셨듯 승계관리(Succession Management)를 위한 활동도 적극적이실 것 같습니다.

H: 현재 에드워드 중국 칭다오 공장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제가 승계관리를 하고 있는 리더입니다. 한국사람으로, 제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이 리더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GM 시절부터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본사에 능력 있는 한국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제 역할이라 생각해 지속적으로 본사에 우리 인재의 능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승계관리는 잠재력 높은 인재를 발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으로, 현재도 GM 후보군을 하이포텐셜 풀(High potential Pool)에 두고 HR과 함께 적극 양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S: 잠재력(Potential) 말씀을 하셨는데, 일반적으로 잠재력이 있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부사장님은 잠재력이 있는지를 어느 부분으로 판단하시는지요?

H: 지금의 위치에서 볼 때, 제 아래의 리더들은 인포메이션 창(Information Window)의 역할을 잘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저는 글로벌 조직을 이끌다 보니 로컬로 포진되어 있는 리더들을 가까이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즉, 그들이 정보를 거르거나 차단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준다면 저는 그곳의 실상을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때문에 저는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 그리고 신뢰를 중요하게 봅니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국사람들 중에 리더로서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소셜 스탠다드’에 자신을 얼마나 빠르게 맞추고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인지에서 찾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소셜 스탠다드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18세기에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일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통념이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20세기 넘어오면서, 어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소셜 스탠다드가 바뀐 것과 같이 사회적 통념이나 그에 따른 기대치는 더 이상 준비할 시간을 두지 않고 숨가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셜 스탠다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대하거나 사람을 대할 때도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대응해 왔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의 리더들에게는 시대가 요구하는 소셜 스탠다드에 맞추어 자기 스스로 스텝업(step-up)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S: 리더십 전문가로서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H: 지금 세상은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실제 우리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의 리더는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즉 전략적 사고를 잘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일례로 반도체 산업의 경기는 2023년도까지도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의 전략은 공급망 최적화(Supply Chain Optimization)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Single Source 파트너십과 같이 한 군데의 파트너를 정해서 가장 낮은 가격을 확보하는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되면서 중국에서 싱글 소스 하던 파트너십이 다 데미지를 받게 되었지요. 그래서 지금은 듀얼 소싱, 그리고 로컬의 니즈는 로컬에서 찾는(local for local)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했습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 제품을 한 군데 이상에서 생산하고 구매처도 다양화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코스트가 올라가는 딜레마가 생겼지요. 그래서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한국에서는 코스트를 올리더라도 리스크에 대비에 투자를 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코스트를 줄이는 정책으로, 요컨대 글로벌 전체 반도체 부문으로 봤을 때는 가격 인상이 뉴트럴하게 상쇄시키도록 하는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의사결정 된 이후로 가격이 적절선을 유지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저희 보드멤버들도 매우 흡족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로컬의 뷰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런 옵션들을 생각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저도 글로벌 리더가 되면서 이런 전략적 사고에 가장 많은 챌린지를 받았었으니까요. 아마 앞으로도 외부환경의 변화가 계속되는 한 더욱 상위 리더로 갈수록 전략적 마인드와 판단력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질 것이라 봅니다.

S: 글로벌 리더를 꿈꾸며 커리어를 키우고 있는 후배 리더들에게 조언하신다면?

H: 글로벌 부사장으로 보임 받고 사장님과 첫 미팅을 가진 날을 생생히 기업합니다. 사장님의 첫마디는 “너와 나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나는 너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우리는 파트너이다”였습니다. 글로벌에서는 전문가로서 혹은 한국인으로서 제 의견과 생각을 무척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로벌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인의 배경, 영어, 수줍음 때문에 ‘글로벌은 쉽지 않을 거야’라는 소심함에서만 벗어난다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기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조직의 운영 방식도 이제는 글로벌팀 로컬팀이라는 갇힌 프레임에서 많이 탈피하고 있는 추세이니, 어쩌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리더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포춘 500대 기업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리더십 전문기업 DDI의 한국지사(SNA-DDI) 스테파니 남 대표가 꾸려가는 코너입니다. SNA-DDI는 45년간 리더십 분야만을 연구해 온 DDI의 노하우가 함축된 리더십 역량사전(Competency Library)을 표준 삼아 우리 기업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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