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귀사의 ‘조직문화’는 안녕하십니까? - 인재 뛰놀 수 있는 문화가 답!

인터뷰 - 강구열 당근마켓 피플팀 인사 총괄

당근마켓은 지역을 중심으로 자원의 재사용과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하이퍼로컬(지역밀착)’ 기업이다. 중고 직거래를 시작으로 주민, 소상공인, 지자체를 잇는 다양한 연결을 통해 현재 3,200만 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의 지역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했다.
급성장의 배경에는 ‘어떻게 하면 뛰어난 동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를 줄곧 고민하며 뛰어난 동료와 자율, 두 가지를 키워드로 구축한 당근마켓만의 조직문화가 있다.
강구열 당근마켓 피플팀장은 “뛰어난 인재들이 자율과 책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을 구현함으로써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뛰어난 동료들이 모여 자율을 누리며 즐겁게 일하는 문화, 이것이 바로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문화”라고 밝혔다.

강구열 당근마켓 피플팀 인사 총괄

당근마켓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국내 최초로 지역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연결의 가치를 실현한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밀착)’ 기업으로 3,200만 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최대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는 거주 지역 GPS 인증을 기반으로 한 이웃 간 믿을 수 있는 ‘중고거래’,유용한 정보를 나누는 ‘동네생활’, 동네 소상공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내 근처’가 있다. 주민, 소상공인, 지자체를 잇는 다양한 연결을 통해 생활의 혁신을 구현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기술로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언택트 시대 지역 공동체와 이웃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또 중고거래 활성화로 자원 재사용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나눔과 자원 순환을 장려하는 등 ESG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며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일찍이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글로벌 서비스 전략으로 보폭을 빠르게 넓혀왔다. 2019년 11월 ‘KARROT(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 44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 당근마켓 피플팀이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당근마켓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율재택 상황에서 폭발적인 구성원 증가와 사업 다각화로 인한 복잡도 증가라는 두 가지 현상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잘 동작하던 각종 정책과 제도를 현재의 상황에 맞게 ‘리디자인’하는 것이 피플팀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었다.

조직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채용 인원이 증가하며 프로세스와 검정력에 대한 부분을 강화해야 했고, 기존 구성원보다 신규 구성원들이 많아지면서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다. 조직이 세분화되고, 업무 복잡도가 늘면서 평가 체계의 변화도 요구됐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에 역점을 두기 보다는 조직 성장에 따른 변화에 대해 HR 전반에 걸쳐 대응하고 준비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하나로 요약하자면 급격한 변화 속에서 조직문화를 유지하며 조직의 체계를 갖춰나가고 정비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일찍부터 도전과 창의가 숨 쉬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힘쓰며 주목받고 있다.

당근마켓은 ‘어떻게 하면 뛰어난 동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를 매우 진지하게 고민해온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뛰어난 동료들이 좋아할 만한 환경을 구축하게 됐다.

딱딱한 규칙보다 자율적으로 일하는 환경, 정보의 제한보단 모든 걸 공개하고 공유하는 문화, 의견에 대해 솔직하게 충돌하면서 의견을 맞춰가는 토론 과정 등 뛰어난 동료들이 선호하는 문화를 있는 그대로 만들어내려고 노력했고 이 모든 것이 현재의 조직문화에 녹아 있다. 뛰어난 동료들이 즐겁게 일하니 기업이 성장하고, 이제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거듭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피플팀의 경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솔직하면서도 동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인재들을 채용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이 모여 조직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구성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과 혁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도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규칙과 규율보다는 문화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려는 게 창업 초창기 멤버들이 생각했던 당근마켓의 모습이었다. 지금도 경영진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여러 규칙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회사보다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책임지는 조직을 구축하고자 했고 이것이 곧 조직의 문화로 잘 정착될 수 있었다. 

또 이런 문화를 줄곧 유지하기 위해 경영진부터 솔선해 민감한 정보까지 모두 공유했고,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도 구성원들과 함께했다. 물론 경영 관련 의사결정은 논의의 영역은 아니지만 그조차 선 공유하면서 최대한 구성원들과 속도를 맞추려 노력해 왔다. 이런 모습들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탄탄한 기반이 됐다.

당근마켓은 현재 공동대표들이 모두 영어이름을 사용하고, 직급 없이 직책만 운영하고 있다. 특히 ‘○○께서’ 대신 ‘○○가’라고 호칭한다. 공동대표인 ‘Gary가’ 직접 이렇게 해 줄 것을 구성원들에게 요청한 부분이다. 임원과 경영진, 대표의 방이 따로 없고, 상급자를 위한 보고도 없다.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책자 회의는 만들어졌지만, 회의록도 전사에 공유되고 있다.

유교적 문화가 여전한 한국사회 특성상 나이, 직급, 연차 등 불가피하게 조직에 부여되는 것이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거나 또 없애기도 했다.

당근마켓 조직문화 구축의 두 가지 키워드인 ‘뛰어난 동료’, ‘자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당근마켓에서의 ‘좋은’, ‘더 나은’의 의미는 특히 성장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내가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축하는 게 뛰어난 동료들이 원하는 일하는 환경이다. 당근마켓은 이를 위해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 즉 ‘뛰어난 동료’와 ‘자율’을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자리, 업무 환경이 갖춰져 있어도 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복지는 동료’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동료는 내가 성장하는 가장 큰 원동력, 회사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복지라고 본다. 당근마켓은 나보다 뛰어난 동료, 존경할 수 있는 동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 당근마켓의 뛰어난 동료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자율이다. 누구나 스스로 언제, 어떻게 할지를 정할 수 있을 때 가장 즐겁고 빠르게 학습하고 성장한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은 별도의 보고 없이 휴가를 갈 수 있는 자율휴가제를 실시한다. 또한 법인카드로 식대를 비용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금액에 대한 부담 없이, 동료들과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하며 의미 있는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 모든 자율은 신뢰를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율에 따른 책임도 따른다. 당근마켓은 이 책임을 동료들의 신뢰를 얻는 것으로 정의했다.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해선 개인별 입사일 기준으로 6개월 단위의 다면 평가와 월 1회 ‘리더 1on1’을 통해 리뷰하고 피드백하고 있다. 리더와 동료들이 바라보는 관점을 짧은 주기로 피드백함으로써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일하기 좋은 환경, 더 나은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세부 제도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전 사원이 모여 업무 현황을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을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에는 전 사원이 모여 어떻게 하면 당근마켓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토론하는 문화 회의를, 오후에는 삼삼오오 모여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구성원들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문화 회의와 문화의 날을 통해 회사에서 문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느껴진다는 구성원들도 많다. 문화 활동은 한 달 동안 한껏 올라갔던 구성원들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다양한 행사가 구성원이 대폭 늘어났을 때도 진행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핵심적인 부분을 유지하면서도 회사의 성장에 맞춰 디자인을 새롭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게 고민 포인트다.

더불어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문화라는 것을 하나의 Product로 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처럼 구성원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지, 사용자 지표를 확인하는 것처럼 구성원 지표를 만들어 여러 실험을 해보고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방법론을 발굴하는 것이 최근 피플팀이 논의하는 ‘핫한’ 주제이자 과제다.

문화는 특정 제도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공간, 장비, 복지, 동료, 리더십, 제도 등 회사생활 전반의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회사에서 경험하는 모든 부분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미션으로 보고 있다.

창의, 혁신이 발현되는 조직문화 구축은 직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때 실현 가능하다.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밝힐 수 있는 창구는 있는지 궁금하다.

당근에는 신뢰와 충돌이라는 핵심 가치가 있다. 구성원의 의견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닌, 제품·서비스 개선과 좀 더 나은 회사가 되기 위함이라는 신뢰로 연결될 수 있다면 그 어떤 충돌도 가능하다는 원칙이다. 구성원들은 이 원칙을 지키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다.

회사 전체의 문화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실 이야기 꺼내기 조금 어려운 환경일 수도 있겠다는 고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앞서 소개한 문화 회의다. 문화 회의는 조직문화와 관련된 주제라면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고 직원 누구나 원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의견 개진 창구가 있는지 없는지 보다 더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돼 있는지다. 이런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피플팀 뿐 아니라 전 구성원이 항상 관찰하며 노력하고 있다.

MZ세대의 니즈에 초점을 맞춘 HR 부문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근마켓 피플팀의 전략은.

당근마켓은 특별한 제도나 프로그램보다 누구나 아는 기본에 충실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MZ세대뿐 아니라 어느 세대든 일을 좋아하고 몰입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있다고 본다. 이런 구성원들이 원하는 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도전적인 업무와 자율성, 함께하는 뛰어난 동료다.

그래서 채용 차원에서 현 구성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뛰어난 인재를 검증하는데 힘을 쏟고 있으며, 협업의 가치 안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지원하는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당근마켓 피플팀의 향후 계획과 방향성에 대해 소개한다면.

피플팀에서 담당하는 제도, 리더십, 문화, 복지, 공간, 장비, 채용 등 모든 모듈에서 당근마켓이 추구하는 자율과 책임, 공개와 공유, 자기주도성, 신뢰와 충돌, 사용자 중심 사고 등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체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조직문화에 대한 방향성은 아직도 여전히 잡아가고 있는 상태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특정 프로그램이나 교육, 이벤트만을 내세우는 조직문화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근마켓만의 문화를 날로 늘어가는 새로운 가족들에게 잘 정의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우리의 문화를 내재화할 수 있을까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해법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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