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신수정 <거인의 리더십> 저자 /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KT의 B2B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은 스타트업, 벤처, 중견기업, 글로벌기업, 대기업 등 다양한 유형의 기업에서 리더로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소셜미디어와 각종 매체에서 일과 리더십에 대한 본질과 현실을 균형 있게 다루는 글을 통해 우리 시대 많은 직장인과 리더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2021년 <일의 격>, 2022년 <통찰의 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일과 삶의 나침반이 될 글을 전한 그가 최근 <거인의 리더십>을 새롭게 출간했다. <거인의 리더십>은 리더십에 관한 기본과 본질을 다루면서도 저자의 다양한 경험을 녹여 평론가나 코치의 관점이 아닌 현장에서 뛰는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이상과 현실이 조화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지침을 전하고 있다.
신 부문장은 “리더십에 자신 있는 사람도, 완벽한 리더십도 없다. 다만 선배의 노하우가 전달되고 후배는 그 어깨 위에 서는 것”이라며 “이 책을 마중물 삼아 많은 후배가 저와 같은 사람의 어깨 위에 거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작은 기여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통찰의 시간> 이후 9개월여 만에 새 책을 발간했다. <거인의 리더십> 발간 계기는.

페이스북이나 기고 등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글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되돌아보면 33살에 공동창업을 하며 리더로서의 경험을 시작했다. 이후 구성원 50명의 기업을 800여명 규모로 성장시키면서도 리더를 맡았고 CEO 경험도 했다. 대기업 임원으로서 사업을 책임지기도 했다.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훈련도 다양하게 했다. 성공도 좌절도 물론 있었다. 이처럼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과 배움 등을 잘 정리해 후배에게 전하고 이를 접한 이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도록 돕고 싶었다. 
<거인의 리더십>은 리더십에 관한 기본과 본질을 다루면서도 내 다양한 경험을 녹여 현장에서 뛰는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이상과 현실이 조화되도록 했다. 스타트업, 벤처, 중견기업, 글로벌기업, 대기업 등 다양한 유형의 기업뿐 아니라 비영리단체까지도, 30대 초반부터 팀장과 임원, CEO까지 다양한 리더 경험을 했기에 그래도 균형 잡힌 글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장별로 간략히 소개한다면.

1부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는 리더십이란 무엇이고 왜 우리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리더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한다. 리더란 결국 구성원들을 움직여 성과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 목표와 일, 사람 관리 세 가지를 하는 것이 핵심 역할임을 강조한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조직과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다룬다. 2부 ‘무엇이 조직을 움직이는가?’는 조직 전체의 목적과 틀을 만들어 구성원들이 목표로 향하며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거시적 방법을, 3부 ‘어떻게 파워풀한 팀을 만들 것인가?’는 구성원 개개인의 목적, 욕구, 가치, 성향 등을 파악하며 신뢰관계를 맺고 동기를 강화하며 코칭하고 피드백 하는 미시적 방법을 다룬다.
4부 ‘리더의 기술’에서는 리더의 성장을 위한 위임과 변화관리 기술, 승진 전략과 처신의 기술, 성공을 위한 정치력, 상사 관리의 기술, 강약조절 기술 등을 전한다. 이에 더해 리더가 빠지기 쉬운 위험들 또한 다루고 있다.

조직과 사람을 움직이는 ‘거시적’ 방법을 다룬 2부에서는 특별히 탁월한 리더의 자질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좀 더 부연한다면.

탁월한 리더의 자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원칙과 가치를 고수한다’, 둘째는 ‘원칙이 아닌 영역은 언제든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한다’이다. 사람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가려면 미션, 가치, 목표라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이것이 왔다 갔다 한다면 구성원들 또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마치 북극성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이를 기반으로 항해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가야할 목적은 분명한 것이 좋다. 그러나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달라질 수 있다.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둘러가고, 잘못된 길이라면 돌이켜서 다시 가야한다.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베조스는 똑똑한 사람이란 근거나 가정이 바뀌면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했다. 무조건 이 길이 맞다 외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리더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아는 척 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구성원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리더가 목적과 원칙은 명확히 하되 가는 길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려면?

책에도 기술했듯 목표와 전략이 분명해야 한다. 새로운 조직을 맡으면 미션과 변화된 모습, 목표, 전략, 과제를 한 장의 문서로 정리하고 이를 공유하며 1년 내내 이를 갖고 이야기한다. 경험상 이런 방법이 가장 파워풀한 효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역으로 해야 한다.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로부터 현재를 만드는 것이 더 낫다.
덧붙이자면 앞서 소개한 전략은 기업의 미래를 달성하기 위한 지도이자 ‘우선 순위’다.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또한 회사를 다르게 하는 요소, 경쟁자와 비교해 독특한 요소를 정의하는 것이 전략이다. 항공사라면 어떤 서비스가 연상되는가? 저렴한 운임, 정시운항, 다양한 서비스, 고급스러운 분위기, 뛰어난 서비스 등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전략이 아니다. 사우스웨스트는 다양한 서비스나 일등석을 포기했다. 대신 저렴한 운임과 정시운행, 즐거움 등 세 가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전략이다. 
책에 소개한 여러 사례가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존 리더십 관련 서적과 차별화된 특징은 무엇인가.

리더십 관련 책은 대개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학자나 구루들이 쓴 책이다. 기본 원칙과 태도 등 리더십 기반을 쌓는데 도움을 주지만 불행히도 이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누구나 한 대 맞기까지는 그럴 듯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타이슨의 표현이 적절하다. 책대로 하려면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하니 나 또한 이러한 책을 읽으며 좌절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두 번째 유형은 코치, 강사들의 책이다. 매우 실용적이다. 여러 회사들에 컨설팅이나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의 책인 만큼 현실적인 리더십 기술에 대해 잘 소개한다. 피드백과 코칭을 어떻게 하고 일대일 미팅과 성과 관리의 방법은 무엇인지 잘 알려준다. 대신 본질보다는 기법에, 또 작가의 경험 폭과 특정 영역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의 리더십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며 포괄적이다.
마지막 유형은 CEO나 창업자들의 책이다. 대개 개인의 성공경험을 스토리로 제시한다. 스토리가 분명하기에 읽으면 자극이 되고 가슴이 뛴다. 그러나 대부분 특수한 환경에서의 성공이며, 사후 해석이 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해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거인의 리더십>은 마지막 유형과 같은 책은 아니다. 나 스스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 책은 쓰지 못하고 오히려 첫 번째 유형에 가까운 책이다. 리더들이나 리더 후보들이 계속 간직하고 참고하는 교과서 같은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다만 본질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녹여 평론가의 관점이 아닌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이상과 현실이 조화되도록 했다.

책을 통해 독자가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으면 하는가.

리더가 되고 싶은 분, 기존 리더인 분, 기업 경영자와 CEO, 창업가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굳이 리더의 위치에 이르기에는 시간이 남은 분들이라도 미리 한번 접해보고 조직의 리더가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아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분이 한번쯤 책장을 열어보길 희망한다. 리더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큰 그림과 실전 전략 두 가지 모두를 얻기 바란다.

리더의 길로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아이를 낳기 전 공부를 많이 해서 어머니가 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고 보니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리더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준비해서 리더가 되기보다 어느날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 커리어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과거 리더였던 선배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운이 좋아 모범적이고 훌륭한 리더를 만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잘못 배우게 된다. 
또한 지금은 전환의 시기다. 과거의 가치와 새로운 가치가 혼합돼 있다. 이런 시기에는 많은 리더가 힘들고 외롭다. 과거 선배들이 겪은 업무환경과 다름에도 선배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제대로 틀을 잡길 바란다. 이제 리더십은 커리어의 중요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리더십 역량이 사람마다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리더의 역량에 따라 조직의 성과 차이가 커진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리더십을 잘 구축하면 자신의 둘도 없는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리더로서 당면한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에서도 밝혔지만 과거 한국기업은 비슷한 대학, 비슷한 가치의 사람들이 조직을 구성해 일하는 ‘균질한’ 업무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한국기업에서 리더십은 그리 필요치 않았다. 그저 지시 잘하고 회식하고 팀빌딩을 하면 굴러갔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현재는 그렇지 않다. 노동환경이 급변했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데다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구성원들의 등장으로 기존 직원들과의 융화 또한 과제로 등장했다. 사실 기업의 고위 임원은 별로 어렵지 않다.  임원들은 중간 리더들과 일하지 구성원들과 직접 일하지 않는다. 
다양한 구성원들과 직접 일하는 중간 리더들의 책임이 크고 그만큼 그들의 어려움이 많다.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오늘날의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리더십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업 HR은 대퇴사와 조용한 퇴직 등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혼란을 겪고 있다.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의 역할과 과제를 제언한다면.

CEO들은 이러한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CEO들이 리더였던 시대의 리더십과 현재의 그것은 매우 다르기에 관점을 바꿔야 한다. 직원들을 프로로 대하는 관점을 키우고, 나의 재능과 능력은 경험과 노력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Growth Mindset(그로스 마인드셋)을 갖춰야 한다. 미션과 실험 중심 등으로 관점을 바꾸고, 리더들을 돕고 코칭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선도기업들은 사내코치 양성 등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아마 현장에서 많은 변화를 가장 깊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CEO나 경영진들이 옛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움직이지 않아 답답할 것이다. 이 분들이 생각을 전환하도록 세미나와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영진을 설득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내부적인 변화관리를 하나씩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후속 서적 집필 등 향후 계획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불균질한 가치의 다양한 구성원, 변화된 업무 환경,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직장 이동 환경 가운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진짜 리더십’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나를 포함해 리더십에 자신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완벽한 리더십도, 리더십 스타일도 없다. 단지 선배의 노하우가 전달되고 후배는 그 어깨 위에 서는 것이다. 이 책을 마중물 삼아 후배가 저 같은 사람의 어깨 위에 거인으로 우뚝 설수 있다면 그것으로 작은 기여를 한다는 생각이다.
언제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음에는 ‘커리어’나 ‘경영’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다. 일의 영역에서는 <일의 격>, 리더십의 영역에서는 <거인의 리더십>을 썼고 이제 두 개 영역만 더 쓰면 일과 삶 그리고 경영 등에 있어 기본 틀을 잡는 책은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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