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박창선 <컬처덱> 저자 / 애프터모멘트 대표

기업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고 선언하는 기업의 법전 ‘컬처덱’과 ‘브랜드북’을 다루는 회사 ‘애프터모멘트’를 이끌고 있는 박창선 대표는 올 초 새 책 <컬처덱>을 펴냈다. 컬처덱은 C레벨부터 신입 사원까지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정확한 원칙 아래 일하고, 분명한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박 대표는 “급격한 업무형태의 변화와 경기침체, AI의 등장, 새로운 세대와의 갈등 등의 상황에서 이제 어느 기업이든 자신의 조직문화를 정의하고 전파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 됐고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컬처덱”이라며 “3개 챕터로 구성한 <컬처덱>은 애프터모멘트가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며 컬처덱 구축 과정에서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고 밝혔다.

박창선  저자
박창선 저자

대표를 맡고 있는 애프터모멘트 소개를 부탁한다.

회사는 참으로 할 말이 많다. 고객에게도, 구성원에게도 수많은 말을 전해야 한다. 고객에겐 구매를, 구성원에겐 동기를 불어넣어줘야 한다. 어느 쪽이든 언어를 통해 사람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땐 가장 필요한 것은 들리고, 작동하고, 올바르게 전달되는 좋은 언어다.  
애프터모멘트는 회사의 언어를 설계하고 만들고 있다. 밖으로 나가는 언어는 ‘브랜드북’, 안에서 공유돼야 할 언어는 ‘컬처덱’으로 구현하며 그동안 딜로이트안진, LG유플러스, 삼성웰스토리, 삼양그룹, 에이블리, 중앙그룹, 사람인 등 다수 기업과 협업해 왔다.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많은 책을 다작했다. 특별히 <컬처덱>을 집필, 올 초 발간한 계기는 무엇인가.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늘 화두였다. 인류가 3명 이상 모인 이래 끊임없이 존재했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급격한 업무형태의 변화를 경험했고, 최근의 경기침체, AI의 등장, 새로운 세대와의 갈등 등 복합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도 단순히 급여와 복지제도 만으로 구성원을 붙잡아놓을 수 없단 사실을 인지했던 것 같다. 우리가 수행하는 프로젝트 중 컬처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 자신의 조직문화를 정의하고 전파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 됐다. <컬처덱>은 우리가 먼저 겪은 과정을 공유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로 생각하고 있다.

‘컬처덱’이 생소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컬처덱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는지, 기존 기업의 회사소개서 등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회사소개는 판매와 영업을 목적으로 한 대외메시지다. 이와 달리 컬처덱은 온전히 구성원을 향한 내부의 메시지다. 누가 우리 조직에 남아야 하는지, 나가야 하는지, 누가 성장할 수 있는지를 규정한다. 단순히 메일을 어떻게 쓰느냐, 소통을 어떻게 ‘잘’ 하느냐를 말하지 않는다. 멤버의 자격과 평가의 기준을 얘기하는 문서다. 이때 기준이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결정되면 안 될 것이다. 
때문에 컬처덱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우선 ▲기대치정립형은 모든 구성원의 기대치와 평가요소, 방식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립한다. ▲언어정립형은 내부에서 통용되는 조직의 언어를 사전처럼 하나하나 설명하고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코드쉐어형은 철학과 자격을 심플한 문장과 설명으로 규정하고 실제 제도와 연결한다.

책은 3개 챕터로 구성, 컬처덱의 정의와 기획 방법 그리고 제작의 모든 것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각 챕터의 내용을 보다 상세히 소개한다면.

챕터 1 ‘WHAT FOR?’는 기본적인 문화의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큰 관점에서의 문화가 아닌 컬처덱을 만들기에 앞서 갖춰야 할 프레임을 먼저 언급했다. 이 파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많은 컬처덱이 목적성이 희미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챕터 2 ‘HOW TO PLANNING’에서는 컬처덱의 용례와 성공·실패사례를 말하고 있다. 특히 실패사례는 알려진 기업이 아닌, 직접 진행하다가 망가진 프로젝트를 위주로 소개했다.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망가뜨리는 건 항상 디테일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진짜 살아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챕터 3 ‘HOW TO MAKE’는 89가지의 템플릿으로 돼 있다. 이 모든 템플릿을 다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중 우리 조직에 필요한 페이지만 뽑아 사용하면 된다. 실제로 컬처덱은 이런저런 내용을 죄다 담는 문서가 아니다. ‘회사의 모든 것’이라 했지만 그게 회사주소나 연혁을 의미하진 않는다. ‘모든 것’의 의미는 일하는 방식과 철학, 언어, 평가, 채용, 자격 등 우리 회사의 본질인 기둥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점을 잘 기억하고, 발췌해 사용한다면 챕터 3가 무척 유용할 것이다. 실제로 이 템플릿을 이용해 자신만의 컬처덱을 만든 회사 소식을 종종 접하곤 하는데 결과물이 꽤나 좋았다.

글로벌 기업의 컬처덱 성공과 실패 사례도 담고 있다. 이를 간략히 소개하면.

우선 실패사례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A회사는 구성원에 대한 대표의 불신이 몹시 컸다. 인간의 성향은 정해져있고, 후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컬처덱도 대표의 혼잣말을 쉽게 푸는 형식으로 진행됐고, TF도 그의 말을 받들어 쉽게 옮겨 적는 일만 수행했다. 컬처덱의 대부분은 명령문이었고, 인사를 잘하라는 내용부터 식사시간 엄수 등 조직문화라기 보단 구성원의 행동과 마음을 옭아매는 행동강령이 주를 이뤘다. 
결국 컬처덱 초안이 나온 이후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고, 팀장들의 집단 반발이 있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퇴사했는데, 대부분 일을 잘하던 핵심인재들이었다. 프로젝트는 끝내지 못한 채 중간에 멈췄다. 
성공사례는 함부로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조직문화에 성공이란 게 과연 존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유가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NASA 등 훌륭한 조직문화를 지니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회사도 처음과 지금의 문화는 다르다. 늘 상황과 규모, 전략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실험해야 하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조직문화의 성패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 그리고 실제로 희망했던 비전을 이뤘는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폐업 전까진 누구도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에 가장 적합한 문화가 있을 뿐이라고 전하고 싶다.

컬처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다. 기업의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컬처덱을 시작함에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컬처덱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설명한다면.

조직문화의 핵심은 결국 ‘표리상응(表裏相應)’이다. 선언된 내용과 행위가 일치해야 하고, 이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구성원의 행동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지향하는 문서인 만큼 조직의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지킬 수 없는 내용은 애당초 적지 않는 것이 좋다. 
조직문화는 어떤 도구가 아니다. 이를 이용해 무엇을 한다는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오히려 조직문화를 도구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그들의 문화라고 말하고 싶다. 조직문화는 결국 조직과 개인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산물일 뿐이다. 진솔한 메타인지와 냉엄한 성찰이 필요하다.

책이 출간된 지 반년여 지났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인사이트를 얻으면 하는지 이야기해 달라.

이 책은 우리가 겪은 수많은 프로젝트를 한데 모은 것과 같다. 많은 사례가 모이면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옳다는 관점보다 ‘이 중 어떤 부분을 우리 회사에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했듯 챕터 3에는 100가지에 달하는 템플릿이 있다. 이는 전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 중 한 두 개만 뽑아 사용해도 상관없다. 문제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느냐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기업 HR은 대퇴사와 조용한 퇴직 등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혼란을 겪고 있다. 컬처덱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MZ라는 단어가 급격하게 퍼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갈등의 원인’을 설명한 간편한 단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현상을 해석할 땐 ‘간편함’을 경계해야 한다. 
해외 유명기업의 좋은 제도를 들여오거나, MZ세대만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휴가정책에 불만이 있으니 휴가를 늘려주는 식의 단순화된 행동은 결국 다른 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성찰과 관찰이 필요하다. 외부로 눈을 돌려 새로운 개념이나 방법을 찾기보다는 지금 우리 조직과 구성원들의 표정과 말, 그들의 고민과 힘겨움에 깊게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애프터모멘트는 기업의 컬처덱과 브랜드북을 ‘다루는 브랜딩 회사’다. 어떤 프로세스로 컬처덱과 브랜드북 제작이 이뤄지는지 소개해달라.

좋은 언어가 좋은 행동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유심히 바라본다. 사실 조직문화가 모호한 데는 부족한 어휘력도 일조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듣고, 찾고, 대화하며 말 뒤에 감춰진 진짜 언어를 찾아내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의미를 발굴하고, 재정돈 하는 기획단계에 무척이나 공을 들인다. 
우리가 ‘만드는’이라는 단어보다 ‘다루는’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건 ‘제작’은 그저 기능적인 후속작업일 뿐이기 때문이다. 없던 걸 만든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지만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고 있다.

후속 서적 집필 등 향후 계획은.

기업의 첫인상을 위한 가이드북 <회사소개서를 만드는 가장 괜찮은 방법>, 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어느 날 대표님이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5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금상을 받은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등을 펴내며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나눠 왔다. 
이번에 나온 컬처덱은 우리가 수행하는 언어작업 중 50%에 해당하는 영역의 ‘제작가이드’에 가까웠다. 추후 좀 더 본질적인 ‘회사의 언어’에 대해 인사이트 있는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