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김홍재 <굿 오피스,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저자

김홍재 ‘기업교육 굿플로우’ 공동대표는 스위스리재보험과 미국 보험회사 페더럴인슈런스에서 13년간 언더라이터로 근무한 후 현재는 금융기업 컨설턴트이자 인재교육 분야 강사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럽과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각국에서 경험한 외국기업의 인재경영·업무 방식이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점을 정리해 <굿 오피스,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을 펴냈다. 글로벌 오피스 현장의 흥미로운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다룬 책은 특히 구성원의 퇴사와 조기 조직 이탈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구성원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운영되는 외국기업의 다양한 사례를 담아 ‘저몰입 시대’를 맞이한 기업과 인사담당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을 부제로 한 <굿 오피스> 출간 계기는.

지난 2020년 ‘기업교육 굿플로우’ 공동대표를 맡으며 리모트워크, 재택근무, 홈오피스와 관련한 질문과 함께 교육과 자문 요청을 자주 받았다. 이에 필요한 이들이 검색으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카카오 브런치에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부터 리모트워크와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던 외국 기업들의 이야기를 포스팅했다.

2022년 봄에는 오피스 레이아웃과 조직문화를 다룬 글이 포털 다음 메인 화면에 소개돼 하루 만에 조회 수가 7만회를 넘기기도 했다. 또한 브런치 메인에 그동안 연재해 온 ‘굿 오피스’ 시리즈가 소개됐고 출판사로부터 책으로 엮어보자는 제안을 받아 선보이게 됐다.

책의 내용을 장별로 간략히 소개한다면.

1장 <재택주의 vs 출근주의>에서는 출근이냐 재택이냐를 고민하는 팬데믹 이후의 우리 모습과 달리 팬데믹이 오기 전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외국 기업의 사례, 스마트한 휴가 사용법 그리고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미리 익혀둘 필요가 있었던 컨틴전시 플랜을 다뤘다.

2장 <워크플레이스 리셋 옵션>은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원칙에 따라 ‘사람(구성원)은 공간(오피스)에 반응한다’를 잘 반영한 오피스 레이아웃 그리고 리모트워크, 워케이션, 홈오피스에 대해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3장 <굿 오피스 내재화 기술>에서는 갈수록 조직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구성원의 퇴사와 조기 조직 이탈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프로페셔널한 멘토링 프로그램, 잡 로테이션, 휴가 제도를 소개했다. 

4장 <휴먼웨어 업그레이드 패치>에서는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휴먼웨어를 조직이 잘 다루고 있었는지, 부족했던 역할은 없었는지 살펴봤다. 현재의 체계를 갈아엎는 방법으로서의 대안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위한 패치 규모의 수정과 보안 방법을 제안했다.

3장에서 다룬 ‘굿 오피스 내재화’가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부연 설명해준다면.

대퇴사 시대를 맞아 구성원의 조직 이탈을 고민하기보다 그들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몇 가지 꼽았다. 멘토링이 오랜 시간 잘 운영되는 기업의 경우 멘토로부터 좋은 조언을 받은 멘티는 잘 성장해 간부가 되고 이후 멘토로서 후배를 위한 좋은 조언자가 되는 선순환을 구조화시킬 수 있다.

멘토링 자체는 우리 조직에도 낯설지 않은 교육 방식이지만, 그런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보다 역사가 긴 외국의 금융기업, 석유화학기업에서 좋은 멘토링 프로그램의 선례를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주니어 구성원에게 조직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시켜 줄 수 있는 ‘잡 로테이션’ 역시 국내에서는 단순 순환근무로 혼동해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운영에 있어서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책에서는 외국 기업의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다뤘고, 이를 본보기 삼아 잘 준비해 운영한다면 주니어 구성원의 조기 조직 이탈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보고 있다.

기존 경제경영 도서와는 색다른 주제로 관심을 받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기존 경제경영 분야 도서와 다르게 집필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13년간 외국 기업에서만 근무했다. 교육학이나 경영학 이론을 학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오피스 현장의 흥미로운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다뤄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럽, 미국, 홍콩, 싱가포르, 도쿄, 서울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본 외국 기업의 인재경영 방식과 업무 방식이 우리 기업과 다른 점들을 발견해 책에 담았고, 모든 글의 마지막 부분에 ‘세 줄 요약’을 넣어 정리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독자들이 책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으면 하나.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외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근무형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조직의 담당자와 경영자라면, 책에 소개한 외국 기업의 다양한 사례가 인사이트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대퇴사 시대 조직의 구성원을 생각하는 경영자와 인사담당자라면, 프로페셔널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잡 로테이션 운영 사례를 통해 조직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주니어 구성원들에게 보여주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퇴사와 조용한 퇴직이 혼재하는 ‘저몰입 시대’, 구성원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몰입환경은 어떻게 조성해야 하나.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하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권한 위임’을 해야 한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권한 위임 즉 임파워먼트(Empowerment)는 경영자와 인사, 기업문화 담당자가 사용하는 개념이자 용어다.

대신 외국 기업들은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Authority Grant’라는 표현을 쓴다. ‘셀프결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Authority)을 부여한다(Grant)’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비즈니스 업무에 있어 셀프결재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상세히 기록해 각 구성원에게 보여주는 문서를 ‘Authority Statement’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기재된 Authority Statement의 내용은 매년 몇 줄씩 늘어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무에 임하는 주니어 구성원은 필요한 권한을 상사에게 요청하고, 1대 1 미팅을 통해 요청 권한에 대해 논의한다.

상사는 각 업무에 대해 결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딱 한번 구성원이 요청하는 Authority Statement를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이 몇 년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주니어 구성원은 자신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권한의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동시에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 권한이 점점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채용 공고에 간단히 기재하는 R&R(Roles & Responsibilities), JD(Job Description)와 비교할 때 Authority Statement는 셀프결재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상세하게 기록한다는 점, 일 년에 한 번 요청·논의·승인을 통해 내용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문서다. 또한 실질적인 권한 위임으로 책임감과 업무 몰입을 높일 수 있는 조직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몰입을 높이는 제도를 갖춘 해외 기업 우수 사례가 있다면.

주니어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몰입을 위해 소개할만한 외국 기업의 사례 중 꼽을 수 있는 것은 ‘Multi-year Goal Setting’이다. 아직 국내에서 활용하거나 언급된 적이 없어 영문으로 소개하는 것이 더 낫겠다. 평가 방식으로 국내에서 OKR 바람이 불었지만, Multi-year Goal Setting은 OKR과 완전히 다른 점이 있다. 

OKR은 평가 기간이 1년에서 6개월, 3개월 단위까지 짧아지는 것에 비해 Multi-year goal setting은 보통 3년 단위의 성장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때로는 2년, 길면 5년까지 목표를 설정한다.

요즘 주니어 구성원들이 궁극적으로 회사에 바라는 점은 언젠가 선배나 상사로 부하직원을 두는 일이거나, 점점 권위가 생기고 편안해지는 조직 생활이 아니다. 그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전문가로 인정받아 권위가 생기는 일이다. 동시에 3년 단위의 Multi-year goal setting을 통해 성장한 후 조직 안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최소한 3년 동안은 조직 이탈, 퇴사와 이직을 생각하지 않고, 뚜렷한 목표를 두고 성장을 통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느낄 수 있도록 목표를 정해주는 일인데 인사담당자와 상사가 함께 고민하고 여러 번의 1대 1 미팅을 통해 3년 단위의 MBO를 설계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공간과 직원 몰입을 높이기 위한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의 역할과 과제를 꼽는다면.

책의 마지막 주제로 언급한 것이 채용담당자의 공감, 감정이입을 말하는 ‘Empathy’였고, 특별히 우리 나라 기업의 피플팀과 인사팀, 조직문화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퇴사하고 이직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요즘 기업의 HR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너무 바쁘다는 것을 느낀다. 외국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HR 담당 구성원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타 부서 업무와 달리 HR 업무에 있어서 공감과 감정이입은 꼭 필요한 역량이다. 다른 사람이 조직 안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에 감정이입하고 공감하면서 문제점을 다뤄야 하는 HR 업무는 물리적으로 노동강도의 압박을 느끼거나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황에서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조직의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는 중심에 있는 인사팀, 피플팀의 구성원은 업무량과 업무 스트레스가 잘 관리될 수 있도록 담당 인원이 유지돼야 한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멘토링, 잡 로테이션, Multi-year goal setting 업무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서도 인사팀, 피플팀의 역량과 역할은 확장될 필요가 있다.

향후 계획은.

‘프로페셔널 멘토링 프로그램’과 ‘외국 기업의 성장지원 정책’을 주제로 한 후속 서적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비행기를 주제로 해외 출장과 여행 경험을 에세이로도 쓰고 있다. <굿 오피스> 출간 후 영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많았다. 집필에만 집중했었는데, 앞으로는 영상으로 콘텐츠를 전달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종이책 <굿 오피스>를 출간할 때 담지 못했던 시의성 있는 내용과 최신 사례는 포털 네이버 <위클리 굿오피스>에 매주 1~2회 소개하고 있다. 책과 달리 네이버와 영상강의를 통해 독자들과 댓글 또는 이메일로 즉시 소통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과 활발히 의견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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