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이준호 <이정표 없는 길을 가다> 저자, 덕산그룹 회장
“젊은 벤처 창업가의 도전에 등대 같은 한줄기 빛 되길”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일변도였던 울산에서 반도체 소재 분야에 최초로 도전해 성공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회장이 최근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엮은 책 <이정표 없는 길을 가다>(성안당)를 출간했다. 책은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오늘날 9개 계열사를 거느린 덕산그룹으로 성장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언제나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DNA인 향상지심(向上之心)을 실천하며 기업을 성장시킨 이야기와 더불어 진정한 리더와 경영자의 모습에 대한 성찰도 담았다. 이 회장은 “내 삶이 축적된 책이 어려움과 도전이 가득한 삶 속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망망대해 등대처럼 한줄기 빛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 사진=덕산그룹 제공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 사진=덕산그룹 제공

9개 계열사를 둔 덕산그룹을 이끌고 있다.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1972년 현대중공업 공채 1기로 입사해 10년간 회사원으로 생활하다 1982년 울산 최초의 도금업체인 덕산산업을 창업했다. 1990년 한국용융도금협회 초대 회장에 취임했고, 2001년 국제행사인 APGGC(아시아·태평양 용융아연도금 회의)를 유치해 성공 개최하는 등 한국 도금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 

1999년에는 기존 사업과 완전히 다른 영역인 반도체 소재 벤처사업에 뛰어들어 덕산하이메탈을 창업했다. 덕산하이메탈은 초창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양산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솔더볼’ 생산과 기술 부문 국내 1위,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덕산하이메탈을 시작으로 덕산네오룩스, 덕산테코피아를 잇달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현재는 9개 계열사를 둔 덕산그룹 회장으로 있다.

<이정표 없는 길을 가다> 출간 계기는.

덕산산업 창업부터 오늘날의 덕산그룹에 이르기까지 사세(社勢) 확장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 경험이나 표준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해 온 내용들을 늦게나마 체계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창업가와 벤처사업가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 내 경험과 경영스토리, 소신, 철학 등을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면 그들에게는 도움이 될 경영지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경험을 묵혀두기보다 읽히도록 만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보고 자서전을 집필했다.

<이정표 없는 길을 가다>는 벤처 1세대로서 어떻게 도전하고 혁신해 성공했는지 소개한다. 또한 기업 활동을 하며 평소에 생각하고 실천했던 정도경영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실제 경험한 내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책은 크게 2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전반부는 학창시절부터 덕산산업 창업, 제2 창업인 덕산하이메탈 설립, 덕산네오룩스와 덕산테코피아로 이어지는 그룹의 확장기로 구성했다. 

후반부인 5장부터 8장까지는 수십 년간 치열한 경영일선에 있으면서 추구했던 가치,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뤄냈던 일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 구체적으로 6장에서는 기업가에 대한 마인드와 기업 이념 수립에 얽힌 이야기, 7장은 소재사업의 중심으로 우뚝 선 덕산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와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담았다. 8장은 암 투병기와 삶 속에서 나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준 특별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대한 독자 반응은 어떤가.

직접적으로 독자의 반응을 챙기거나 확인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측면에서 충분히 배우고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한다. 책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에 이르는 인생의 주요 이벤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위 지역의 성공한 벤처 1세대로서 어떻게 도전하고 혁신해 성공했는지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기업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고 실천했던 정도경영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싶다. 한발 먼저 길을 간 내 이야기가 새롭게 창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벤처의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

한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나의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가 용기를 줄 수 있길 희망한다. 벤처기업 혹은 스타트업을 하거나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 앞머리에서 ‘향상지심(向上之心)’을 언급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DNA를 향상지심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특히 나에게는 좀 더 나은 방법, 좀 더 나은 자리, 좀 더 나은 일, 좀 더 나은 수준을 위해 도전하는 DNA가 있다고 본다. 회사원 생활을 계속하기보다는 사업을 통해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창업했다. 

현대정공의 자재부장은 당시 모두가 부러워하는, 수백의 부하직원이 있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초라했다. 1톤 트럭 한 대를 사 은행을 돌면서 돈을 빌려 불과 직원 몇 명으로 덕산산업을 창업했다. 화려한 자리를 뒤로 하고 하루아침에 초라하고 열악한 중소기업 창업자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이것이라는 희열을 느낄 정도로 하루하루 즐거웠고,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그럴 정도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5장은 진정한 리더, 리더다운 리더란 어떤 것인가에 관해 전하고 있다. ‘리더’와 ‘리더십’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경영은 용인(用人)의 예술이다. 기업 경영에서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으로 경영자는 인재를 귀중히 여기고 잘 활용해야 한다. 경영자는 보스가 아닌 리더가 돼야 한다. 옛날이 보스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리더의 시대다. 뒤에서 채찍질하고 겁을 줘 움직이게 하는 것이 보스라면 리더는 앞에서 희망을 주며 이끌어간다. 

춘추전국시대 한비자는 실천형 리더에 관해 ‘리더는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며,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도전으로 극복해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부하의 충성에 의존하기보다 문제를 풀어낼 재능을 가진 사람을 중용하며,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자는 이렇게 실천하는 리더가 돼야 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임직원이 항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리더가 되려면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일의 세밀한 부분까지 알 필요가 없다. 전문적인 것은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실무자에게 맡겨야 한다. 리더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점도 있지만, 리더는 전체를 보고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팬데믹에 이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CEO와 HR 담당자들이 당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혜를 품어야 할지 제언한다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도 있듯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두 번이나 암에 걸렸지만 모두 이겨냈다. 많은 사람이 절망하고 걱정부터 하지만 이것이 암을 이기게 해주지는 않는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다면 나을 병도 악화돼 죽을 수 있다. 병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부터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싸워 이길 수 있다. 

비단 질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부터 먼저 회복해야 한다. 그러고 난 후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정표 없던’ 험난한 여정을 극복하고 덕산이라는 이정표를 굳게 세웠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덕산은 울산에서 성장한 지역 향토기업이기에, 은퇴 후 울산지역의 발전을 위한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우선 스타트업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공익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맞춤식 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투자할 계획이다. 

예전에 제조업으로 성장했던 울산은 최근 주력산업이 성숙단계를 거쳐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일자리가 줄고 인구도 감소하는 추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스타트업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통해 고용을 유발하고 지역의 사업 지평을 바꿨으면 한다.

두 번째로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료복지 지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울산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이 밀집돼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금전적인 문제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업에서 은퇴하면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구상하고 힘이 닿는 한 이러한 사업에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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