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동철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 저자

2003년 2월. 장동철 팀장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팀장으로서의 인사와 함께 앞으로도 일과를 시작하며 편지를 전하겠다는 짤막한 내용의 글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구성원들에 전했다. ‘감성으로 공감’하며 팀을 이끌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아침편지는 이후 17년간 3천여 통의 글로 이어졌다.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는 3천여 통의 편지 중 120편을 추려 엮은 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지내고 퇴직한 저자가 직장에서 성장하며 성찰했던 일과 삶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성장을 위한 인생,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과 태도, 리더십에 대한 고민, 가정 생활과 소소한 행복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시선을 일과 삶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어떤 길을 걷고 있으며, 함께하거나 뒤를 따라오는 이들에게 어떤 가이드가 되며 또한 어떤 여행자가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제법 괜찮은 리더’로 후배들과 공감하며 걸어온 직장 생활의 여정을 한 권의 책에 담은 후 제2의 여행자로의 출발을 준비하는 장동철 저자와의 만남을 공유한다.

장동철 저자. 사진=김혜리 기자
장동철 저자. 사진=김혜리 기자

책 소개와 함께 출간 계기를 설명한다면.

인사담당자로 오랜 기간 일하며 리더십 향상, 구성원과 함께하는 즐거운 직장 만들기에 에너지를 쏟았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이번에 출간한 책이다.

경영서적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 직장 선배가 지극히 평범한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후배들과 나눈 편지 모음이다. 2003년 2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인사팀장을 맡으며, ‘바람직한 리더란 무엇일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했고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과 편히 소통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아침편지’를 직접 써 구성원에게 전했다. 책은 17년간 전한 3천여 편의 편지 중 120편을 담은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도 아침편지를 엮어 책을 출간하자는 후배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은퇴 후 선물로 전하겠다는 답으로 대신해왔다. 은퇴 후에도 출간을 주저했다. 나를 잘 아는 구성원들과 짧은 편지로 교감하는 것과 책을 통해 일반 대중을 만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침 후배가 추천한 출판사 몇몇 중 한 곳과 인연이 닿았고 보다 많은 이와 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

소통 수단으로 편지를 택한 이유는. 

팀원 시절 대기업의 일하는 분위기나 방식이 너무 경직돼 있어 업무 효율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상사의 고성이 나올 때마다 눈치만 살피는 구성원들의 모습도 싫었다. 

만약 팀장, 임원이 된다면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다. 진솔한 글을 통해 ‘감성으로 공감’하고 싶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이끌던 고속성장기에는 속된말로 멱살 잡고 직원들을 이끌어도 됐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내 후배들인 X세대, 그리고 그 X세대를 꼰대라 생각하는 MZ세대와 함께 조직을 이끌어가려면 무엇보다 공감이 가장 중요했다.

첫 아침편지는 2003년 2월 11일 보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첫 한 달 동안은 따로 보관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마 첫 편지는 신임 팀장으로서 앞으로 편지를 보내겠다는 이야기, 어떤 팀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두세 단락 정도의 아주 짤막한 글이었다.

‘일’과 ‘삶’이라는 주제 아래 5장으로 구성했다.

플랜비디자인 ㅣ 304쪽
플랜비디자인 ㅣ 304쪽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나름의 철학에 따라 날짜순이 아닌 편지의 내용에 따라 각 장을 분류했다. 누구나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지만 일에만 치중해선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통해 생활에 활력을 얻어야만 힘든 직장 생활을 잘 이겨낼 수 있다.

능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승진하고 임원 자리에 오르더라도 가족과의 삶이 진실되지 않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가족이 있었기에 때론 고되고 힘든 직장인으로서의 일과 삶을 이겨 나갈 수 있었다.

1장 ‘삶-당신의 시선 그 너머’는 세상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 또는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다. 2장 ‘삶-당신을 지탱해준 일상’은 소소한 생활 속 이야기로 삶을 지탱해 준 기억들 그리고 행복에 대한 글을 담고 있다. 3장 ‘일-당신은 좋은 리더입니까’는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며 4장 ‘일-어떤 마음, 어떤 가짐’은 일하는 방식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다. 5장은 응원을 담은 후배들의 답장을 담고 있다.

5장부터 읽기를 권한다는 서평도 눈길을 끈다.

17년간 편지를 보내면서 직원들의 답장도 꽤 받았다. 다만 기록으로 남겨둔 답장은 없었다. 책을 준비하며 아침편지에 관심이 많았고 답장을 많이 보냈던 사람들에게 부탁해 글을 받았다. 모두 지나치게 좋은 내용을 보내줘 부끄럽지만 그대로 실었다. 
5장을 통해 아침편지의 17년 여정이 그저 선배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침편지 관련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

“마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고 안부와 위로의 편지를 보내신 것 같다”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했다. 편지가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있는 대로 담담히 써내려 가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신기(神氣)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고민하던 일에 대해 명쾌한 솔루션을 줬다”고 말해준 이들도 있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소개하기는 적절치 않아 책에는 수록하지 않았지만 강렬하게 제 마음을 드러낸 글들은 여전히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책에 실린 글 중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큰 딸을 생각하며 쓴 ‘파도를 기다리는 능력’(130p)이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다.

책이 출간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반응은 어떤가.

사진=김혜리 기자
사진=김혜리 기자

평범한 이야기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이 책은 어떤 주제를 정해 주장하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내용이 아니다. 편하게 읽으면서 글쓴이의 시선을 자신에 맞게 찾아내고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어떤 지식을 얻겠다거나 정답을 찾는다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선배가 애정을 가지고 후배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정도로 편하게 대한다면 저자로서 만족한다.

책이라는 것 자체가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조금 답답한 소통 수단일 수도 있다. 다만 바란다면 젊은이들이 자신보다 30년을 앞서간 직장 선배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나와는 이런 점에서 일과 삶을 달리 봤구나’ 하고 다름을 인식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혔으면 한다.

그들이 미래 조직의 리더로 성장했을 때 책에 담긴 리더로서의 고민과 교차시켜 더 좋은 생각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배 입장에서 HR담당자가 가져야 할 태도와 가치관은 무엇이라고 보나.

역량보다 태도가 우선이다. 현직에 있을 때도 후배들에게 수도 없이 했던 말이다. 뛰어난 역량을 갖췄더라도 태도와 가치관이 바르지 않다면 인사 업무를 맡을 자격이 없다. 또한 일과 조직 그리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굳이 인사담당자의 역량을 꼽자면 구성원 또는 조직 간 원활히 소통하려는 능력, 그리고 가치에 부합하지 않아도 전체를 위해 참아낼 수 있는 갈등관리 스킬이 요구된다. 커뮤니케이션과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을 갖춰야만 원칙과 형평이라는 고전적인 인사기능도 취지에 맞춰 살려낼 수 있다.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울러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정리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점에 가면 리더십에 관련된 책들이 너무나 많다. 또한 시대와 환경, 당면한 현실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의 역량도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바라는 리더의 역량 중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자신은 물론 구성원들에 대한 사랑이 바탕에 없으면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사랑이 없는 리더들은 겉으로는 회사를 위하고 구성원들과  동행한다고 하지만 내면에는 큰 욕심이 숨겨져 있는 것을 자주 봐왔다. 리더는 항상 자신을 성찰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참고 기다리는 능력이 요구된다.

향후 계획은.

3년에 한 권씩 책을 쓸 생각이다. 수요가 있다면 내 경험을 진지하게 나누는 일도 하고 싶다. 두 번째 책은 직장 생활 동안 해 왔던 인사와 리더십에 대한 좀 더 깊은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한 내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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