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윤경욱 스펙터 대표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윤경욱 스펙터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불안정하고 공정하지 못한 채용시장의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평판 기반 인재검증 플랫폼 스펙터(Specter)는 그렇게 시작됐다. 2021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펙터는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이 간단한 이력만으로 지원자의 평판을 조회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자는 커리어 브랜딩 최적화로 강점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데이터 기반 평판조회와 효율적인 검증을 통해 출시 2년 만에 지원자 5만 명의 평판 데이터베이스(DB) 20만개를 갖추고 3천여 개 고객기업의 채용을 돕고 있다.
윤경욱 스펙터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의 가장 큰 영역 중 하나인 일터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돕는 바로 그 지점에 스펙터가 자리하고 있다”며 “기업과 지원자 모두가 만족하는 공정한 채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비즈니스 경영전략이나 창업에도 관심이 있었다. 창업이라는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3년간 일하며 기업경영과 창업, 산업구조 전반에 대한 시야를 보다 넓힐 수 있었다. 
이후 2015년 대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한 공동 구매 플랫폼을 만들었다. 첫 창업이었다. 어림잡아 우리나라 대학생의 3분의 1이 접할 정도로 플랫폼은 성장했고 직원 300명에 중국 시장까지 진출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어 지금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오히려 그때의 어려움과 값진 경험이 오늘의 스펙터를 있게 한 소중한 자산이다.

채용시장 특별히 평판 검증 분야 창업을 택한 계기가 있을 것이다.
스펙터는 첫 창업 때의 경험이 그대로 투영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응원단 활동을 할 정도로 외향적이었고 사람과의 신뢰와 관계를 특히 중시했다. 화목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때 행복을 느꼈고 첫 창업 때도 특별히 HR 영역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사업을 정리할 때도 함께 했던 300명의 직원이 다른 기업과 조직에서 더 빛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종종 들었다. 성격이 겸손하고 자기 PR에 낯선 직원들은 역량이 뛰어남에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알맹이는 없는데 성과를 부풀리고 인격적으로 조금 부족한 친구들이 좋은 회사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 불합리하다 여겼다. 한편으로 기업을 하는 지인들에게는 지원자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좋은 사람 채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우리나라 채용시장이 이렇게 불안정하고 공정하지 못하구나’ 여겼고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서 제대로 된 평판 정보를 제공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공정한 채용시장을 목표로 시작한 것이 바로 스펙터다.

사진=김혜리 기자
사진=김혜리 기자

평판 기반 인재검증 플랫폼인 스펙터를 소개해 달라.
스펙터는 취업 지원자의 평판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2021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이 지원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만으로 10초 만에 이전 회사에서의 평판을 조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다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원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기업을 돕고, 지원자에게는 면접이나 서류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원자의 평판 정보를 플랫폼화한 것은 스펙터가 최초다. 통신정보제공 사업을 위해 필요한 모든 법률 검토를 대형 로펌을 통해 마쳤다. 지원자 본인의 동의 없이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 누구도 열람할 수 없도록 해 개인정보 보호 부분에 있어서도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현재 스펙터에는 누적 평판 데이터베이스(DB) 20만개가 수집돼 있고 평판이 등록된 지원자는 약 5만 명이다. 스펙터를 이용해 지원자의 평판을 조회하는 고객사는 3,000개사에 이른다. 스펙터의 성장세에 걸맞게 투자 유치가 이어졌고 6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감하며 누적 투자금액은 총 83억원에 이르고 있다.

스펙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사용자 즉, A라는 기업이 스펙터에 평판 정보가 등록된 지원자를 채용 목적으로 검증하는 경우라면 거의 실시간으로 주변인의 평가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누적 평판 DB는 현재 20만개이지만 이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10초 조회, 즉시 조회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펙터에 평판이 등록되지 않은 지원자에 대해선 회원으로 가입한 사용자 측이 웹에서 ‘평판 요청하기’ 기능을 활용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용자가 지원자의 평판 정보를 요청하면 지원자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평판을 작성해 줄 주변 사람의 연락처를 입력하게 하는 방식이다. 평판을 조회하는 사용자가 작성된 내용을 확인하고자 할 경우에는 플랫폼 상에서 작성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스펙터에 평판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지원자의 경우 사용자 요청 시점으로부터 평균 1.6일 내 3.8개의 평판이 등록되고 있다.

‘평판 인사이트’ 등 새롭게 선보였거나 2023년 새로 출시하는 기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판 인사이트는 작년 말 선보인 기능이다. 지원자에 대한 여러 평판들의 트렌드를 분석해 일치율이 가장 높은, 따라서 지원자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성향을 키워드로 요약해준다. 다양한 성향 정보를 직접 해석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데이터 기반의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이스펙터’는 검증 기능이 추가된 지원자의 커리어 브랜딩 공간이다. 커리어 팩트체크 시대에 발맞춰 지원자가 스스로 작성한 커리어 브랜드를 서류로 검증할 수 있으며 추후 소셜 검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올해는 기업의 많은 인사담당자가 요청하고 있는 평판 보고서 다운로드 기능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HR 부서는 스펙터에서 조회한 평판 정보를 보고서로 만들어 임원진, 대표자 면접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운로드 기능을 통해 보다 편리하게 보고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스펙터 사용자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초기에 시장 니즈가 있는 제품, 즉 ‘Product Market Fit’이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 사업 모델을 잘 구축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고객 경험 관점에서 집요하게 문제를 찾고 끊임없이 개선해 내는 사이클이다. 
스펙터는 이런 사이클에 상당한 강점이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고객이 보내는 작은 메시지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떻게 최적화시키고 고객들의 행동을 유도할지 고민하는 CX팀과, 개선사항을 바로 제품에 구현하는 Product팀이 있다.
스펙터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이탈률을 세심하고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이탈률 지표로 만족도를 대변하는 것이다. 고객이 60일 간 평판조회를 하지 않으면 이탈기업으로 분류한다. 100명 이상 규모 회사는 매달 채용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볼 때 60일이라는 이탈률 측정 기간은 대단히 엄격한 잣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산출된 스펙터의 이탈률은 4.2%에 불과하다. 스펙터를 한 번도 안 쓴 기업은 있어도 한 번만 활용한 기업은 없다고 자신한다.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기능을 보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낮은 이탈률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 경영자와 인사담당자에게 평판 기반 인재검증의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이직 수는 1,106만 건에 달했다. 전체 이직자 중 과반수가 재직 1년이 채 안 돼 자리를 옮겼다. 장기근속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꾸 그만두니 채용은 급해지는데 급하게 뽑은 인재는 반드시 티가 난다. 불확실한 채용은 빠른 이탈을 불러오고 채용 실패가 반복되면 채용과 온보딩에 쏟아 부은 시간과 비용이 공중 분해된다. 
평판 기반 인재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한 지원자들 중 우리 조직, 조직의 구성원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재를 찾을 때 조직의 행복도가 높아지고 이는 업무 성과와도 연계된다.
스펙터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정량적으로 수집한 인재 평판 데이터는 일관성과 신빙성도 높다. 예를 들어 스펙터에 등록된 5천여 건의 인사권자 평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조직 우선 정도 △피드백 수용도 △회사 발전 기여도 △업무 분담 정도 △동일 직급 대비 성과 창출량 △팀워크 △리더십 항목에서 일정치 이상의 평가를 받을수록 전 직장에서도 다시 채용하고 싶은 우수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신빙성과 일관성이 확보된 평판 데이터는 인재 평가와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어 신속하고 정확한 채용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바야흐로 인재 채용 무한경쟁 시대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더 이상 비즈니스 지표에만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인재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둘 중 어느 쪽이 경쟁에서 승자가 될지는 자명하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판 데이터를 활용하면 우수 인재를 선별하고 시의적절하게 선점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채용으로 조직의 질을 끌어올리고 조직 운영의 주도권을 가져올 때 비로소 경영의 톱니바퀴는 활기차게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김혜리 기자
사진=김혜리 기자

스펙터의 지향점과 향후 계획은.
대외적으로 ‘평판 기반 인재검증 플랫폼’이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Trust with Specter’를 지향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의 가장 큰 영역 중 하나인 일터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그 지점에 스펙터가 자리했으면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사람은 하나의 우주와 다름없다. 그 우주를 데이터화한 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지원자 모두가 공정한 채용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스펙터는 우선 국내 시장에서 사용자 측이 필요로 하는 평판 DB를 현재의 5배 수준인 100만 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후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평판(레퍼런스)을 중시하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한국인 채용 대상자의 평판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추후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파일럿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스펙터를 통한 효율적인 평판 기반 인재검증 서비스로 취업 시장에서 기업과 지원자 간의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가장 진솔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가장 빛나도록 하는 한 가운데 스펙터가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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