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변연배 딜리버리N 대표

변연배 딜리버리N 대표는 IBM, 나이키, 모토로라, DHL,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부터 국내 대표 스타트업까지 유수의 기업에서 HR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새 책 <The HR>을 통해 30년 간 축적한 자신의 노하우와 HR의 120년 역사를 담았다. 변 대표는 “기업의 성장에 있어 HR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책을 펴냈다”며 “인사와 경영철학은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조직문화는 임직원들의 조직활동에 영향을 준다. 이 책이 경영자들이 인사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하도록 동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리더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리더는 구성원들의 동기유발을 위해 퍼실리테이터나 치어리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연배 딜리버리N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대표님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글로벌 IT 기업인 IBM에서 처음 HR 일을 시작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이키, 모토로라, DHL 등 다양한 산업을 오가며 국내외에서 HR을 담당했다. 그중 HR 임원 역할만 20년 넘게 했다. HR 기능을 중시하는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에서 HR을 할 수 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인생 거의 대부분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나라를 비롯 주로 글로벌 사업 환경에서 경력을 쌓아온 셈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HR 전문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인사제도를 연구하고 자문에 응하는 기회도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에서 HR 임원으로도 일했다. 현재는 ‘딜리버리N’ 대표로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딜리버리N은 어떤 회사인가.

사람들에게는 배달의민족으로 더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다. 전기오토바이나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운송수단을 사용하고, 특수고용직이 일반적인 음식 배달업계 최초로 정규직 라이더를 고용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ESG 개념을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사업 환경을 추구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신간 <The HR>을 펴냈다. 출간 계기와 함께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소개해 달라.

기업의 성장에 있어 HR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우량기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 사람 관리다. 사람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자원이다. 
기업의 성장 초기에는 인적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사람으로 귀결된다. 기업 활동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홀히 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초기의 성공에 도취돼 인적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기업은 결국 사람 때문에 위기를 맞는다.
장수기업은 대부분 사람을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기업의 일상적인 사업운영 과정에 스며들어 있다. 공유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리더로서 훈련된 역량을 가진 일선 관리자는 회사의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를 우리는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s Management)라고 부르는데, 이를 담당하는 부서를 통상 HR이라고 말한다. 고유명사나 다름없다. 그래서 책 제목도 ‘The HR’로 했다.

삶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있었다면.

두 가지 정도 말할 수 있다. 우선 하나는 IBM이라는 당시 세계 최대의 첨단 다국적 기업에 입사한 것이다. IBM은 역사가 오래된 IT 기업일뿐 아니라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HR이 체계화된 회사다. 이 회사에서 HR 일을 하게 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IBM은 내게 참 고마운 회사다. 
IBM에서 나이키로 옮길 때 이력서를 만들다 보니 총 10년간의 근무 중 2년 정도가 홍콩, 싱가폴, 뉴욕 등에서 교육을 받은 기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뉴욕 롱아일랜드 IBM HR Academy에서 받은 전문적이고도 집중적인 교육은 내 HR 경력의 기본적인 뼈대가 됐다. 특히 IBM에서 배운 HR 담당자로서의 마음가짐과 프로정신은 HR을 하는데 있어 평생 강력한 엔진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곡점은 마라톤을 시작한 일이다. 30년간 달리고 있고 풀코스도 수십 번 완주했다. 장거리 달리기는 나의 일과 삶에 활력과 균형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 또한 많았을 것이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난관은 무엇이었나.

특별히 업무과정에서는 위기나 난관이라 생각해 본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냥 처리해야 할 과제나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했다. 성취감도 번아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회복탄력성이 강한 편이라 생각한다. 간혹 회사와 철학이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그냥 내가 떠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주로 헤드헌터를 통해 회사를 옮겼는데 그때마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대해 흥분되고 가슴 설레었다.
회사를 옮길 때는 미국의 네이비씰과 같은 특수부대원이 장비를 챙겨 임무 수행에 나서는 것을 상상한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하자는 의미다. 거기서 죽든 살든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고, 그 임무를 마치면 바로 장비를 챙겨 다음 전장으로 이동하는 거다. 
회사를 옮기는 것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여긴다.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거다. 네이비씰의 마음처럼 나에게 주어진 HR 업무의 본질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변연배 대표(오른쪽)와 신경수 박사

한편으로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경영활동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모토로라 코리아의 인사임원 시절 일이다. 본사 정책으로 한국지사의 영업이 중단되고 모두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백 명의 직원이 갑자기 실업자가 돼 버린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결정된 일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문제는 한 명의 직원이라도 최대한 불만을 갖지 않게끔 하는 일이었다. 공적·사적 인맥을 총 동원해 한 명도 빠짐없이 재취업을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직원과 일대일 미팅을 했고, 각자가 느끼는 불안을 이해했다. 그런 감정들을 공감했던 것이 사태수습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때 경험은 이후로도 내가 직장생활에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끔 그때 일을 이야기하는 옛 동료들을 만난다. 당시의 그런 자상한 배려가 옛 직장에 대해 아직도 좋은 추억을 갖게 해 준 동기가 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

선택의 순간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 ‘맥락(Context)’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보이는 현상보다는 맥락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묵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그 회사는 신선한 생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지시할 수도 있다. 내일 아침에 9시발 KTX를 타고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가라. 거기 가면 우리가 거래하는 ○○상회가 있을 것이다. 거기서 킬로그램 당 2만 원에 20톤을 구매해 오라. 절대 2만 원 이상을 줘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지시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혹시나 9시 기차에 자리가 없거나, ○○상회가 장사를 안 하거나, 킬로그램 당 2만 원을 넘거나, 20톤의 물량이 없거나 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면? 담당자는 계속해서 상사에게 물어볼 것이고 현장은 혼란의 연속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싱싱한 생선이 필요한지, 얼마만큼 언제까지 있으면 되는지만 알려주면 된다. 이것이 맥락이다. 최상위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고 이 목표가 ‘케스케이딩(Cascading)’ 돼 내려가면 된다. 부서의 맥락이 있고 부서 아래 팀의 맥락이 있을 것이다. 팀장이 그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에게 일을 배분할 때도 그 맥락에 따라 업무지시를 할 것이다.
다시 어묵회사의 예를 들어 보자. 중요한 것은 신선한 20톤의 생선을 월말까지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정은 융통성을 가지고 본인들이 결정하면 된다. 그렇다고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곤란하다. 부정부패와 같은 윤리문제는 아무리 유연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타협해서는 안 되는 기준이다.

딜리버리N의 리더들이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조직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가?

리더라면 크게 스킬적인 영역과 인성적인 영역, 이렇게 두 가지 분야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전자는 자기 일에 대한 전문성을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리더이기 때문에 구성원을 리딩하는 자질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리더를 왜 따르는지가 결국 리더십의 원천인데, 이를 앞서 말한 스킬적인 영역, 인성적인 영역과 연계해 이야기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를 전문권력이라고 하는데, 구성원들은 리더의 전문성을 보면서 배우고 따르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음은 품성, 개인적인 매력이다. 이를 관계권력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사람에 따라 관계권력은 다르기 때문에 노력하면 충분히 획득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조직권력이다. 리더는 부서나 팀의 가장 윗자리에 있고 권력도 막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에 매진하게끔 유도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동기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위임을 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동기부여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동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나 치어리더의 역할도 해줘야 한다.

경기가 어렵다. 현 시대에 적합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 조언한다면.

리더는 직무가 어떠하든 우선 조직의 최상위 목표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가 속한 조직과 개인이 해야 할 목표에 대한 정의내릴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은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정통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도 민첩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동기가 일어나게끔 노력해야 한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하도록 동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리더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특히나 필요한 리더십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SGI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박사와 함께 ‘세상의 속도에 맞춰 리더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 시대 리더와의 인터뷰로 찾아보는 코너다. 신 박사는 일본 최대 HR 컨설팅 RMS의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6권의 책을 발간한 조직심리학 박사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HR분과’ 한국대표를 맡아 우리 기업의 HR 선진화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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