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최근화 유플리트 대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9월호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가 만난 최근화 유플리트 대표는 “UX 전문 에이전시로서 최고의 역량과 레퍼런스를 갖추기까지 부침이 많았지만 모든 일은 우리를 신뢰하는 이들의 진심 어린 지지와 헌신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며, 경영은 일을 도모하기 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진정성을 갖고 사용자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는다면 그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확실성의 현 시대는 분명 위기이지만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갈 것인지 잠시 숨을 고르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시기”라며 “각 영역마다 사업의 특성마다 분명히 이 시기가 품고 있는 기회요인이 있다고 본다. 그 기회를 발견하고 움켜쥐는 역할이 이 시대 리더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화 유플리트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최근화 유플리트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유플리트 소개를 부탁한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을 전문으로 하는 디지털 에이전시다. 2006년 설립 후 브랜드 사이트, 커머스, 각종 온라인 서비스, 은행, 카드사 등 다양한 고객의 비대면 채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혁신해 왔다.
2010년 전후로 모바일앱을 중심으로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 유수 1금융권의 앱을 모바일 퍼스트로 재편하는 UX 전문 에이전시로서 최고의 역량과 레퍼런스를 갖춰 왔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의 뱅킹앱 UX 컨설팅과 개편을 주도했으며 대한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고난이도 항공앱의 개선 사업도 유플리트 작품이다. 그 외 여행,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 리딩 서비스들을 UX 관점에서 진단, 분석, 솔루션을 제공해 오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UX와 서비스 디자인을 통합한 전문 컨설팅펌인 ‘엑스플리트’를 설립해 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토탈 UX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플리트를 설립하기까지의 개인 이력도 궁금하다.

대학 시절 철학, 예술, 미학 등에 심취해 학생회 활동 및 다양한 디자인 문화운동에 참여했다. 이때 방황과 고뇌, 실패가 현재의 나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1999년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물결이 세상에 몰아쳤다.
인종과 국경을 넘어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욕망이 나를 자극했다. 웹 디자인과 인터넷 시스템에 대한 기초 공부를 마치고 요즘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 의류쇼핑몰 회사에서 웹디자인을 하며 이 분야에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닷컴 버블로 여기저기서 새로운 기업이 생겨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혼란의 시기였다. 결국 첫 회사는 문을 닫았고 웹 에이전시를 찾아 이직했다. 그곳에서 ‘User Experience’라는 개념에 눈을 떴다. 결국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은 진화하는 기술이나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매개로 얼마나 편리하고 유익한 삶을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는가에 성패가 달렸다는 확신을 얻었다.
동시에 공장의 컨베이너 벨트처럼 효율과 생산성으로 관리되는 1세대 웹 에이전시들의 경영방식으로는 UX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는 좌절감도 밀려왔다. 퇴직금만 들고 2005년 12월 ‘Human Centered Design&Innovation Consultancy’라는 비전으로 유플리트를 설립했다.

삶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된 사건은 무엇인가.

2003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되며 인터넷뱅킹 통합 사업이 시장에 큰 이슈로 떠올랐다. 앞으로 금융서비스가 생활에 아주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갖고 있던 터라 디자이너들과 방대한 벤치마킹과 분석을 시작했고 나름의 차별화 방안과 인사이트를 도출해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금융권 경험이 없고 이미 경쟁사가 사전 영업을 해 놓았다는 이유로 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주말을 이용해 뜻 맞는 팀원들과 조용히 제안서와 디자인 시안을 준비했고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제안서를 제출했다. 경
영진은 속된말로 난리가 났고 제안 발표에는 혼자 쓸쓸히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10여 명씩 참석해 기세등등하게 발표를 하는 경쟁사에 비해 나의 모습은 초라했다.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픈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하자고 다짐했다. 미친 듯 격렬한 발표를 마치고 파김치가 돼 내려왔다.
그런데 반응이 뜨거웠고 사업 수주도 성공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에 디렉터로 참여해 KB국민은행 인터넷뱅킹의 새 역사를 만들어 냈다. 많은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UX 중심의 인터넷뱅킹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레퍼런스가 됐다.
그때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무모한 창업이었지만 한편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당시 함께했던 KB국민은행 관계자들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지금까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진정성을 갖고 사용자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는다면 그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된 이 일은, 지금까지 기업을 경영하며 지키는 신념과 원칙이다.

잊을 수 없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지옥을 맛봤다. 카드사와 연계된 제휴서비스 구축 프로젝트 중 제휴사의 부실과 도산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받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3억원 가까운 미수금은 창업 초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였다. 
자포자기에 빠진 그때 귀인이 나타났다. 티켓예매 서비스 프로젝트의 대표께서 “최 대표는 절대 망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격려하며 거금을 대여해 줬다. 그 도움으로 현재의 서교동 사무실을 얻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모든 일은 나를 신뢰하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지지와 헌신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며, 경영은 일을 도모하기 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서교동에서의 제2의 출발은 구체적인 실천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한 분기점이었다. 유플리트의 ‘선언문’, ‘Inspired by Essence-본질로부터 영감을’, ‘원유플시스템’과 같은 실천강령과 미션, 방법론이 정의된 것도 이때다.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경영활동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서교동으로 이전한 시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웹 접근성이 업계 이슈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IE(익스플로러) 외 다른 브라우저 환경에서는 인터넷을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사용조차 불가능했다. 이런 사회적 이슈가 제도화되면서 은행의 뱅킹서비스가 타깃이 됐다. 대규모 사업이 예상됐고 KB국민은행이 선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대규모 사업인데다가 레퍼런스가 없어 시장에서 먼저 수행경험을 선취하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직접 팀을 꾸려 프로젝트 일원으로 참여했다. 직원들과 속된말로 동거동락하며 세상에 없던 완전한 ‘오픈뱅킹-모든 브라우저에서 동일한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뱅킹’을 만들었다.
성과는 예상보다 컸다. 타 은행의 의뢰가 쇄도했고 근 3년 가까이 다수의 ‘오픈뱅킹’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유플리트에 ‘금융전문 에이전시’라는 네임밸류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무엇보다 이 시기 현재의 유플리트를 이끄는 리더들이 형성된 것이 큰 보람이자 성과다. 대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기도 하지만 진정 때가 왔을 때, 혁신을 일으킬 때, 누구보다도 먼저 앞장서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떤 일에 있어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솔직히 창업 초기에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떠밀리는 상황’이었다. 돈이 없어서, 일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타협하고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떠밀려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은 떠나고 상황은 반복되기 일쑤였다. 지금은 원칙을 지켜 의사결정을 하고자 애쓴다.
‘이 일을 왜 하는가?’, ‘직원들의 성장에 기여하는가?’, ‘좋은 동료들이 남는가?’, ‘이 일을 통해 보람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가?’, ‘고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결정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이 전부다. 기계나 솔루션이 대체할 영역은 극히 일부이고 제한적이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비전과 미션인 ‘인간 중심의 디자인과 혁신을 창조하는 디지털 컨설턴시’로서 부합되는 결정인가가 모든 의사결정의 본질이 돼야 한다. 그 가치를 확고히 할 때 고객이 우리를 다시 찾았고 매출 증대로 이어져 왔다. 

최근화 대표(오른쪽)와 신경수 박사. 사진=김혜리 기자
최근화 대표(오른쪽)와 신경수 박사. 사진=김혜리 기자

100인 100색의 직장인 행동유형을 경험했을 것이다. 직장인의 바람직한 행동, 그렇지 않은 행동에 대한 가치관이 궁금하다.

17년간 조직을 이끌어오다 보니 한 가지 명확하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친절한’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한 구별이다. 가식적인 예의범절 같은 것이 아니라 동료·고객들과 일할 때 나타나는 친절함이다. 
친절한 사람이야 말로 똑똑하고 자존감이 높다. 맡은 일이나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료나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단박에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친절한 사람은 상대방의 얘기를 집중해서 듣는 힘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이해한 상황에 대입해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수용한다. 유플리트는 이 ‘친절한 인재’들을 찾고 합류시키기 위해 애쓴다.
유플리트는 대표이사가 1차 인터뷰를 직접 진행한다. 직접 임하며 얻는 효익은 크다. 요즘 인재들의 고민과 성향도 알 수 있고, 아주 ‘라이브’한 시장상황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특별한 실무검증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1차에서 인터뷰를 끝낸다. 아주 빠른 인재채용 프로세스로 부서장이나 임원들이 면접으로 시달릴 일이 없다. 
내가 1차 인터뷰에서 주로 보는 관점은 살아온 이력의 신뢰성과 친절함에 대한 판단이다. 모든 일이 팀을 중심으로 협업해 이뤄지는 조직에서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되 친절한 사람인가 아닌가가 좋은 동료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친절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몸에 배어 나타나는 무의식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 어울리는 리더의 역할은?

각 영역마다 사업의 특성마다 분명히 이 시기가 품고 있는 기회요인이 있다고 본다. 그 기회를 발견하고 움켜쥐는 역할이 이 시대의 리더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심을 잡고 기회를 포착하자! 

■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SGI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박사와 함께 ‘세상의 속도에 맞춰 리더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 시대 리더와의 인터뷰로 찾아보는 연재다. 신 박사는 일본 최대 HR 컨설팅 RMS의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6권의 책을 발간한 조직심리학 박사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HR분과’ 한국대표를 맡아 우리 기업의 HR 선진화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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