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이사 사진=김혜리 기자
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이사 사진=김혜리 기자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인 반면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속한다. 오래 일을 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즉 열정을 갖고 일한다기보다 그저 마지못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슈인 조용한 퇴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창의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은 더더욱 기대하기가 어렵다.
대한민국 최고의 몰입 전문가로 통하는 황농문 <몰입: 두 번째 이야기> 작가는 “천천히 생각하기를 습관화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고도로 집중된 상태로 업무에 매진할 수 있다”며 몰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오랜 기간 몰입이 사람 뇌에서 작용하는 원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두뇌 활용법을 과학적으로 탐구해 온 황 작가를 만나 몰입에 이르는 방법, 몰입의 효능을 들어봤다.

개인 소개를 해 달라. 
올 2월까지 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년퇴임 이후에는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몰입을 체감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서 <몰입아카데미>를 열고 운영 중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공기업을 대상으로 몰입을 주제로 강연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몰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 7월에는 독자들의 꾸준한 애독 덕에 <몰입: THINK HARD!>가 100쇄를 기념해 합본판으로 출간하게 됐다. 2007년 출간한 <몰입: THINK HARD!>와 2011년 <몰입: 두 번째 이야기>의 합본판으로, 몰입으로 성공한 CEO 사례 등을 추가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책을 구성했다. 특히 이번 합본판에는 몰입으로 이룬 개인적인 성과도 함께 담았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게끔 특별한 관심을 보여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몰입: 두 번째 이야기’ 제목 아래 총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장을 꼽는다면.
‘4장 천천히 생각하기: 슬로싱킹’을 추천하고 싶다. 사람 뇌에서 아이디어가 얻어지는 원리가 과학적으로 잘 기술돼 있다. 
사람 뇌는 기억을 저장하기도 하고 인출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장기기억의 인출과 관련이 있다. 기억을 저장하는데 관련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이다. 각성 상태에서는 이 물질들이 많이 분비되지만 잠이 든 상태에서는 이 문질들은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사람은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각성 상태에서는 천재가 되지만 잠이 든 상태에서는 백치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기억을 회상하고 인출하는데 관여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아세틸콜린이다. 아세틸콜린은 각성된 상태보다는 이완된 상태에서 많이 분비되고 잠이 든 상태 특히 꿈을 꾸는 렘수면 중에 최대가 된다. 특히 잠이 들면 감정의 뇌를 억제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돼서 억제가 풀린다. 이는 감정의 뇌에 있는 장기기억에 대한 억제가 해제되면서 장기기억의 인출이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잠이 들면 장기기억을 인출하는 능력이 각성 상태에서는 백치가 되지만 잠이 든 상태에서는 천재가 되는 것이다. 
요컨대 매일 밤 잠이 들 때 사람은 천재의 뇌를 경험한다. 그런데 사람은 이 뇌를 활용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잠이 들면 전두엽이 활동이 약화돼 문제에 대한 의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도의 몰입 상태가 되면 깊이 잠이 든 상태에서도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즉, 사람은 잠이 든 상태에서 천재의 뇌를 활용해 해결책과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몰입을 극대화하려면 ‘몰입의 4단계’를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는데, 몰입의 4단계를 독자들에게 공유한다면.
몰입은 뇌를 ‘의식적으로’ 길들여야 가능하다. 길들임에도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뇌가 미지의 난제를 직면하고・경험하기(생각하기 연습)다.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임을 증명하라”는 수학 문제가 있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지만 짧게라도 몇 분, 몇 시간 동안 생각하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단계에서 포기하곤 한다. 문제 난도가 높을지언정 내 지적 잠재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끝까지 풀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내 뇌가 얼마만큼 가동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슬로싱킹(천천히 생각하기)’이다. 천천히 생각하기는 명상에 가까운 행위다. 온몸에 힘을 빼고, 목을 뒤로 기대고 편안하게 앉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아주 천천히 생각한다. 결과를 빨리 얻으려는 조급함 없이, 쉬는 듯이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화두 하나만을 몇 개월간 탐구하는 불교의 ‘간화선’이란 수행법과 유사하다. 
세 번째 단계는 두뇌 활동을 최대로 높이는 ‘몰입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몰입적 사고란, 1초도 쉬지 않고 종일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일주일 가량 생각을 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연중 1~2회 사고 주간(Think Week)을 확보하면 좋다. 이때 해결해야 할 문제를 1초도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생각하면 사람 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 뇌는 이 자극을 생존과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몰입의 최고 상태에 도달한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최선의 몰입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진입하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대상에 빠져든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집중 상태에 이르어 통찰력을 얻게 된다.

본지 독자인 인사담당자들에게 조직 구성원이 업무에 몰입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우선 직장인들이 일에 몰입하지 못해 겪는 증상부터 얘기한다면 대표적인 게 월요병이다. 월요병을 토로하는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수동적인 자세로 업무를 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자. 골치가 아프다고 치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생각하기를 싫어한다. 지시가 있으니 일을 하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고통스러워하고, 자연히 일 처리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그 문제에 몰입하는 힘을 주곤 하지만, 그 자체가 크면 오히려 지칠 뿐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면 주말에 미리 ‘목표 설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짧게라도 생각하면 된다.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을 리스트업 하는 작업을 하거나 관련된 일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생각을 하면 몰입도가 올라가 월요병이 없어지고 업무 능률이 올라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조용한 퇴사가 화두다. 기업 차원에서 이를 예방하고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해 달라.
‘싱크 위크(Think Week)’ 제도를 추천하고 싶다. 싱크 위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입한 조직 운영 전략으로, 자사 임원에게 생각에만 몰입하게끔 1년에 두 번씩, 일주일가량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 기간만큼은 철저히 업무에서 배제되고, 그 시간을 보장받는다. 해당 임원에게는 생각을 정리해 요약본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발표하게끔 한다. 
이후 직원들은 공유된 아이디어에 점수를 매기는 과정을 거친다. 임원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고,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공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임원급을 중심으로 ‘원씽그룹(one thing group)’을 생성하는 것이다. 아무나 지정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 조직에서 책임질 위치에 있고, 아이디어를 잘 내거나 생각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 아이디어 그룹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인생에 목표가 있어야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명확한 인생의 등대를 설정하고, 나만의 잠재능력을 불태워 가는, 후회 없는 삶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표준화된 몰입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학습법을 보급하는 데도 전력할 계획이다. 


글_최문석 기자 사진_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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