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원 엠아이큐브솔루션 대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12월의 주인공은 엠아이큐브솔루션㈜의 박문원 대표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오래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성과가 자연히 뒤따라오는 세상이 아니다. 2시간 코딩해도 10시간 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리더는 구성원이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사 소개를 해달라.
사명에 담긴 의미로 회사소개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엠아이큐브솔루션은 “제조(Manufacturing) 현장에서 생성되는 정보(Information)를 통합(Integration)하고 지능화(Intelligence)하는 솔루션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M+I3’으로 표현한 것이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은 전기∙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기계, 제철 등 주요 제조업종에 제조 실행 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과 설비 엔지니어링 시스템(EES, Equipment Engineering System) 구축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공급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 세라믹, 자동차 등으로 대상 업종을 다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제조 현장의 혁신을 희망하는 고객사들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하여 R&D 투자에 집중, 이를 통해 EES와 AI를 접목한 설비 지능화솔루션, 산업용 IoT솔루션, 제조특화 AI플랫폼과 빅데이터 기반의 공정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반 APS(Advanced Planning and Scheduling)솔루션 등 제조지능화 영역까지 아우르는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인생의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됐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전북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수로 임명,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지만 연구보다는 컨설팅 등 외적인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타입이어서인지 계속 교수로서의 삶을 이어갈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당시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당연히 가족, 친지, 동료 교수들의 만류가 이어졌지만, 고심 끝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원하는 삶을 살자고 생각해 과감히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이때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결심을 한 데는 미국에서 경험한 문화적 충격이 큰 계기가 됐다. 2002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수과정으로 미국에서 1년을 생활한 적이 있는데, 그 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35년의 한국생활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것이 내 인생 경로를 다시 설정하게 했다.

지금의 자리까지 수많은 위기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 하면, 코로나19 시기가 아닐까 싶다. 창업 10년 만에 20배 가까운 성장을 일궈냈을 정도로 탄탄대로를 걷던 중에 만난 위기여서 실로 충격이 컸다. 2019년 당시 매출 규모가 160억원, 직원 수는 170명에 달했다. 더욱이 우리 사업의 미래가치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회사도 생겨났던 때였는데,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진행 중이거나 곧 추진하기로 한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연기되었다. 또한 1년 넘게 진행했던 대형 프로젝트의 대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정적으로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설상가상으로 IT 업계에 이른바 ‘개발자 모셔가기’ 인재전쟁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고 개발자 유출은 계속되는 정말 어려운 시기였다. 아마도 2019년도에 들어온 투자금이 없었더라면 회사 문을 닫았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창업때부터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후배들이 있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든 2022년도부터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버티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고 했던가.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기에 올 8월 코스닥에 상장하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다고 본다.

지난 시간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경영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표이사는 야구 선수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 선수처럼 일해야 한다.”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해줬던 말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 자리는 3~4번 중 1번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플레이 과정이 누적되어 그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라는 말로, 지금의 내 자리, 시장에서의 엠아이큐브솔루션 위상은 그간의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만든 누적된 결과물이다. 이라고 생각한다. 성공과 실패 모두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이 다양하고 많아서 하나의 기준, 원칙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안의 무게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으로 실제 동일한 사안이라도 어제와 오늘의 의사결정 기준을 다르게 적용할 때가 많다. 
다만,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합리적인 대안 모색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과 양질의 정보 획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이해가 깊지 않은 분야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지인 찬스를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지인들에게 사안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열심히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는 편으로, 실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한 결정사항은 실패보다는 성공하는 경우의 수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하나로 수렴하지 않을 때는 ‘정직’을 기준으로 결정하려고 노력한다. 정직을 키워드로 삼는 이유는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뭔가를 보태거나 뺀다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신뢰를 잃게 되어 더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정직한 의사결정은 지금 당장은 손해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많은 사람의 동의와 지지하는 힘이 있기에 큰 보상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100인 100색의 직장인 행동 유형을 경험했을 것이다. 직장인의 바람직한 행동,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개인적 가치관이 궁금하다.
‘직장인으로서 이래야 한다’ 또는 ‘이러면 안 된다’는 가치관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저러면 곤란한데’ 내지는 ‘아, 훌륭한데’ 하는 상식 선에서의 생각 정도로, 보편적인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대표는 이래야 한다, 임원은 이래야 한다, 직원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의 틀에 갇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회사 임원 중에는 직원들의 행동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고, 본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 역시 그들의 조직관리 철학으로 그대로 인정한다. 꼭 내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리더십 스타일에 맡기고 싶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의 리더들이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조직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지.
앞에 대답과 맥락이 이어질 것 같은데, 리더십의 타입은 너무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리더십이 요구되기에 특정한 리더십을 갖출 것을 주문하고 싶지 않다. 다만, 팀장이라면 기술 역량이건 서번트 리더십이건 팀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한두 가지 인간적인 강점과 적절한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으로서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좀 더 복잡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창의력’과 ‘협동심’이라고 본다. 지금은 오래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성과가 자연히 뒤따라오는 세상이 아니다. 2시간 코딩해도 10시간 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직원이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창의적인 조직은 몇 가지 제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질 때 만날 수 있다.

2024년을 준비하는 기업의 CEO들에게 조언한다면.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조직도 결국은 개인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개개인의 자질이 우수하고 그런 것들이 잘 연결될 수 있어야 조직으로서 제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연결이 안 되면 무용지 물일 수밖에 없다. 이 시대 필요한 리더십 또한 다른 게 없다. ‘융·복합’이 사회적 화두인 것처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엮는 작업 즉, 상호간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나 또한 이쪽에 경영 방점을 두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개개인의 능력 개발과 사기 관리, 이에 더해 임직원 간 소통과 협력하는 조직문화가 어떤 경영전략보다 중요하다. 


글_전성열 편집장 사진_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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