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훈 티쓰리큐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박병훈 티쓰리큐 대표 사진=김혜리 기자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이번 11월호의 주인공은 티쓰리큐(이하 T3Q)의 박병훈 대표이다. 그가 들려주는 선택의 순간을 들으며 현명한 미래를 설계하는 힌트로 삼고자 한다. 

회사명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가. 
T3Q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하는 시간(Time)은 3분의 1로 줄이고 품질(Quality)은 3배로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얼핏 생각하면 직원들 잡는 거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게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미이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2007년에 설립, 2014년까지는 오픈소스, 방법론, 아키텍처 등의 기술을 필요한 곳에 제공했고 2014년 이후부터는 모든 역량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통합플랫폼을 개발했고, 2019년 5월에 인공지능 관련 모든 제품을 통틀어 가장 먼저 GS인증을 획득했다. 현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업무혁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됐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2000년, 삼성SDS 개발자로 삼성그룹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삼성에서의 경험을 뒤로하고 벤처기업, 삼성멀티캠퍼스의 IT 전임교수 등을 거쳤는데, 가장 큰 변곡점이라 하면 2007년 당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삼성SDS 멀티캠퍼스 전임교수 자리를 박차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5명의 동료와 함께 창업을 결심했을 때다.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SW 기술을 통해 해결하자는 목표가 뚜렷했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가 T3Q다. 개인적으로 더 없이 잘한 선택이라 믿는다.
이와 함께 회사의 대표 아이템인 ‘AI 훈민정음’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을 최고 수준으로 활용하는 나라가 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얘기하고 싶다. 참고로 현 정부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AI 활용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에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와 기업,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작한 ‘닥터앤서’라는 인공지능 플랫폼 회사를 인수해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성장시킨 과정도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한 결정적인 단계였다고 본다.

지금의 자리가 있기까지 수많은 위기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보면, 어느 것 하나 무난히 원하는 것을 얻었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렇게 큰 위기나 난관은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파헤치고 해결해 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성향이라 즉, 난관을 어려움이 아닌 도전으로 생각했기에 계속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와 도전적인 자세가 오늘의 나를 그리고 T3Q를 만들어 준 주요 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긍정과 희망을 찾으며 나아가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고 믿는다.

과거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경영활동이나 프로젝트는.
T3Q에는 독특한 제도가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많이 알아야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 아래 매주 금요일을 배우고 토론하는 날로 정한 ‘T3Q Friday’ 제도다. 인력 규모가 크게 늘어나며 최근 들어서는 제도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규모에서도 T3Q Friday가 가동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구성원 간 소통은 많으면 말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더 나은 해결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조직 역량과 연결되는 문제라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같이’의 ‘가치’를 키우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
일하는 방법도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T3Q의 일하는 방식은 3단계로 요약 가능하다. 1단계는 요구사항의 확인으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이 요구한 것이 이것이 맞습니까?”의 언어로 누구든 일을 받은 사람은 요구한 이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단계는 중간점검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데 계속 가도 됩니까?”의 언어로 지시받은 일이 1단계가 마무리되면 반드시 가서 되물어야 한다. 3단계는 완료 전 점검이다. 최종 보고하기 전에 “나는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충분합니까?”라고 물어봐야 한다. 

박병훈 대표(왼쪽)와 신경수 박사
박병훈 대표(왼쪽)와 신경수 박사

가장 기억에 남은 프로젝트는 통일부의 ‘북한정보 인공지능·빅데이터 분석시스템 구축 2021~2023’이다. 그간 T3Q가 축적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통합플랫폼 기반으로 통일부가 보유한 모든 북한정보를 분석하는 체계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그간의 플랫폼에 대한 검증과 더불어 향후 AI디지털플랫폼 정부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전 국민이 AI를 쉽게 배우고/찾고/만들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AI훈민정음’을 만든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세종대왕은 글이 없어 자기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28글자를 만들어 백성들이 생각한 바를 글과 말로 표현하도록 한글을 창제했다. ‘AI훈민정음’은 인공지능에서 다루는 데이터 7종, 인공지능이 하는 태스크 4가지를 조합한 28가지 우수케이스를 통합 플랫폼에 탑재한 사례집으로, 세상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의 기준은 주로 경험과 직감(느낌)이다. 이 두 가지는 각각 과거와 미래를 고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경험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좋았는지 또는 어떤 선택이 실패했는지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토대로 현재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직감(느낌)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때로는 데이터나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적인 느낌이 매우 가치 있을 때가 있다.

인재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도전적인 사람들을 인재로 여긴다. 이런 인재들의 특징을 정리하면, 이들은 호기심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긍정적 사고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능숙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들은 융통성 있는 태도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며, 소통 능력을 통해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협력하고 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목표지향성을 가지고 성장과 성취를 위해 노력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열린 사고와 긍정의 에너지를 지닌 이들은 문제 해결, 혁신, 협업,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와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런 직원들이 우리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이다. 참고로 T3Q는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도전적 일을 한 직원에게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혁신의 시기, 리더들에게 주문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리더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만들고 어려운 일을 성취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이 1등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남’을 1등 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자신이 경기장에서 골을 차 넣는 사람이 아니고, 자신은 비록 경기장 밖에 있지만 선수들이 골을 차 넣게 지휘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리더’이고 그렇게 하는 과정과 기술이 ‘리더십’ 이다.
사무실에 어떤 상사가 다녀가면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왠지 의욕이 떨어지는가 하면 또 다른 상사가 다녀가면 분위기가 업 되고 생기가 돈다. 바로 리더십의 차이인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혼돈의 상황에서 리더십은 더욱 절실하다.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요소가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긍정의 에너지를 함께 나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GI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박사와 함께 ‘세상의 속도에 맞춰 리더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 시대 리더와의 인터뷰로 찾아보는 연재다. 신 박사는 일본 최대 HR 컨설팅 RMS의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6권의 책을 발간한 조직심리학 박사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HR분과’ 한국대표를 맡아 우리 기업의 HR 선진화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글_최문석 기자 사진_김혜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