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뷰카(VUCA) 시대’라는 표현 널리 사용됐다. 사회·경제적 환경 변동적이고(Volatile), 불확실하며(Un- 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뷰카 자리를 바니(BANI)가 대체하고 있다. 부서지기 쉬우며(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적이며(Non-linear), 이해하기 어려운(Incomprehensible) 혼돈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언제 무슨 일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혼돈의 상황에서 HR의 역할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저마다 의견 있겠지만, 오랜 경구와도 같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전략적 HR’을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야후코리아, 구글코리아, 구글 본사, 카카오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조직 처한 상황과 현실에 맞춰 인사 전략을 가드 해온 황성현 퀀텀인사트 대표 또한 “HR 경영자적 관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고 인재와 조직역량을 어떻게 키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HR 조직 원하는 다음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변화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 HR의 시작자 끝”라고 강조하는 그와의 인터뷰 시간을 공유한다.

베테랑 인사조직 전문가로 통한다. 지나온 발자취를 소개해 달라. SK네트웍스 인사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실질적인 변화는 야후코리아, 구글 등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생겨났다. 글로벌 동향과 정보들을 흡수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1999년 야후코리아 인사부문장을 거쳐 구글 코리아 인사총괄, 구글 본사 시니어 HRBP, 카카오 인사총 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인사/조직 컨설팅 기업인 퀀텀인사이트 대표로 주로 스타트업의 인사/조직 자문, 컨설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사를 구성하는 각각의 프로세스부터 전사적인 틀을 설계하고 전략을 그리는 경험, 기업문화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변화관리 등 인사조직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2023년 현재를 관통하는 HR 부문의 변화를 꼽는다면.  요 몇 년 사이 변화라 하면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환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미래의 일하는 방식으로 여겼던 하이브리드 근무가 하나의 근무형태로 자리 잡았고 이에 맞춰 보수적이던 HR 영역도 디지털 전환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각론까지 들여다보면, 급변하는 환 경에 맞춰 보다 애자일한 조직 운영을 하기 위해 스쿼드 (Squad) 조직이나 매트릭스(Matrix) 조직으로 조직구조를 변경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고, 성과관리방식에 있어서도 OKR(Objective Key Results) 등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거나 또는 도입, 운영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 표면적인 변화는 두드러지지만 그러나 아쉽게도 실질적인 인사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인재 영입에서부터 피드백, 평가, 보상체계 등에 이르기까지 HR 기능 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당장의 기업 생존을 위한 움직임만 있었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크지 않 았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듯했으나 다시 전통적인 조직 형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분명한 사실은 가까운 미래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근무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근무 환경을 구축한 지 오래다. 구글 본사 맵스(Maps) 팀에서 일할 때 이미 이를 목격했다. 팀에 8천명에 달하는 직원이 있었는데 이들은 구글 본사인 미국 서부 지역에만 거주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업무 성과는 월등했다. 애초부터 근무환경이 시공간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급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에도 혼란이 크지 않았다. 앞으로의 5년, 10년 후에는 우리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해질 것이다. 이미 국경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자문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만 봐도 해외 인재들이 많이 영입돼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 저마다의 사업 특성에 맞춰 어떻게 일하는 것이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등 업무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은 언제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MZ세대의 몰입, 육성,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현장의 고민이 많다. 처방전을 내린다면. MZ세대를 일컬어 개인적으로 게임세대로 정의하고 있다. 어떤 액션을 취했을 때 바로 점수나 레벨업 등 즉각 보상이 있는 게임에 익숙한 세대로, 일에서도 이들에게는 그때그때 적은 금액이라도 보상을 하거나 성장할 수 있도록 코칭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들은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로 정보를 즉각적으로 흡수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특징이 있다. 즉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거나 정보에서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일에 몰입하기 힘들어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기업의 경영진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 기업 운영 방식은 MZ세대의 특성이나 추구하는 가치관과 거리가 멀다. 직원들을 위한 수시 피드백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업무 실적에 대해서도 차기연도 1월이나 2월에 평가가 이루어지고 보상하는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과거 직장인의 가장 큰 보상은 임원급으로 승진할 때 주어졌다. ‘조직의 별’이라 불리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희생과 헌신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MZ세대는 조직의 별이 되는 것보다는 당장의 행복이나 자신의 성장, 경험을 중요시하는 세대다. 이러한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그때그때 필요한 피드백과 적절한 보상 체계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이들 개개인의 긍정적 경험을 강화하는 EX가 화두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적으로, MZ세대의 몰입, 육성,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처방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있다. 구글은 일찍부터 수시 피드백, 보상이 하나의 조직문화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재택근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에 대해 의견이 분분 하다. 견해를 밝힌다면. 재택근무는 업종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나와야 했던 업종이 있는 것이고,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굳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업종이 있다. 다른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로 복귀하는 것을 보며 다시 사무실 근무를 고민하는 기업들을 보면 아쉬움이 크다. 우리가 하는 업의 특징과 우리 구성원들의 역량이 재택근무를 해도 무방한 상황이라면 굳이 사무실 복귀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 이미 줌(Zoom)이나 슬랙(Slack) 등과 같은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니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소통에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경영진이나 조직장이 재택근무 상황에서 구성원을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사무실 복귀를 주문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디서 근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생산성을 유지하며 일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시기로 먼저 조직의 리더가 필요한 역량을 키워 야 한다. 조직문화 얘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나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경험을 빌려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면. 조직문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어떻게 성과를 낼지를 구체화한 것으 로, 즉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맞춰 필요한 행동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떠한 변화 시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단계별 절차가 있다. 바 뀌고자 하는 모습을 캐치프레이즈 형태로 구체화하는 게 1단계라면 2단계는 그에 맞춰 행동을 맞추는 단계이다. 따라서 조직문화 변화 시도에 앞서 먼저, 내부 직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유행에 편승하듯 선진기업의 제도를 무작정 쫓아가게 되면 ‘제도를 위한 제도’에 머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제도 중에서 우리 조직이 허용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즉 우리 조직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조직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조직문화 혁신은 프로세스나 시스템과 관련된 영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속인적 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앞에서도 언급한 리더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리더나 인사팀 등 주무부서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직원에게 수용성 있게 자리 잡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는데, 각 기업의 조직문화는 기업의 본질과 특성에 따라 모두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종종 조직문화 모범사례로 회자되는 기업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자사에 맞게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취사선택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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