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정광천 아이비리더스 대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8월호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가 만난 정광천 아이비리더스 대표는 “개인의 장점은 공동체의 시너지를 넘지 못한다. 이것이 곧 조직을 만들고 함께 하는 이유”라며 “리더는 자신과 대상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고 신뢰를 갖고 위임하며 본인의 역할에 솔선수범의 자세로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정광천 아이비리더스 대표
정광천 아이비리더스 대표

아이비리더스 소개를 부탁한다.

2003년 설립한 아이비리더스(IB Leaders)는 IT(정보기술) 분야, 특별히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된 기업이다. 21세기를 선도하는 이노비즈 솔루션 기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항공운항과 항행, 정비, 자격, 항행시설 등 항공안전 분야의 업무 효율화와 대국민 항공정보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 제공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아이비리더스는 이노베이션 비즈니스(Innovation Business)의 리더들(Leaders)이 되겠다는 의지로 고객과 기업을 위한 혁신적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토종기업으로서 고군분투하며 한국기업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 자체 기술력만으로 중견솔루션 업체로 성장했다.

아이비리더스 창립까지의 개인 이력도 궁금하다.

항구도시 목포에서 태어나 바다와 산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자랐다. 덕분에 자연과 가깝게 지내며 생각과 꿈을 넓고 멀리 키워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울로 상경해 학부에서는 정치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유학 등 학업을 이어가려는 계획도 가졌으나 주변 여건에 맞춰 제조와 무역 관련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젊은 시절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했던 기억은 특별하다.
무역업에 몰입해 일하던 어느 날, 평소 친하던 후배들이 찾아왔다.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에 함께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문과 전공에 엔지니어 출신도 아니라 두려움도 있었지만 워낙 가까이 지내던 후배들의 요청이었기에 거절이 쉽지 않았고 몇 번의 고사 끝에 합류하기로 했다. 나는 시장을 보고, 개발자 출신인 후배들은 제품을 보고 있었기에 우리는 어느 정도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조합이라고 생각했고 출발도 순조로웠다. 
다행히 시장 친화적인 솔루션들이 계속해서 론칭됐고, 시장 반응도 나쁘지는 않았다. 정보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는 기술과 트렌드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책임과 위임경영을 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인간존중, 가치중심, 미래중시의 경영이념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오고 있다.

삶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된 사건은.

첫 번째는 인문학과의 만남이고, 두 번째는 천주교 입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81학번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이듬해 대학을 입학한 우리 또래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던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시대에 학교를 다녔다.
당시는 혼돈의 시기였고, 이런 혼란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인문학을 만나고 신앙을 접했다. 자신과 이웃, 세상을 품고 사람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며 ‘나’답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데 있어서 이 두 가지 사건은 내 삶의 기준과 디딤돌이 됐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정반합’의 운동성으로 규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나름의 태도도 형성된 듯하다.
이런저런 여건으로 사업과 관련돼 살아온 지난 시간도 스스로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고 관계 맺는 변곡점이자 전환점이었다. 쉽지 않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건강한 경쟁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위하고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과정이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위기나 난관은 무엇이었나.

한 제조회사에서 해외무역을 담당했을 때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납품일을 맞추지 못해 바이어로부터 계약파기는 물론이거나와 손해배상까지 당한 사건이었다. 당시 거래처의 손실이나 손해배상도 큰 걱정거리였지만 나를 더 괴롭힌 건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표정이었다. 몇 개월을 밤새워가며 만들어 놓은 물건들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것을 보며 모든 직원이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화재의 흔적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정신적인 충격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당시 사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어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해결의 실마리는 사람에게 있고,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와 강한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입문 초기에 겪은 사건은 발생에서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이후의 크고 작은 삶의 여려움을 겪는 데 큰 나침반이 돼 줬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시장의 요구와 트렌드 변화 등 환경적 여건에 민감해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따른 내부 개발과정과 그 결과물의 성공적 결실은 매번 전투를 방불케 한다. 지인의 자사제품 도용, 컨소시엄 협력업체의 부실, 고객의 무리한 요구 등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잊을 수 없는 위기나 난관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동시에 우리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시켰던 매개체의 역할도 담당했다.

과거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경영활동이나 프로젝트는.

창업 이후 직원들의 노고와 주변의 도움으로 매년 고용과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흑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임에도 다행스럽게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익의 30%는 직원들을 위해 공유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50% 미만이다. 매년 크고 작은 재무적 성과와 고용 증대를 이룰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구성원들의 헌신과 고객의 응원 덕분이라 생각한다. 해마다 회사 이익의 일정 부분을 임직원들에게 배분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다. 
또한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3년에 걸쳐 4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자된 비행절차와 공역설계 프로그램인 ‘스카이로드(SKY ROAD)’는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항공 특화기술을 축적한 우리 회사는 활주로 위에서 날고 있는 비행기의 이착륙과 공역을 종합적으로 변경 및 설계하는 통합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공항에서 관제사가 하는 업무,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일, 비행기가 이동하는 길을 종합적으로 설계하거나 변경하는 소프트웨어다. 외산에 의존하던 제품이었는데 국산화에 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정광천 대표(왼쪽)와 신경수 박사
정광천 대표(왼쪽)와 신경수 박사

100인 100색의 직장인 행동유형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않은 행동에 대한 개인적 가치관이 궁금하다.

직장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태도와 실력이라고 본다.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는 성공적인 결과의 초석이다. 이러한 태도는 실력으로 완성된다. 직장인을 포함한 모든 생활인은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와 역할에서 바람직한 태도와 이를 만들어내는 실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일과 동료들을 대할 때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 그리고 이를 즐겁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쾌한 실천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각자의 입장에 따르는 책임감과 함께 구성원들과의 협력과 팀워크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개별적인 행동과 전체적인 활동을 균형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즐겁고 유머러스하게 말이다. 
반면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은 부정적인 인식이나 태도다. 시작은 비슷할지 모르나 진행과 결과는 대단히 좋지 않다. 당연히 과정도 재미없다. 책임회피의 자세와 소통과 협력이 부족한 행동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비리더스 리더들이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조직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가.

모든 일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가치는 사람이고 조직의 시작과 마침은 사람들과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여러 부분에서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절실한 대목이다. 큰 조직처럼 시스템에 의지하기에는 부족함이 앞선다. 결국 팀장과 본부장의 역할도 관계되는 대상들과 이러한 존중감을 바탕으로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를 근간으로 적절한 권한위임과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개인의 장점은 공동체의 시너지를 넘지 못한다. 조직을 만들고 함께 하는 이유다. 자신과 대상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고 신뢰를 갖고 위임하며 본인의 역할에 솔선수범의 자세로 임하기를 요청한다.
더불어 본인의 경험과 판단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멘토링과 피드백도 필요하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일치하는 유연한 변화관리의 동참도 따른다. 그러고 보니 해야 할 몫이 많은 것 같다. 아이비리더스 리더들에게 늘 감사함을 느끼며 지면을 빌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경기가 어렵다. 현 시대에 어울리는 리더의 역할이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조언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후 우리는 정말 새로운 변화와 경험을 강요받고 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오랜 기간 생각만 했던 일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일상화되기도 했다. 모든 위기는 기회를 품고 있다고 본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은 이 고통스런 환경이 이제 시작되는 단계이며 동시에 장기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진단과 처방을 주고 있으니 이 시대의 리더들이 계속 공부하며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가야 할 부분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나름 오랜 시간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느껴온 부분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해 본다. 무엇보다 현재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조직만의 방향설정과 실천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고민하고 만들어낸 자기만의 설계도와 공사지침서를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과 함께 지치지 않고 현실과 맞서서 대응하고 풀어가는 것이다. 이 때 단점의 보완도 고려하지만 자신만의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각자 도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리더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각자의 길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SGI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박사와 함께 ‘세상의 속도에 맞춰 리더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 시대 리더와의 인터뷰로 찾아보는 연재다. 신 박사는 일본 최대 HR 컨설팅 RMS의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6권의 책을 발간한 조직심리학 박사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HR분과’ 한국대표를 맡아 우리 기업의 HR 선진화에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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