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민 머서코리아 상무]

A사는 국내 대표적인 식품기업이다. 식자재유통사업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혁신을 통해 국내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다져왔다. 현재는 글로벌 종합 식품그룹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외식, 식품사업, 컨설팅 등 영역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 해외법인 매출 규모가 전체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적 사업 성장, 그러나 업무/인력 관리는…
그러나 사업 확대와 성장에 비해 내부 관리체계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으나 ‘사람을 중심으로’ 업무가 추진되는 경향이 짙었다. 일부 핵심인재를 중심으로 주요한 미션/과제가 부여되고, 이는 각 조직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내가 혹은 우리 조직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책임 범위인지 불분명하니 일의 연결이 흐릿해지거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회사 안에서 업무나 과제의 중복 수행이나 그레이존(Gray Zone)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조직역량을 최적으로 활용하고 시너지를 발현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소수 인재를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는 구조에는 조직/개인별 명확한 R&R 관리가 되고 있지 않고, 구성원들의 전문성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어느 조직의 어떤 담당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회사에는 어떤 인재가 있고, 그들은 어떠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졌는지 명확하게 파악/관리되지 못했다.

일과 구성원들의 현황 관리가 잘되지 않으니, 자연스레 믿을만한 일부 인재에게 일이 몰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인력의 이탈과 유입이 반복되며, 사업전략의 실행이 연속선상에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믿을만한 소수 인재를 중심으로 한 전략 추진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업을 지속하고 조직의 역량으로 내재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A사만의 고유한 가치나 일하는 방식의 지향점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업의 성장과 함께 인원규모도 증가하고, 사업영역이 확대되며 다양한 특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함께 어우러지게 되었다.

그러나 저마다의 성공방정식 안에서 일하는 경향이 짙었다. 어떤 조직에서 어떤 리더와 일하는지에 따라 업무의 방식이나 행동방식도 달랐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조직 이동, 리더의 변화 등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곤 했다.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에 차이는 업무 수행상 불협화음을 만들기도 하고, 업무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게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체계적 업무/인력 관리를 이끄는 HR 인프라 마련
이에 사업전략 달성을 뒷받침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인사운영의 토대를 탄탄하게 다지고자 했다. 일과 구성원의 관리 근간이 되는 HR 인프라 체계를 정비하고, A사만의 고유한 일하는 방식과 행동방식의 지향점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했다.

① 직무체계: 조직 내 체계적 업무 관리 인프라 마련
지금까지 조직 내 성장은 각 국가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만 근무해도 얼마든지 승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만큼 해외 근무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글로벌 리더로서 요구 역량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때 다양한 국가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어야 리더로서 성장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로 Nestle, P&G 등 Global MNC 기업들은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의 근무 경험을 요구한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과 성과가 우수해도, 글로벌 인재로서 다양한 국가/지역에서의 경험을 충족하지 못하면 리더로서 성장에 제약을 둔다. A사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목표하는 만큼, 해외근무 경험을 강조하고자 했다. Role과 Flexibility의 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Mobility를 충족해야 조직 안에서 인정받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정립했다.

② Tag: 개인별 구체적 경험/이력 관리 
그동안의 주재원 파견은 선택된 소수 인원에게만 제공되는 기회라는 인식도 있었다.

해외근무 니즈가 있는 인력을 파악하여 파견자를 선발하는 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후보자가 암묵적으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다양한 구성원에게 글로벌 근무 경험과 성장의 기회가 돌아가 수 있도록 ‘Global Career Market’을 신설한다. HQ뿐만 아니라 전체 글로벌 차원에서 오픈 포지션을 공유하고, 외부 채용과 동시에 내부에도 공고를 내는 식이다.

이때 해당 포지션에 요구되는 경험/역량, 최소 근무 기간 등의 정보도 함께 명시하여 구성원들이 보다 투명하고 명확하게 포지션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끔 했다. Global Career Market을 통해 구성원들은 다양한 글로벌 업무 기회를 파악하고, ‘사내 이직’의 절차를 통해서 해외근무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③ 매뉴얼과 시스템: 실제로 활용 가능하도록
직무체계와 개인별 Tag가 그럴듯한 체계로만 남지 않고 실제 활용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직무별 주요 과업, 수행요건 등을 담는 직무기술서를 작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무담당자가 업무 수행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별도의 가이드북에 담게 된다. 단순한 업무 나열이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 프로세스와 세부 활동, 활용 시스템, 유관 부서 등 ‘How’의 정보를 상세히 수록해, 신규 담당자의 온보딩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직무관리 시스템도 도입/활용하고자 한다. IT 시스템상에서 직무 정보를 단순히 열람/관리하는 것은 물론, 인력 검색과 충원 요청 등의 인재 관리 활동도 가능하도록 기능을 구현한다.

구성원들의 직무경험, 전문성 Tag DB화를 통해 조직 내에서 특정한 경험/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알음알음 알아보고 이동을 도모하던 현재의 모습을 탈피한다.

이제는 직무관리 시스템상 조성된 ‘Talent Marketplace’ 안에서 직무 경험과 Tag에 기반하여 필요한 인재를 찾고, 적합한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④ Value Book: 고유의 일하는 방식 정립
일과 사람의 관리를 위한 Hard Factor 차원의 인프라에 그치지 않았다. 구성원들이 가진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강조하는 고유한 가치와 지향점을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조직을 움직이는 정신과 문화의 차원에서, A사만의 DNA를 반영한 행동규범, ‘Code of Conduct’를 제시하고 이를 전파하고자 했다. A사만의 Code of Conduct를 담은 고유의 Value Book을 만들었다.

Value Book에는 조직 내 일하는 방식, 협업 원칙, 바람직한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유형, 비즈니스 매너 등 다양한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이때 주제별 구체적인 사례, 활용 가능한 문서와 연계된 시스템, 적용을 위한 프로세스 등을 상세하게 담아 구성원들이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제로 업무 장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HR 인프라, 체계와 문화를 조화롭게
사업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고, 보다 체계적인 업무 및 인력 관리가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했다. 기존의 ‘사람 중심’ 업무 관리 모습을 벗어나, 조직/개인별 수행 직무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일이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조직 내 수행되는 업무를 보다 정교하게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직무체계를 정비한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더욱 의미가 있다. 개인별 Tag DB와 직무 수행 매뉴얼, 직무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보다 효과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HR 운영의 변화를 추진하며, 대체로는 어느 한쪽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특정 제도나 시스템과 같은 Hard Factor 변화에만 집중하거나, 때로는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과 같은 Soft Factor에만 매몰되기도 한다.

A사는 그간의 업무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일과 구성원을 관리하는 체계/제도를 갖추는 것에 더해, Value Book을 통해 고유한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체계나 시스템에만 머물지 않고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행동방향까지 제시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한 것이다. 새로운 미션과 비전 달성을 위한 여정에서 그간의 업무 관행을 탈피하여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_손송민 머서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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