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디지털 전환’, ‘사용자 중심’

한국고용정보원(이하 고용정보원)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드라이브에 한창이다. 달라진 경영환경, 수요에 맞춰 개별 서비스를 통합하는 등 사용자인 국민이 보다 쉽고 빠르게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조종사는 지난해 5월 고용정보원의 7대 원장으로 취임한 김영중 원장이다.
김 원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챗GPT) 등 비대면·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공공기관에도 통합적·선제적·맞춤형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이제는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할 때, 어디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용정보원의 고객인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전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원장이 그리는 고용정보원의 다음 모습은 디지털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해 국민의 일자리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미 이의 일환인 ‘고용24’는 시범서비스를, ‘한국형 O-net’은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에서만 30년간 공력을 쌓아온 자타공인 고용 분야 전문가답게 빠르게 고용정보원의 도약을 위한 로드맵과 실천전략을 내놓으며 고용정보원 안팎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김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취임한 지 9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소회를 전한다면.
지난해 5월 30일 취임식을 가지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새삼 시간이 빠름을 느낀다. 고용정보원에 몸담기 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주로 고용정책을 수행하면서 고용정보원 업무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던 덕분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고용정보원의 7대 원장으로서 기존 사업을 다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입장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의무에 최선을 다함은 물론, 고객인 기업과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간 주요 활동을 정리한다면.
고용정보원의 운영 로드맵을 잘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부 임직원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직원 간담회를 통해 업무상 애로사항부터 조직에 바라는 점 등을 청취했는데, 이를 통해 다시 한번 고용정보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래전략 혁신TF를 구성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고용정보원의 미래 청사진과 더불어 구체적인 추진전략 등을 도출해냈다. 새롭게 신설된 ‘디지털고용서비스전략실’이 고용정보원의 새로운 미션을 수행할 사업부로, 이와 함께 기관 운영 혁신 일환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대외적으로는 유관기관과의 협업 노력이 다소 부족함을 확인해 향후 유관기관과의 업무협력을 통해 사업연계 등 확장에도 힘쓸 방침이다.

올해 경영 목표와 함께 추진 전략이 궁금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DX(Digital Transformation)와 UX(User Experience)가 될 것이다. 실제 생성형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챗GPT) 등 비대면‧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공공기관에도 통합적‧선제적‧맞춤형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고용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방객의 편의성 도모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비대면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경영목표는 디지털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고용서비스 기관’으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쉽게 표현하면, 고용정보원의 서비스 사용자인 국민이 보다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 편의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참고로 고용정보원은 2020년부터 AI와 빅데이터 기반으로 일자리매칭 서비스를 이미 제공해오고 있고, 잡케어(JobCare) 서비스를 통해 생애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는 서
비스도 제공 중이다.

워크넷, 고용보험, HRD-net 등 3대 고용 포털을 ‘고용24’로 통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어느 부분이 편해지는지 설명한다면.
고용24는 워크넷(취업지원), 고용보험(실업급여, 모성보호, 고용장려금), HRD-NET(직업훈련), 취업이룸(국민취업지원), EPS(외국인고용)로 분산된 온라인 고용서비스를 한 곳에서 신청‧신고‧조회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통합 포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편의성은 하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전보다 절차가 훨씬 간편해졌다.
종전에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워크넷에 구직등록을 하고, 고용보험 홈페이지에서 수급자격 신청교육 온라인 수강을 하고 나서 거주하고 있는 관할고용센터에 방문, 실업급여를 신청하게끔 되어 있는데, 또 그 과정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직업훈련 포털(HRD-net)에 접속해서 내일 배움 카드를 신청하고 훈련과정을 선택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여기저기 접속할 필요 없이 고용24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요컨대, 고용24를 통해 오프라인 고용복지+센터의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하게 되는 것으로, 종전 불필요한 정보 입력이나 정보탐색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참고로, 개인 차원에서는 통합된 고용24를 통해 일자리 검색, 이력서등록, 구직신청(워크넷), 실업급여, 모성보호, 고용장려금 신청(고용보험), 직업훈련, 국민내일배움카드 신청(HRD-NET), 국민취업지원(취업이룸) 등이 바로 확인 가능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인재검색(워크넷), 고용장려금(고용보험), 근로자 훈련(HRD-NET), 외국인고용(EPS), 이직확인서, 출산휴가확인서 등이 조회 가능하다.

‘한국형 O-net’ 구축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알고 있다.
한국형 O-net은 쉽게 말해 한국형 임금 직무 정보 시스템이다. 직무 기반 보상 체계가 정착되어 있는 미국은 O-net을 통해 직무별 임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구직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가 임금임에도 급여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대기업의 임금 정보는 ‘블라인드 앱’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은 그 마저도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임금이라는 게 경력에 따라서 차이가 있고 동일 회사라 하더라도 직무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많지 않다.
‘한국형 O-net’ 사업은 직무별 실제 임금이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일로, 구직자에게는 직무 선택 시 주요 정보를 알 수 있게,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체계 설계 시 기준점이 될 것이다. 계속해서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시스템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임금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
우선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통해 얻는 임금 정보들을 일차적으로 활용하면서 1500만명 정도 되는 고용보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 중이다. 국세청에도 근로소득 정보들이 있는데, 이를 연계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이외 다양한 빅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는 기법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 맞춰, 이를 좀 더 고도화해서 실제 구직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임금 정보에 근접하는 정보들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올해 고용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지난해 고용상황은 최고의 고용률과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고용상황을 보여주었다. 실제 지난 2023년은 고용률(15세 이상 62.6%, 15~64세 69.2%), 경제활동참가율(64.3%), 실업률(2.7%) 모두 관련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고ᆞ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서비스업황 회복 및 수출 부진완화와 함께, 여성·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해보다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한 논리로 고용여건은 경기 상황과 맞닿아 있다. 즉 경기가 좋아야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인데,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성장률 2.1%를 봐서도 알 수 있듯 올해 고용상황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 회복이 진행되어야 고용상황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를 관통하는 노동시장 최대 이슈는 무엇인가.
어제오늘의 이슈는 아니지만, 여전히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문직과 비전문직 간 격차가 심각하고, 특히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중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가까운 일본은 우리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이는 단순히 몇 가지 노동시장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구 구조 변화도 당장 주목해야 할 이슈이다. 생산가능인구(20대)의 급격한 감소 추세로 이들을 대체할 인력으로 고령자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보상이 적절히 분배되어야 한다. 대기업이나 수도권, 전문 직종 등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게 되면 다른 쪽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국가적으로도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들 수밖에 없다. 이의 해결은 노동시장 정책만으로 될 수 없는 영역으로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정책 방향에 대해 견해를 밝힌다면.
실제 일하는 인구 기준으로 봤을 때 이미 6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개인적으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의 전환을 말하는 것으로 즉, 60세면 퇴직하는 나이라는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이제는 70세까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이에 맞춰 고령자에게 일할 기회라든지 제도적인 뒷받침 등 여건도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현재 실업 급여는 65세 이전에 취업한 경우에 받을 수 있다. 70세까지는 일을 한다고 전제하면 실업급여도 65세 이후 취업한 경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퇴직나이 60세가 아닌 70세로 인식의 새로고침을 할 필요가 있고 그에 맞춰 사회적인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60세 이상인 분들에 일할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들의 여건이나 니즈에 맞춘 실효성 높은 전략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이 됐건 아니면 재고용이 됐건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업이든 국가 차원이든 이들을 위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정년연장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고령화 시대, 정년연장은 당연히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이지만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즉 특정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0대 이상 퇴직자 중 정년을 채운 이들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정년연장을 할 경우 혜택을 보는 노동자들은 이들이 전부로 90% 이상의 고령자들이 지속해 일을 할 수 있는 계속고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영미권 일부 국가의 경우 정년이 없이 본인의 노동력을 인정받는 나이만큼 일할 수 있다. 일본은 ‘출향’이라는 방식으로 계속고용을 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본청에서 일을 하던 직원이 정년에 도달할 경우 다른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앞선 사례들을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계속고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정년연장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은 공공기관, 대기업 등 한정돼 있다. 정년 개념이 없는 기업들이 대다수로,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계속고용 방식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진행해야 한다.
 

<인재경영> 3월호 특집 주제가 “경제 혹한기, 인사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이다. 혜안을 공유한다면.
조직의 인재경영 업무를 담당하는 독자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답은 ‘인재경영’에 있다. 불황기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르게 생각해보는 역발상을 할 수 있는 기업에 기회가 있는 것으로, 실제 불황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들은 어려운 여건일수록 인재 확보에 과감히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는 불황과 호황의 사이클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즉 불황기는 다르게 생각하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적기로 필요하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모인 집합체가 결국 조직인 것으로 조직의 경쟁력은 사람에 달려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위기 때 혁신하는 기업이 위기 후에도 성장 폭이 큰 것처럼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어떠한 전략을 펼칠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조직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조직 운영의 새로고침이 필요함을 주문하고 싶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즉각적인 성과보상을 들 수 있다. 최근 대기업 사이에서도 성과급에 대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들에게 성과 보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수용성을 높이는 것을 핵심을 두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설계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평소 직원들에게 특별히 주문하는 것은.
취임 이후 줄곧 원팀이 되기 위해 ‘나’와 ‘너’가 아닌 ‘우리’ 안에서의 소통과 신뢰를 강조해 오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의 속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가치관이나 방식에 붙들려 있다면 그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요 몇 년 새 ‘원팀’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처럼 소통과 신뢰가 중심에 선 팀은 상황판단과 위기대응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하나의 비전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더욱이 소통은 경영진과 직원들의 상호 신뢰를 증가시켜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사업 목표를 전한다면.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민 체감형, 맞춤형 디지털공공서비스를 통해 ‘세계 최고의 공공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임기 내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다른 원장이 취임해서도 고용정보원의 고유의 역할 즉, 우리 기관 서비스 사용자인 국민이 저마다 원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 더욱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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