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애널리틱스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높은 관심에 비해 HR 애널리틱스를 성공적으로 인사운영을 활용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애널리틱스에 기반해 HR을 운영한다는 사례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 현황분석이나 지표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애널리틱스와 관련해 나타나는 현상들이 실제보다는 허상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이런 허상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오해 1. ‘데이터 수집’이 먼저다

HR 애널리틱스 환경을 구축한다며 데이터 수집에 온 힘을 쏟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를 많이 모아 놓으면 통찰력이 좋아질 거라 믿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가 많을수록 애널리틱스에 힘이 실린다.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고 적은 양의 데이터에서는 찾기 어려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데이터 수집 자체가 애널리틱스가 될 순 없다.

데이터 확보 측면만 보자면 HR은 기업의 다른 분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HR 활동의 대부분은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많은 활동이 외부와 연계된 영업, 마케팅, 구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 확보가 쉽다. HR 내에는 이미 많은 양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기본정보인 직원의 성별, 나이, 학력, 전공, 경력 등은 어느 회사나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다. 직원이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자연스레 쌓이는 데이터도 많다. 직무이력, 교육결과, 급여수준, 출퇴근 시간, 휴가패턴, 이메일 송수신 패턴 등도 활용하기에 따라 좋은 분석 재료가 된다. 대다수 기업은 매년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한다. 성과평가 결과는 점수와 등급, 피드백 형태의 데이터로 남는다. 근무태도와 역량수준도 평가되어 데이터로 쌓인다. 조직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조사 결과는 직원의 인식, 심리상태, 행동패턴을 대변하는 훌륭한 데이터다.

이 정도 데이터만으로도 초기 단계의 애널리틱스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진짜 걸림돌은 데이터를 통해 무엇에 답해야 할지 모르는 데 있다. 직면한 문제를 확보 가능한 데이터로 분석하여 합리적 답을 찾는 활동이 애널리틱스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게 먼저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만 집중하는 활동은 과녁이 어디인지 모르고 마구 날리는 활쏘기와 다름없다. 많은 양의 화살을 쏘면 운 좋게 비슷한 지점을 맞출 수는 있다. 어딘가에 촘촘하게 화살이 집중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밀하게 집중된 곳이 과녁 한가운데인지는 모르는 일이다. 무턱대고 모은 데이터로 많은 분석을 할 순 있다. 분석의 정밀함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답을 찾는 분석인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 맹목적 데이터 수집은 정확하지 않지만 정밀하다는 점만 가지고 명사수라 주장하는 셈이다.

데이터 수집에 들이는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 올바른 질문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질문을 정의할 때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빠른 성공 경험을 통해 HR 애널리틱스의 가치를 조직 내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쉽게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부터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질문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구체적일수록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도 분명해진다. ‘바람직한 리더의 특징을 분석하겠다’보다는 ‘고성과 영업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어떤 직무경험을 가지고 있는가’란 질문을 만드는 식이다. 아직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애널리틱스 기반의 HR 운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에 맞는 질문을 정의하는 것을 HR 애널리틱스의 첫 단추로 삼아야 한다.

오해 2.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애널리틱스를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짝 용어가 있다. 바로 빅데이터다. 웬만큼 방대한 양(Volume)이 아니고서는 빅데이터 취급을 못 받는다. 방대한 양과 더불어 다양한 데이터 형태(Variety), 빠른 데이터 생성속도(Velocity)가 빅데이터 특징으로 꼽힌다.

HR 데이터도 ‘빅’을 향해 가고 있다. 과거 HR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한정적이었다. 담당자가 보관하는 정보와 인사정보 시스템상의 데이터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최근 HR의 전략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기업 내 다른 영역과 결합된 데이터가 늘고 있다. 영업직원의 제품별 매출액, 콜센터 직원의 고객 만족도 점수 등은 전통적 인사정보 시스템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데이터다. 외부 채널을 통한 데이터도 놓칠 수 없다. 링크드인, 잡플래닛 등 직원들이 활동하는 외부 구직 및 기업정보 사이트 데이터는 내부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뉴노멀 경영환경도 HR의 빅데이터화에 한몫 한다. 급격한 변화가 일상화되면서 일 년 주기의 전통적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기민한 HR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성과평가의 경우, 년 단위 평가에서 상시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평가 피드백과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과연 HR에서 ‘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있을까? 엄청난 양의 인적자원 데이터를 보기 좋게 집계해 놓고 빅데이터 분석이라 말하는 경우를 본다. 이런 분석 결과는 ‘현 상황을 잘 파악했네’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 결과를 본 의사결정자가 ‘아~’라는 말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반응이 없다. 빅데이터를 두고도 제대로 된 분석을 못 하는 상황이 되면 HR의 부족한 역량을 탓하게 된다.

이런 현실로 인해 빅데이터의 허구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네트워크 과학자 사무엘 앨버즈먼 역시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우려하며, 롱데이터(Long Data)’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시한다. 앨버즈먼이 말하는 롱데이터는 시계열 흐름과 반복적 주기를 가진 데이터 집합을 말한다. 빅데이터 이전의 분석방법은 샘플링에 기초했다. 기술적 한계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불가능한 시절, 샘플링은 꽤 유용한 기법이었다. 전체 데이터를 모으지 않고도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로 넘어오면서 더 이상 샘플링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대량의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 양으로 압도해 분석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런 접근에 ‘시간’은 필수요소가 아니다. 시간 흐름에 따른 패턴을 찾기도 하지만 반드시 시간 흐름을 감안하지는 않는다. 큰 차원의 방향성과 패턴, 그리고 숨은 통찰만 찾아내면 그만이다. 빅데이터 분석이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지만 왜 그런지 설명하는데 약하다.

반면 HR 활동은 특정 시점의 스톡(Stock)이 아닌 흐름을 갖는 플로우(Flow)에 가깝다. 주기적 시간 흐름을 가진다. 성과평가, 인재육성, 인력계획, 보상운영, 조직문화 개선 등 대부분의 HR 활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월, 분기, 년 단위로 반복되는 프로세스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현상과 원인, 그 속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HR 활동이 플로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롱데이터 분석은 더욱 부각된다. 롱데이터 분석은 여러 기간에 걸친 데이터에서 시간 흐름에 초점을 두고 의미를 찾는 활동이다. 물론 특정 시점에서 전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현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렌즈가 된다. 한 해 동안의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하면 어떤 직무환경이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직원만족도 조사는 당해 연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가려내는 데 유용하다. 다만 이런 분석은 통찰의 깊이와 상관없이 한 시점을 찍어낸 스냅샷에 가깝다. 순간의 짤막한 묘사인 셈이다. 롱데이터 분석은 특정 시점의 스냅샷에만 의지해 HR 활동을 하는 위험을 줄여준다. 시간의 흐름속에 숨은 큰 그림을 보여주고 단선적 분석에서 얻을 수 없는 통찰의 기회를 준다. HR 애널리틱스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는 꼭 ‘빅’이 아니도 된다. 딱 필요한 만큼의 양과 길이면 족하다.

오해 3. ‘데이터 분석만이 진실’이다

데이터 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적’ 의사결정이 중시되고 있다. HR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채용, 승진, 리더 선발 등을 결정하는데 데이터에 의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다국적 기업은 애널리틱스 기반의 인공지능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AI는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해서 뽑고자 하는 직무에 알맞은 후보자를 추려낸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는 제시된 질문에 동영상으로 답하는 전형을 거친다. AI는 질문에 응답하는 속도, 사용하는 단어, 얼굴 표정 등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낸다. AI가 통과시킨 지원자만이 인사임원과 매니저의 최종면접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HR 분야에서 사람의 직관이 데이터에 점차 밀려나는 인상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만이 합리적이라 판단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데이터와 비교할 때 사람의 판단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비춰진다. 느리고 감정에 휘둘리고 모호하여 흑과 백의 구분이 흐릿하다. 데이터 분석만큼 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다.

직관을 타고난 특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의도되지 않고 우연하게 떠오르는 비과학적 ‘감’ 정도로 취급한다. 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직관이 형성되는지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다. 직관은 근거없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이 아니다. 많은 경험과 훈련 그리고 종합적 사고를 반복하며 체계화된 일종의 문제해결 능력이다.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일일이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검토하는 과정 대신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패턴을 통해 상황에 적합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찾아낸다. 무의식적인 패턴 인식과 사고과정을 통해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것이다. 데이터에만 매몰되지 말고 직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연습으로 습득한 상당량의 패턴이 뇌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 훌륭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다양한 패턴을 연결함으로써 올바른 직관을 발휘한다. 뛰어난 골프선수의 스윙을 보면 끊김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골프공에 강한 힘을 전달한다. 스윙동작을 하나하나 분석하듯 휘두르지 않는다. 물론 연습 시에는 셋업, 백스윙, 코킹, 트렌지션, 다운스윙, 팔로스로우 등 동작을 세밀히 구분하여 올바른 자세를 익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실전에서 스윙은 1~2초만에 끝난다. 분석적 사고로 몸을 통제할 겨를이 없다. 동작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신경쓰다가는 오히려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몸에 체화된 직관을 믿고 자신있게 스윙을 할 때 좋은 결과를 얻는다. 경사면, 강한 바람, 깊은 잔디 등 예기치 않은 환경에서는 몸에 익힌 스윙패턴을 상황에 맞게 무의식적으로 응용한다. 수많은 경험과 정보로 쌓은 직관을 한순간에 무의식적으로 발휘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의 이중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분석적 사고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의식적 단계를 거친다. 이를 통해 보다 이성적, 논리적 판단을 하도록 도와준다. 직관적 사고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신속하게 작동한다.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사고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전체 패턴을 인식하는 식이다. 두 사고체계 중 어느 하나의 사고가 다른 하나보다 우월하다 말하긴 어렵다. 문제해결 상황에 따라 한 사고체계가 다른 것보다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춰 두 가지 사고체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석에 매몰되어 의사결정이 지연될 경우 최적의 시점을 놓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시간이 충분치 않고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엇비슷해서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는 경우 직관은 빛을 발휘한다. 수많은 데이터와 분석을 조망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추려 새롭게 해석하여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은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직관으로 한 번 마음을 굳힌 경우, 자신의 결정을 고수하려는 심리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직관에 부합하는 데이터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특정 경험에 매몰되어 그 상황에서 중요했던 단서에만 치중할 경우 의사결정에 중요한 새로운 정보를 놓치기 쉽다. 자신의 직관만이 옳다는 지나친 믿음을 경계하고 자신의 직관이 어떠한 근거에서 왔는지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는 다시 데이터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애널리틱스 접근은 합리적인 직관의 농도를 진하게 해준다. 직관에만 의존해서도 데이터만 신봉해서도 HR의 합리성을 높일 수 없다. 분석과 직관을 적절히 오가는 양손잡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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