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HR 결산 & 2024 미리보기
인간의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가장 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분석이 어려운 영역이 바로 인간 그 자체이다. 수백 년간 인간 본질에 대해서 철학적 접근을 해 왔고, 최근에는 인지 심리학, 행동과학 거기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을 통해 분석한 뇌과학까지 정말 다양한 관점으로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비밀을 풀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으로 대신할 만큼 이렇다할 결과를 찾지 못했다.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기업은 바로 인간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경제 활동을 하는 곳이다. 세상의 어떤 기업도 직원이 없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HR 조직을 별도로 두고 ‘인간’을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럼 이토록 무지했던 사람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직원은 신비로운 존재이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라는 것이 불가능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우리 인간은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며, 상식 내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이유가 인류의 DNA속에 내재된 것인지, 사회학적 관점에서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 본다면 분명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야 직원에게 집중하고 있다 20세기 초 과학적 경영관리법인 테일러리즘(Taylorism)이 소개되고 나서 최소의 노동과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시간 연구, 동작 연구를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일’을 하는가를 기반으로 했으며, 그저 도구로서 인간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이때 기업이 분석하는 대상은 매우 단조로웠다. “직원 한 명이 한 시간에 몇 개를 조립할 수 있는가?”라는 접근이었다. 하지만 이제 직원들은 대부분 ‘조립’을 하지 않는다. 자동화된 생산설비가 도입되었고, 사무직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도 도입되었다. 그럼 이제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라는 고민이 시작되었고, 여러 시도를 통해서 과거와 같은 변수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그리고 직원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 역시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사실도 밝혀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보더라도 동기부여, 직원 경험, 긍정적 업무 문화, 업무 환경, 일과 삶의 균형 등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다양한 변수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미국 노동통계국의 Office of Productivity and Technology(OPT) 지표 참조).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의 급격한 발전으로 본격적인 직원 분석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직원분석을 용이하게 하고는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정비에 80%의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으며(한국정보화진흥원 2020년 자료) 분석을 위한 툴 사용법 또한 쉽지 않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가공한 후에야 비로소 분석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무엇을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비즈니스 아젠다를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고, 해당 아젠다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파악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분석이라는 활동이 아직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조직이나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담당자가 존재해야 작업이 가능하고 작업시간 또한 항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필수적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해당 조직을 신설하여 본격적인 분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력분석의 변화 동인 이렇게 별도 조직에서 수행해 온 업무들이 올해 소개된 생성형 AI기술로 인해 다시 한번 변화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챗GPT(Chat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기술과 직원분석이 만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People Analytics 솔루션을 제공해온 Visier의 최근 서비스를 통해 현재 두 가지 개념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올 6월 Visier사는 ‘Vee’라는 Generative AI Digital Assistant를 소개하였다. 쉽게 정리하면 직원분석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을 발표한 것이다. 과거에 별도의 PA 사이트나 보고서를 통해 결과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챗봇과 대화하며 궁금한 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직원의 몰입도 조사 추이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서술형과 그래프로 답을 할 수 있으며, 이와 연계된 질문, 예를 들면 “서울 본사 직원만 따로 보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도 답변이 가능하다. PA 담당자에게 질문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직원분석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실로 놀랍다. 더욱이 Vee라는 챗봇을 사용하기 위해서 별도 사이트 접근 없이 MS Teams나 Slack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물론 Visier사의 Vee가 유일한 서비스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Crunchr 사에서도 ‘AI-powered co-pilot for HR’이라는 서비스가 나왔으며 SAP의 Successfactors에도 유사한 기능이 발표되었다. 이처럼 직원분석이라는 작업이 담당자를 통한 리포트 생성에서 대화형 서비스로 바뀌고 있는 것이 가장 최근의 트랜드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인사관리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몇 가지 예측되는 부분이 있다. 먼저 PA 활동이 매우 대중적 활동으로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일선 관리자들은 시스템 사용법이나 복잡한 통계 지식이 없더라도 바로 현황을 확인해 볼 수 있고, 이에 대한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 또한 직원 개인에게도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보다 최적인 커리어 경로를 제시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 직무이동 등을 추천해 주기 때문에 관리자와의 면담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은 보편적 기술로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지는 않지만 분명 과거보다는 접근성과 활용성 측면에서 강점이 생길 것임이 분명하다.
People Analytics의 미래 이제는 인공지능과 인력분석이 결합하고 난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현상을 말해 줄 뿐 결코 미래까지 정확히 예측해 줄 수는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때문에 실시간 직원 분석을 통한 명확한 의사결정 및 실행이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