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뉴 노멀 시대의 핵심 코로나19 장기화는 일상뿐 아니라 조직에서의 삶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항상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는 생활의 답답함과 함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주었고, 거리두기 인원 제한으로 삼삼오오 직장에서의 당연하게 누려왔던 사교모임 또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으로 적용된 화상회의와 재택근무는 일과 나를 분리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의 확산을 가져왔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또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다고 느껴 일종의 ‘압도감’을 느낄 때 발생하기 쉽다. 지금처럼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며, 성과를 내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이러한 ‘코로나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에 여러 기업에서는 생산성 제고를 위해 근로자들의 ‘마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정신건강은 오롯이 개인의 문제로 여겨 ‘정신이 완전히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문제로 삼기도 했다. 최근 근로자 보호와 그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점차 조직이 제공하는 복지의 영역이 근로자 개개인의 마음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이 도래하면서 근로자 개인의 정신적인 건강이 조직 차원의 생산성과 성과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는 조직 구성원에 대한 조직의 관점을 바꾸고 있는데, 과거 조직 구성원을 단순히 경영의 한 요소로 보았다면 이제 비로소 조직 구성원을 조직을 구성하는 유기체의 세포와 같은 존재로 보게 된 것이다. 결국 이윤추구라는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는 변하지 않았으나, 방법론적 측면에서 ‘소모’가 아닌 ‘상생’을 통한 생존을 추구하게 된 것이고, 그것의 직접적인 수단 중 하나로 ‘정서관리’가 대두된 것이다. 

조직이 제공해야 하는 복지의 영역이 근로자의 정신건강 관리로 확장된 것은 뉴 노멀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2021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사업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긴급하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정신건강(Mental Health)을 꼽았는데, 그 이유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결근 및 이직으로 인한 전 세계 정신 질환 비용은 연간 약 2조 5천억 달러로 추산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도 전 세계 직장 성인의 약 절반 이상이 직업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되었고, 업무 일상 및 조직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며, 가정에서 외롭거나 고립된 근무를 느끼거나 코로나19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조직 구성원의 심리적 안녕이 조직의 생산성은 물론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정신건강의 관심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그 가치는 점점 더 커지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정서관리가 일상화된 이른바 이모셔널노멀(Emotional-Normal)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바뀐 어떠한 환경이 조직의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 것일까?  팬데믹 이후 업무 패러다임 변화 하버드 경영대 보고서1)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업무적인 차원에 가져온 핵심 변화요인은 다음 세가지다. 첫째, 재택근무의 확산이다. 약 반 이상의 기업에서 80%가 넘는 직원들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팬데믹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재택근무의 비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한다. 재택근무에 대한 급속한 증가는 연결과 의사소통에 대한 기술의 수요로 이어졌는데, 이는 말 그대로 어디에서나 일하면서도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에 대한 필요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증가는 출퇴근, 일과 휴식, 가정과 직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 및 정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이러한 업무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어떤 모습으로 균형을 맞추어야 할지가 과제이다.  둘째, 가상 조직의 보편화이다. 가상 조직에서는 면대면 상호작용의 부족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조직 내 갈등 이슈가 빈번하게 발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려고 하는 것처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가상의 공간을 통한 협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위기와 그로 인한 재택근무라는 접점에서, 사회적, 감정적 단서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가상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서로의 감정들이 잘 전달되고 조절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앞으로 다가올 뉴 노멀 시대의 숙제가 될 것이다.  셋째, 리더십과 경영의 초점이 가상세계로 옮아간다는 것이다. 리더는 직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역할과 역량은 조직의 안녕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리더의 영향은 가상환경을 통해 전달되는데, 물리적인 접촉의 감소는 이전 전통적인 관점에서 리더의 권위를 나타내는 단서들의 부재로 이어져 조직적인 차원에서 보다 참여적인 관계를 촉진하기도 한다. 한편, 최근 리더의 효율성에 관한 연구는 리더가 조직의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 구성원들의 고충과 희망을 개방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가상의 업무 환경에서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자질과 조건들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변화는 모두 비대면 상황에서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식과 관련된다. 핵심은 팬데믹 이후 업무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임직원 스트레스 및 정서관리 이슈라고 볼 수 있다. 구성원 정서관리를 위한 다양한 투자 확대되어야

코로나19로 변화한 업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전략은 웰니스 산업 투자 패턴을 통해서 파악해볼 수 있다.  웨라벨에서 발표한 2021년 구성원 웰니스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투자를 고려할 수 있는 총 24가지 웰빙 솔루션 전략 중에서 정신건강, 마인드풀니스 및 명상, 스트레스 관리 및 회복탄력성, 코로나19 대응 감염관리, 원격의료 등 5가지 영역에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을 했다. 이 영역은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회복과 관련된 항목들로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영역 중의 하나가 마인드풀니스와 명상 영역이다. 아직 한국기업들에는 생소한 영역이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솔루션이다. 초기에는 개인 스트레스 관리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성장은 물론 조직문화적 차원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직장 내 건강 관련 다양한 행사와 모임, 무료 건강식 제공, 피트니스 수업, 헬스클럽 멤버십 지원 등 전통적인 임직원 건강 및 정서관리 영역에 대한 투자는 많이 줄이고 있는 추세이다. 나이키 “일하지 마세요” 실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고취시키고 안정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 기업인 나이키는 “일하지 마세요(Do not work)”를 외치며 본사 직원들에게 일주일간의 스트레스 해소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의 글로벌 마케팅 선임 매니저 맷 마라조는 “지금과 같은 때에 우리의 팀원으로 있어 주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라며 “휴식을 취하고 회복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맑은 정신으로 있기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정신건강을 우선시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표현이며, 코로나19 위기로 변화해 가는 조직의 인재경영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데이팅 어플 회사 범불(Bumble)은 700여 명의 직원들에게 번아웃 증후군에서 회복하라는 뜻에서 일주일 휴가를 지급했다. 소셜미디어 관리 플랫폼 훗 스위트(Hootsuite)는 7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의 휴가를 지급하며 웰니스 주간을 창립하기도 했다. 링크드인(LinkedIn)은 4월 중 일주일 휴가를 지급했고, 시티그룹은 3월 중 워라밸 회복과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줌 프리 금요일(Zoom-Free Fridays)를 런칭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헤드스페이스 명상 앱 제공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여주는 기술적인 전략뿐 아니라 조직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멘탈헬스를 위한 콘텐츠 제공’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명상, 마음 챙김 및 심리학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기업 차원에서 새로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홍보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은 직원들의 정서관리에 조금 더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명상 어플 ‘헤드스페이스’ 앱의 콘텐츠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에 추가하여 구성원의 정서관리를 챙기고 있다. 이는 명상을 통한 정서관리가 조직의 실질적인 성과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하는 전략으로, 업무 효율 및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사내 온라인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또한 늘어나고 있는데, 보통 명상 전문가를 섭외하여 명상 세션을 라이브로 진행하거나 다양한 전문가의 강연을 제공하는 식이다. 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머크사의 경우, “Mind Well Connect”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매일 30분씩 온라인 명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생수 전문기업인 컬리건 워터도 직원들에게 매주 셀프 케어 영상과 라이브 명상 세션을 제공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격주로 “Keeping connected”라는 온라인 세션을 열고 질 좋은 수면을 위한 명상 등 다양한 주제의 정신건강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은 정서관리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가상으로나마 다른 직원들과 교류하며 연결감과 동지의식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새로운 일상은 조직의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단순하고도 명백한 존재 이유는 그대로지만,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과 방법론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조직과 공생하는 존재로써 관리의 대상, 목표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다. 정서와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는 조직 구성원들을 각각 개인, 인간으로 바라보고 유기체적 맥락에서 조직과 함께 생존하는 경영 패러다임에서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는 조직은 더 따뜻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개인의 고통과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조직역량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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