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 이제는 많은 조직이 나름의 업무 환경과 가이드를 갖추고 워크 스타일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업무환경 구축과는 별개로 코로나 이후 구성원들의 ‘심리 방역’에 있어서는, 아직 고민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성원의 심리’는 먼저 다루어야 하는 당장 급한 불도 산재하기에, 그 중요성과는 별개로 실제 조직 차원에서 다루어지거나 체계적으로 준비되는 부분은 미미할 수 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조직 내 심리 상담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회사도 분명 있으나, 조직의 규모나 예산 등의 여러 이슈를 고려했을 때, 전문 상담사를 두거나 구성원 심리 방역을 위해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많은 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직 문화적 관점과 조직의 지속적 성과 창출 등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심리적 건강도와 상관관계는 매우 높으며 이번 호 인재경영에서도 소개된 것처럼, 앞서나가는 국내외 기업에서는 이 ‘연결고리’를 간과하지 않고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심리적 방역에 힘쓰고 있다. 본 글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구성원의 ‘심리 이슈’를 파악하고 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현재 조직에서 시행하고 있는 ‘업무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재택근무 실시 조직과 해당 조직 내 구성원의 심리 수준, 재택근무 미실시 조직과 해당 구성원의 심리 수준은 어떠한지에 대한 관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파악이 필요한 이유는 실시 회사와 비실시 회사 간 구성원의 ‘심리적 이슈’의 결이 다르며, 조직 차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론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1. 전면 리모트워크 실시 조직 - ‘고립감 + 번아웃’ 리모트워크를 코로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특히 국내 굵직한 IT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 파악했을 때 리모크 워크 시스템이 매우 고도화되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장면에서는 팀과 개개인 차원의 편차는 있지만, 협업 툴 운영을 포함하여 기본적인 재택근무 안에서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나, 개개인의 심리적 수준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하나는 ‘고립감’, 또 다른 하나는 ‘번아웃’ 이슈이다. 필자가 워크숍과 코칭을 통해 만난 약 1,000명의 국내 재택근무자들의 질적 연구에 따르면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1인 가구’인 경우였다. 가족이 있는 구성원은, 업무 방해 및 가사 노동 이슈를 호소하긴 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오히려 안정적인 경향이 높았는데 이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지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대신할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없이 혼자 거주하는 경우, 업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나 심리적 거리조차 멀 경우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개인의 성향 차원에 따른 고립감의 차이였다. 보통 독립적 성향보다 관계 지향성이 높을수록 혼자 일하는 환경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호소했다. 즉, 평소 업무 스타일에 있어서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들보다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거나, 협업의 과정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재택환경에서는 심리적으로 상대적인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인 번 아웃(Burn out) 증상 역시 문제가 되었는데, 전면 리모트워크를 실시하는 많은 조직 중 성과지표가 비교적 명확한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업계가 대부분이기에 업무환경과는 별개로 개인의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감은 큰 편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무시간의 구분 없이 일하거나 일부 조직의 경우 밤낮없이 소통이 이루어지고 빠른 응대와 대응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신체적 + 심리적 소진 현상에 대한 경험빈도가 매우 높았다. 소셜미디어 매니지먼트 플랫폼 버퍼(Buffer)는 리모트워크의 선구자격 기업 중 하나인데, 2018년부터 전 세계 리모트워크 현황에 대해 대단위 설문을 시행하여 리모트워크 상황, 긍정요인, 부정요인 등에 대한 파악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왔다. 올해 실시한 2021년 설문 결과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몇 가지 추가 질문이 있었는데, 바로 재택근무를 자발적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실시) 했는지, 코로나로 인해 진행했는지에 따른 설문 결과 값의 차이 항목이다. 이 중 원격 근무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의 응답을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보인다. 

두 그룹 모두 재택에서도 얽매인 업무 상황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꼈으나, 의사소통 및 협업의 어려움을 순위로 매긴 것은 달랐다. 즉, 코로나 이전부터 리모트워크를 실시한 조직은 현재는 소통 방법과 협업, 또는 다른 시간대의 팀원들과의 업무에도 많은 부분 적응이 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로움’이라는 심리적 차원에 있어서 코로나 이전부터 리모트워크로 일한 조직이라도 하더라도, 오히려 더 어렵게 느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은 리모트워크를 실시하면서 고도화될 수 있지만, 개인 차원의 심리적 어려움은 분명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전면 재택근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조직에서, 구성원의 심리적 이슈인 ‘고립감’과 ‘번아웃’을 감소시키기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까?  바로, 재택근무 환경을 조사하는 서베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 많은 기업이 실시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 조사 항목으로 1인 가구인지 여부, 심리적 상태, 소통의 빈도수, 하루 루틴, 팀별 리모트워크 현황 파악 등도 면밀히 해야 한다. 설문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향을 설계해 볼 수 있는데, 가령 조직문화팀이나 교육팀이 있는 조직이라면 혼자 일하고 생활하는 구성원의 수를 파악하여 공감대가 있는 구성원 간 소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네트워크를 열어주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설문 항목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소통의 빈도수나 팀별 현황에 대한 파악을 통해 번아웃을 야기하는 이슈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팀 차원의 리모트워크 워크숍을 돕거나 조직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리모트워크를 실시하고 있는 ‘깃랩 Gitlab’에서는 위와 같은 조사를 통해 심리적 탈진과 구성원의 업무 동기가 결여되는 배경이 되는 요인을 세밀하게 파악하여 이를 자체 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리모트워크 Playbook을 발간하여 전 구성원이 가이드에 따를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로 노력하고 있는데 벤치마킹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2. 하이브리드 실시 조직 - ‘상대적 박탈감’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형태로 실시하고 있는 조직은 어떨까? 일단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합하게 운영된다면 개인의 심리적 고립감 측면에서는 전면 재택근무 조직보다는 훨씬 유리한 환경이다. 재택근무와 대면 근무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는데 각 환경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면, 이상적인 업무 환경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가 하이브리드 업무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가 사무실 근무 인원수를 줄이기 위해 돌아가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인데, 가장 큰 이슈로 자주 목격하는 것은 리더나 조직장이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거나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지 않아 재택근무로 일하는 날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우이다. 실제로 리더가 근무 형태(특히 재택근무)에 대해 인식이 낮은 경우,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리더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웬만하면 출근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하이브리드워크의 긍정적 가치가 희미해지는 경향이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을 충분히 알고 재택에서도 업무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당하게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회사의 강력한 규정으로 인해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시행하지만 리더가 누구인가에 따라 심리적 ‘압박’을 느끼거나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 외에도 하이브리드를 실시하는 조직은 부서의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존중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회사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팀의 리더가 누구인지, 또 리더의 업무 환경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가 있어 타 부서와 대비하여, 상대적 박탈감이나 비교 관점이 생기면서 소속팀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다. 위와 같은 이슈를 가진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심리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팀의 리더가 하이브리드워크 시스템에 대한 최적화된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코칭을 통해 인식 변화를 돕는 것이며, 이것이 조직 차원과 구성원의 심리적 방역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3. 전면 출근 조직 - ‘신체적 + 직업적 안녕에 대한 불안감’  코로나 상황이지만 전면 출근해야 하는 조직도 분명히 있다. 대면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하거나 회사에 구축된 시스템을 외부에서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의 조직이 여기에 해당하기도 하며, 또는 기업 문화적인 측면에서 대면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경우이기도 하다. 전면 출근 조직의 구성원은 코로나 전 상황과 다름없이 북적이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출퇴근을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외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해야 한다. 또 종일 마스크를 쓰며 근무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실상 쉽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환경이기에 감내하겠지만, 건강에 대한 불안감은 종일 모든 일상의 크고 작은 장면에서 끊임없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즉 심리적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전면 출근 조직은 이 같은 구성원의 신체적 안녕에 대한 불안감을 공감하고 최대한 건강에 대한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알릴 필요가 있다.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기 위함으로, 조직은 아주 사소한 활동도 자주 알리면서 근무 환경이 믿을만하다는 인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너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탄력 근무시간 적용은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기업도 충분히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업무 여건별 구성원의 심리와 방역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코로나 이후 구성원이 느끼는 ‘심리’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툴, 리더십, 조직 문화 등의 다양한 요인을 점검하고 터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심리는 처음에는 미미하게 드러나는 것들이 해소 시점을 놓치게 되면 쌓이게 되고 특정 사건이 트리거가 되어 조직 차원에서 큰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즉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의 감정과 심리적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작은 활동이라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단계적 ‘심리 방역’을 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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