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홍배 한국MSD 인사부 전무

“생명을 구하고 삶을 개선한다.”
MSD(Merck Sharp & Dohme Corp)는 1891년 설립 이래 혁신적인 의약품, 백신을 개발해 온 연구 중심의 글로벌 바이오 제약 회사다. 현재 전 세계 MSD에는 7만 4천여 명의 임직원(2021년 기준)이 근무하고 있으며, 140여 개 국가에 의약품을 비롯한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MSD는 환자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전 세계 보건의료 전문가, 관련 기관 등과 협업하여 의료 접근성 향상에도 공헌해왔다. 현재 암과 HIV 및 에볼라를 포함한 감염 질환, 새로운 동물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MSD는 1994년 설립 이래 한국인의 질병치료와 건강증진을 위해 또한 노력해왔다. 코로나의 엔데믹 전환을 시작으로 조직 내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효율, 협업,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하이브리드 워크 모델을 도입했다. 김홍배 한국MSD 인사부 전무를 만나 이들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 머지않은 미래의 업무환경을 함께 그려본다.

 

한국MSD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MSD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머크(Merck)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두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는 MSD로 불린다. 1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로 인류 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다. 한국지사로 첫발을 내디딘 1994년부터 혁신적인 의약품 백신 및 수준 높은 의학정보를 제공하며 한국인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Covid-19 경구용 치료제인 라게브리오 개발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항암제 부문(키트루다)이 가장 유명하다. 이외 주요 제품으로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DPP-4 억제제), ‘스테글라트로’(SGLT2 억제제) 등이 있고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폐렴 백신도 잘 알려져 있다. 호스피탈 스페셜티(Hospital Specialty)까지 포함해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한국MSD의 HR 부문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하이브리드 워크의 정착이 가장 주요한 과제다. 새로운 업무 형태를 채택하고 운영하는 것은 회사, 직원, 그리고 피플 매니저 모두에게 챌린지이다. 어떻게 이를 조직 내에 잘 정착시킬 수 있을 지가 올해 과제이다. 또한 글로벌 본사에 새로운 CEO가 취임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전략과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에 맞춰 한국MSD 즉, 로컬 조직의 전략과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것이 하이브리드 워크 모델을 만나면서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전파할 것인지가 또 하나의 포인트라 하겠다.

하이브리드 워크를 도입한 배경이 궁금하다.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글로벌 본사 HR 차원에서 보면 코로나 상황을 종료한 몇몇 나라에서 이미 하이브리드 워크 모델을 시작했고, 현재 코로나를 겪고 있는 나라들도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은 시간문제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워크의 기본 원칙과 프레임워크가 구축되어 있고, 여기에 국가별 관습, 문화, 노동법 규에 맞춰 그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국MSD에서도 적절한 도입 시기와 방법을 찾는 고민을 계속해왔다.

어떠한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워크를 운영하고 있나.

앞서 주 1회 재택근무 및 자율출퇴근제(본인이 한 번 정한 출퇴근 시간은 최소 한 달간 유지)를 운영했는데, 5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주 2~3회 재택근무로 늘리고 출퇴근 시간에 대한 제한을 아예 없앴다. 대신 재택근무수가 한 달에 열흘은 넘지 않도록 하고,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를 ‘핵심협업시간’으로 정해서 그 시간만큼은 집이든 사무실이든 늘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 연락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했다. 참고로 핵심협업시간은 한때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집중근무시간’과는 성격이 다른 개념으로, 과거 집중근무시간이 ‘지금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니 서로 방해하지 마세요’ 이런 느낌이었다면, 우리의 경우 ‘이 시간대에는 꼭 서로 연락이 닿고 원활히 협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 전 고려한 것이 있다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사회적 흐름이고, 기업의 필요에 의해 시행한다 할지라도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절차다. 실제 하이브리드 워크 관련하여 직원들 의견수렴을 해 보니, 신기하게도 임원들이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희망하는 재택일수도 비슷했다. 글로벌 경험과 산업 동향 등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임원들이 운영방안을 90% 정도 만들고 이를 익스텐디드 리더십팀에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시행 전 전체 직원 대상 오픈 세션을 두 개 열어서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들 큰 이견 없이 잘 받아들였다.

원활한 하이브리드 워크를 위한 IT 인프라 구축은 어떤가.

사실 하이브리드 워크라고 해서 특별히 추가된 부분은 없다. 재택근무를 포함하여 업무 관련 IT 서포트는 이전부터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활한 원격 근무라고 하면 상부의 컨트롤이나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와 반대다.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업무를 세세하게 컨트롤하지 않는 것이 전제이다.

하이브리드 워크 환경에서 어떻게 소통, 협업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원칙이 있을 듯하다.

한국MSD의 하이브리드 워크 제도 자체가 소통과 협업을 위한 원칙을 담고 있다. 우선 재택근무의 비중을 얼마로 둘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 대다수 직원이 주 2~3회 재택근무를 희망했지만, 일부는 100% 재택을 해도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업무효율성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질문처럼 기업은 개인과 개인의 소통, 조직 간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유기체다. 온라인으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버추얼 디스턴스가 길어질수록 릴레이션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로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의 일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릴레이션을 약화시킨다. 느슨해진 조직으로는 협업과 혁신을 해 나가기 어렵다. 즉, 최소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사무실에서 서로 대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관계와 신뢰의 강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 거다. 물론 불편하게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에 하루 3시간을 쓰는 사람의 경우 개인의 효율만 놓고 본다면 사정을 봐줘서 100% 재택을 하는 것이 맞겠지만, 협업을 위한 최소한의 출근 횟수는 모든 직원에게 차등 없이 적용했다. 또 하나, 핵심협업시간 동안은 반드시 온라인 상태를 유지, 연락이 닿아야 한다. 재택이든사무실 출근이든 예외는 없다. 앞서 밝혔듯이 업무 컨트롤이나 모니터링의 개념이 아니라, 그야말로 소통과 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원칙이다.

하이브리드 워크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리더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거나 주문한 바가 있다면.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근무시간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식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직원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산출되는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회사에서 일하든 집에서 일하든 결과로 평가하면 된다. 매니저나 조직의 리더 입장에서는 사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코칭과 평가 프로세스를 보다 세밀하게 가져가야 하는 어려움도 분명 있다. 하지만 본인들 역시 하이브리드 워크의 혜택을 보고 있고, 변화는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한국MSD의 하이브리드 워크 운영 철학을 이야기한다면.

타 회사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자율에 따르는 책임이다. 컴퓨터 로그인 시간이나 온라인 상태, 개인별 업무 데이터를 트래킹하는 것과 같은 세세한 모니터링이 없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효율의 범위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로서 보여주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국내 하이브리드 워크 선도 사례로서 이제 막 전환을 검토하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글로벌에서 정한 원칙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재택근무(사무실근무 혼합)를 한다’이다. 다르게 응용하면 한 달에 열흘 재택근무를 한꺼번에 몰아서 쓸 수도 있고, 이 역시 앞으로 하이브리드 워크 모델이 다양하게 변형될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협업, 심지어 이노베이션까지도 결국 사람끼리 직접 만나서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했을 때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두 번째는 시스템으로 컨트롤할 것인지, 자율에 맡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하이브리드 워크 모델은 변수도 많고 시스템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직원들이 어느 정도 자율을 책임질 만한 성숙도가 되었는지를 자문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끝으로 한국MSD HR 부문이 노력할 부분에 대해 말해달라.

모든 일이 그러하듯 방향은 정해져 있는데 이 방향의 끝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선 서로가 약속한 원칙을 잘 지키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한다. 올해 하이브리드 워크 모델을 시행하되, 조직문화가 더 성숙해 지면 유연근무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부서 또는 개인의 특성을 살펴서 각각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정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르는 부분을 하나씩 해보면서 수정,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버추얼 디스턴스에 따라 릴레이션십이 약화된다는 지금의 생각도 기술의 발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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