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설립 이후 자유로운 재택근무와 유연한 근무를 구성원들에게 권장해 왔다. 특히 재택근무와 관련해 2018년부터 “주 1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라고 지침을 마련, 구성원 누구라도 눈치 보지 않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했고, 2022년부터는 ‘와우 프롬 애니웨어(wow from anywhere)’를 원칙으로, 국내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원격 근무 정책을 도입했다. ‘와우 프롬 애니웨어’는 어디서든 근무해도 된다는 뜻으로 근무 장소로 집 또는 교외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쿠팡의 자율적인 근무 문화를 구성하는 두 축은 자율에 기반한 재택근무 제도 그리고 월 기준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채우는 형태로 하루 최소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규정한 유연근무제도이다. 많은 기업이 규정과 실제로 일하는 방식이 다른 반면, 쿠팡의 경우는 규정과 일하는 문화가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두 축이 쿠팡만의 자율에 기반한 근무 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당 제도가 구성원들의 근무 만족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쿠팡의 내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성원 80% 가까이 재택근무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나는 우리 팀이 원격근무 시에도 사무실 출근과 동일하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에 직원 7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으며, “우리 회사는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효과적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항목에도 7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 회의로 인한 이동시간이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업무 효율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다 구체적으로 2022년 1월부터 새롭게 적용한 쿠팡의 재택근무에 대해 설명하자면, "주 3일 출근을 기준으로 삼되, 팀장의 재량에 따라 팀별 자율 운영”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재택 정책보다는 팀별 업무 성격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 그리고 운영하게 함으로써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팀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필자의 팀인 인사기획팀(People Ops. PMO)의 경우, 현재 주 5일 재택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있고, 개인이 최선의 근무성과를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근무형태를 스스로 정할 수 있게 가이드하고 있다. 사실상 개인에게 근무 방식을 셀프 디자인할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성과 중심의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팀이 재택 중심의 근무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팀에 따라서는 주 1회 또는 주 3회 출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출근과 재택을 적절히 섞어서 운영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또한 예를 들어, 현재 주 2회 출근하고 있는 팀이라 할지라도, 팀의 재택 정책은 팀의 역할과 인별 업무 특성에 맞게 앞으로 유연하게 변화할 수도 있고, 새롭게 채용된 직원의 거주 지역(국내 또는 해외)에 따라 개인별 재택 정책을 달리 적용할 수도 있다. 2022년 1월부터 적용된 쿠팡의 재택근무 제도를 직접 기획하면서 다수 회사의 재택 제도를 벤치마킹했지만, 쿠팡의 재택근무 제도처럼 유연하면서도 직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회사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면 재택근무 또한 쿠팡의 2022년 재택 제도를 기획하면서 검토 되었지만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게 될 때까지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데 있어, 그리고 쿠팡 내 다양한 조직 및 팀별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Companywide Perspective” 원칙에 기반하여 회사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무방식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지속하면서 자율에 기반하여 유연하여 운영할 수 있는 재택 정책만이 “WOW the Customer”를 지향하는 쿠팡에 가장 적합한 재택근무 제도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쿠팡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근무방식이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결국 이를 쿠팡의 재택근무 제도를 구축하는 데 반영하였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재택 중심의 근무 방식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주 3일 출근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실제로 블라인드 에서 진행된 “주 3일 출근과 전면 재택 중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 조사한 투표”에 대해 약 7000여 명의 현직자 중 반수가 넘는 4600여 명이 주 3일 출근을 더 선호(5월 18일자 기준)하는 것으로 확인 되었는데,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구성원의 역할에 따라 다르며 다수의 현직자가 출근의 순기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설문 결과라고 생각한다.

쿠팡에서는 장소와 무관하게 PC를 켜는 순간 근무가 시작된다. 현행 재택근무 제도하에서는 근무 장소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 다 보니, 사실상 일종의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근무 장소가 집, 교외 또는 쿠팡의 국내 스마트 오피스(잠실, 선릉, 판교)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회사의 필요에 따라 출근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지정해 두었다. 또한 재택근무 운영에 있어 간주근로시간제가 아닌 실제 근무시간을 적용하여 10시간 일하든 6시간 일하든 모두 8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근무한 시간을 입력하게 함으로써 구성원 스스로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은 철저하게 본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업무방식과 업무시간을 구성원 간 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쿠팡의 ‘창의’와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는 쿠팡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결국 재택이냐 출근이냐가 아니라 팀별 또는 직무별로 최적화된 방식으로 근무방식을 매우 유연하게 운영하게 함으로써 쿠팡의 리더십 원칙 “Hate Waste”, “Deliver Results with Grit”를 달성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율에 기반한 근무 문화 또한 강화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구성원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제도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재택근무는 구성원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고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하나의 솔루션이다. 사무실 근무보다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직무에 따라 사무실 근무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업무 툴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교육해야 함도 빼놓을 수 없겠다.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이라 할지라도 세상의 속도에 맞춰 의식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기업의 제도를 무작정 그대로 따라 하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접근 방법이다. 다른 기업의 제도 가운데 우리 조직이 허용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즉 우리 조직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조직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다가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업무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 출근하는 사람과 재택하는 사람에게 차별을 두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견을 버리고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매우 중요한 재택근무 관리 포인트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 크고 작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또한 장기간의 재택근무로 인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쿠팡의 경우 분기별로 성과를 확인하고 앞으로 쿠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 등 비대면 환경 속에서도 구성원 간 결속력,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는 심리상담센터인 “쿠레스트” 또한 운영 중이며, 더불어 직원들의 건강 증진 및 예방 프로그램과 체계적인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쿠팡케어센터 또한 운영 중인데,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코로나 장기화로 심신이 지쳐 있는 직원들의 근무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쿠팡의 재택근무 제도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관련 제도가 한 번 구축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이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구성원 만족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들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개선 방향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어떤 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구성원들에게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시대인 만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쿠팡의 재택근무 제도 또한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내외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어 내고 이를 쿠팡의 재택근무 제도를 비롯해 다양한 인사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이를 통해 “WOW the Customer”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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