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2020년 2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16km 정도 떨어진 커클랜드(Kirkland) 요양원에서 미국 내 첫 코비드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질병의 심각성을 인지한 마이크로소프트 리더십은 즉시 시애틀 본사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으며, 코비드-19 전염 정도에 따른 Stage 1~6 계획을 발표하였다. 발표안에 따르면, 나라별 지역별 전염의 심각성에 따라 Stage를 차별화하고, 각 Stage에 적합한 업무 형태를 권고하였다. 또한,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대한 다양한 임직원 및 생산성 데이터를 취합/비교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후, 2022년 2월 28일 Stage 6 전면 개방을 결정하였다.

하이브리드의 역설(Hybrid Paradox)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비드-19 팬데믹 이전에도 업무 특성 및 직원들의 거주 지역에 따른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이미 도입하고 있었 다. 그러나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전사적으로 강제 재택근무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리더십 팀은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및 직원들의 만족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었을 뿐 아니라, 재택근무 전반에 필요한 IT 인프라 및 프로그램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임직원 서베이, 생산성 및 네트워크 데이터 등을 꾸준히 취합/분석하고,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하이브리드 연구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부분은 하이브리드의 역설(Hybrid Paradox)이다. 하이브리드의 역설이란, 많은 직원이 재택근무를 선호함과 동시에 동료들과 직접 만나서 협업할 기회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으로 직원들은 업무 시간 및 장소에 많은 자유를 얻었지만, 업무 시간 총합 및 미팅 횟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번아웃이 심각 해지고 있다. 이에 CEO Satya Nadella는 최근 LinkedIn Post를 통해 기업의 업무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며, 새로운 기업 운영 철학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하였다.

하이브리드 워크와 생산성

많은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도입함에 따라 업무 생산성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의하면, 많은 직원들은 팬데믹 강제 재택근무 정책이 자신의 업무 생산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출퇴근에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업무에 집중하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2019 12월 – 220년 6월) 동안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직원들의 업무시간은 증가하였으나 직원들 간의 교류는 줄어들었고, 기존의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었지만,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은 쉽지 않았다.

팬데믹 초기 데이터들은 다양한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육아 및 사생활의 변화(예. 가정 보육의 증가 및 가족 구성원 돌봄 등) 및 새로운 업무 형태(강제 재택근무)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업무 형태가 광범 위하게 적용되는 과정에서 업무 생산성, 협업 효율성, 그리고 혁신 및 기업 성과에 어떤 변화가 올지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이브리드 운영 철학 및 방안

현재까지 취합된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마이크로소프트는 ‘유연성(flexibility) 및 경험의 일관성(similar experience)’을 하이브리드 운영 철학으로 선택하였다. 유연성이란, 각 직원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하고 생산적인 업무 방식(장소 및 시간)을 결정하고, 이에 대해 매니저 및 팀 직원들과 합의/조율해 나간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양한 업무 방식을 가진 직원들이 회의, 정보 공유, 협업 등을 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을 위해 모든 미팅에는 온라인 미팅 옵션을 포함하고, 다양한 시간대에서 일하는 팀원들을 위해 아웃룩 스케줄에 자신의 근무 시간을 표시하여, 근무 시간 외 회의 및 협업을 지양하도록 하는 등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효과적인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6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하였다.

1. Growth Mindset1: 앞으로의 업무 환경은 기존의 것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리더십 및 직원들이 Growth Mindset을 가지고, 실수 및 실패에서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어떤 방식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을 것이며, 실패를 용인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1) Dr. Carol Dweck이 정의한 성장 마이드셋(Growth Mindset)은 사람의 지능이나 역량 수준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뜻한다. 다양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Growth Mindset을 강조할수록, 어렵거나 힘든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에 반해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은 사람의 지능이나 역량이 결정되어 있으며, 노력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보는 관점이다. 고정 마인드셋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거나 어려운 업무를 회피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가진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Satya Nadella는 자신의 아들이 불치병에 걸려서 태어났을 때, 자신의 부인과 Growth Mindset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려움을 직시하고 희망을 가질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적인 문화를 Growth Mindset으로 대체하고, Know-it-all(다 알고 있다) 문화에서 Learn-it-all(다 배울 수 있다) 문화로의 변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2. 1:1 Conversation: 내부 서베이에 따르면, 매니저와 1:1 미팅에서 하이브리드 업무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직원일수록 업무 만족도가 높고 하이브리드 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니저들에게 팀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1:1 미팅을 하여 각 직원에게 가장 적절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라고 추천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필요한 만큼 유연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3. Model-Coach-Care: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관리자의 역할을 Model, Coach, Care로 정의한다. 따라서, 매니저들이 스스로 탄력 근무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고(Model), 팀원들이 업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Coach), 팀원들의 복지 및 경력 개발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Care) 한다.

4. Team Agreement: 완전한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처음으로 도입함에 따라 직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협업하고 업무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팀 직원들끼리 토론하고 동의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일주일 중 미팅을 없는 날(meeting-free days), 팀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대면 미팅 날짜 등을 함께 결정하는 것이다.

5. Intentional Hybrid Meetings: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의 성공은 다양한 직원들이 편안하고 쉽게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미팅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구성하여 오피스에 있는 직원 및 리모트 직원들 모두를 포함할 수 있게 한다.

6. Don’t ignore the basics: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업무에 응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매니저들은 자신의 팀 멤버들이 자신의 웰빙에 가장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이브리드의 미래 및 향후 과제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어떤 형태로 구성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실험 및 데이터가 필요하다. 특히,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업무 생산성 및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Microsoft Viva Platform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매니저들은 자신의 팀 멤버들의 정규 근무 외 업무 시간 및 평균 미팅 시간에 대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고, 특정 직원의 업무 시간이 과도하거나 미팅이 효율적이지 못한 경우, 시스템에서 자동 통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의 번아웃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Best Practice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직원들에게 focus time을 권장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팀원들 역시, 매주 자신의 focus time 및 미팅 시간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로 받으며, 개인의 웰빙 및 시간 관리에 대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으로의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일 뿐 아니라, 개인들이 자신의 업무 및 동료들과의 협업을 어떻게 할 것인 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직 어떤 회사도 ‘완벽한 답안’을 찾지 못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다양한 툴과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CEO Satya Nadella는 그의 LinkedIn 발표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며, 거대하고 어려운 변화에 Growth Mindset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언급하였다.

개인적인 소견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 형태(재택근무)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뿐 아니라, 업무 외 다양한 변화(아이들의 가정보육 등)로 인해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직원들의 이메일 Signature 아래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종종 보인다.

“P.S. My work hours may not be your work hours. I am often catching up on email when convenient for me as I am juggling my schedule between work and home commitments. Please do not feel obligated to respond outside of your core work hours. If my request is time-sensitive, I will explicitly let you know.”
“P.S. 저의 근무 시간이 당신의 근무 시간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회사 및 개인 업무를 함께 조정하느라, 다양한 시간에 이메일을 확인하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의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저의 이메일을 받는다면, 이에 즉시 응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긴급한 업무가 있다면, 이메일에 분명하게 명시하겠습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직원들 간의 대면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개인들의 삶을 좀더 공유하고 (예. 미팅에 가족들이 인사할 때도 있음), 서로를 좀 더 친밀하게 알아가는 기회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직장 동료 간에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공감대가 형성되고, 상대방의 어려움과 실수에 대해서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도입하는 초기에는 다양한 문제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의 생산성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미래 조직 경쟁력에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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