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Quiet Quitting을 대하는 자세]

한국MSD의 본사인 MSD는 전 세계 모든 지사에서 DE&I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DE&I는 신세대 뿐 아니라 모든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조직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사진=한국MSD 제공
한국MSD의 본사인 MSD는 전 세계 모든 지사에서 DE&I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DE&I는 신세대 뿐 아니라 모든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조직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사진=한국MSD 제공

신세대와 공생할 수밖에 없는 불편함

시대마다 다양한 신세대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는 X세대, 2000년대에는 Y세대 그리고 요즘에는 MZ라고 불리는 세대가 등장했다. 이런 신세대는 과거에도 등장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17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 그 당시 젊은 세대들의 특징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주로 신세대들에 대한 불만이다. 그리스, 로마, 중세 시대 문헌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동양에서도 한비자,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면, 신세대들에 대한 걱정이 나온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젊은 세대들에 대한 불만, 불평, 걱정이 옛날부터 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 등장한 신세대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불편함과 함께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아마도 사회의 연공서열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그들을 권위로는 통제할 수 없으니 같이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이 나의 기득권을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시대마다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면 그때마다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호들갑을 떤다.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어설프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말투를 흉내내 보고 복장을 따라해 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그렇게 이해한 신세대도 결국은 구세대가 돼 버리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는 다른 종류의 신세대는 계속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생겨나는 새로운 신세대들을 이해하는 새롭고 근본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를 실천하는 것이다.

리더들과 인사팀이 알아야 할 새로운 코드: DE&I

DE&I의 개념은 주로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발전됐다.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 그러다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일하는 일이 많아지자 이제 DE&I는 미국에서만 필요한 개념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계 시민에게 필요한 덕목이 되었다.

원래 DE&I는 D&I라는 개념으로 많이 알려졌다가 최근에 Equity의 개념이 추가됐다. Diversity는 다양성이다.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다양함, 예를 들면 성별, 민족,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을 이해하고 인정하자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없다. 그냥 다른 것을 다름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면 된다.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를 인정하면 갈등이나 다툼이 줄어든다. 하지만 국가, 사회, 조직, 팀의 운영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이 서로 다투지는 않지만 서로 화합하지 못한 채 분리돼 있다면 굳이 같은 국가, 사회, 조직, 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다양함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를 일으킬 기회를 잃는 것이다. 그래서 Inclusion이 필요하다. 다름을 포용해 화합해서 어울리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들이 속한 곳에서 공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Inclusion이 Diversity와 함께 결합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아무리 다양성을 인정하고 화합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도 이것이 제도화돼 실제로 실천되지 않으면 말 뿐인 것이 된다. 그래서 Equity가 필요한 것이다. Equity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이 속한 국가, 사회, 조직, 팀에서 기회를 실현하고 행복을 누리는데 장애가 되는 유무형의 걸림돌을 제거해 공정과 정의를 이루는 것이다. Equity는 다양한 사람들이 처해 있는 저마다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Equality와는 다르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만들어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Equity의 전형적인 예다. 어떤 세대가 등장하든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고 같이 일하면서 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제도화해 나간다면 그들을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MSD가 DE&I를 실천하는 방법

필자가 일하는 한국MSD의 본사인 MSD는 전 세계 모든 지사에서 DE&I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DE&I는 신세대 뿐 아니라 모든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조직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MSD에서 DE&I를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설명하기에 앞서 미리 염두에 뒀으면 하는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DE&I는 결국 문화다. 따라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MSD도 DE&I를 도입한 지 꽤 됐지만 계속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항상 느끼고 있다. 따라서 처음으로 DE&I를 도입하려는 조직이 있다면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실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리더가 나서야 한다. DE&I도 마찬가지다. 리더 스스로 좋은 롤모델이 돼야 하고 항상 조직 내에서 DE&I는 우리의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끊임없이 구성원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셋째, DE&I는 문화이므로 조직원들의 생활 전반에 침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MSD의 조직문화를 나타내는 6개의 Ways of Working에 DE&I는 하나의 요소로 공표돼 있고 모든 직원이 조직에서 생활하는데 참고하도록 했다. 또한 분기별로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Employee Pulse Survey에서는 반드시 DE&I에 대한 질문이 있어 우리가 DE&I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360도 피드백 서베이에도 DE&I 관련 질문은 항상 포함돼 있다.

DE&I Committee 조직

한국MSD를 포함한 전 세계 MSD지사들에는 나라별로 DE&I Committee가 조직돼 있다. 이 Committee 밑에는 다양한 EBRG (Employee Business Resource Group)가 있다. 각 DE&I 주제별로 활동하는 소그룹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Next Generation Network(세대간 이해), Capability Network(장애인), Asia Pacific Association(아시안), Rainbow Alliance(LGBT), League of Employees of African Descent(흑인), Women’s Network(여성), Alianza(라틴아메리카), Interfaith Organization(종교간 이해), Veterans Leadership Network(퇴역군인), Native American&Global Indigenous People(세계 지역별 토착인) 등이 그 예다. 

이중 한국에는 Next Generation Network, Women’s Network 그리고 그 밖의 DE&I 주제들을 다루는 General D&I Network가 있다. LGBT에 관심이 있는 한국 직원들은 Asia Pacific Rainbow Alliance에 참여하고 있다. DE&I Committee와 EBRG 활동은 모두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며 회사는 한두 명의 임원을 멘토로 지명해  Committee에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

이들의 활동은 다양하다. 주로 본인들이 담당하고 있는 EBRG 주제별로 직원들의 인식을 높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예를 들면 Next Generation Network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직원들을 초대해 세대간 대화를 촉진하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General D&I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화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정욱 작가의 강연을 듣고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Women Network에서는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자녀 성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 밖에 DE&I를 널리 알리기 위해 DE&I 포스터를 사내 미팅룸에 부착하고, DE&I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나 경구들을 이메일로 정기적으로 발송한다.

하지만 가장 큰 행사는 Global DE&I Experience Month이다. MSD는 매년 9월을 Global DE&I Experience month로 정하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지사들에서 DE&I에 대해 생각해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행사들을 마련한다. 올해는 직원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약간의 경쟁 요소를 가미했다. 올림픽처럼 각 나라별로 DE&I Best Practice를 공유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나라들에 금, 은, 동메달을 상징적으로 수여한다. 이 행사들은 대면, 비대면 또는 국가별, Asia Pacific,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하게 이뤄진다. 

또다른 중요한 측면 Equality

DE&I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Equality이다. D&I를 어떻게 제도화 했는가의 문제이다. 채용에서 MSD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 한국MSD에서 여성의 비율은 53%, 여성임원 비율은 46%다. 일하는 여성들은 출산휴가, 육아휴직, 가족 돌봄 휴가 및 휴직 등을 눈치 보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또한 성별, 인종, 국적, 장애 등의 이유로 급여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포용이 건강한 조직 만든다

DE&I는 새로운 시대마다 끊임없이 탄생하는 신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이다. 하지만 신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외모, 배경,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여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건강한 조직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윤리적이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이런 윤리적인 활동의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글 _ 김홍배
한국MSD HR Head/전무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