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당신의 ‘역량’은 안녕하십니까? - 리스킬(Reskill)/업스킬(Upskill)에 주목해야

‘대퇴사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는 키워드가 올해 기업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미국의 경영학자 안토니 클로츠가 2021년 5월 처음 언급한 이 키워드는 1929년 미국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에 빗댄 것으로, 코로나 이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음에도 퇴사한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요원하지만, 대퇴사 시대라는 단어가 주는 교훈은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해고를 겪거나 재택근무에 돌입했던 사람들이 노동과 일의 가치, 삶과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역시 유사한 맥락의 신조어다. 미국의 한 엔지니어가 SNS에 올린 뒤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 용어는 실제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퇴사에 가까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회사 생활에 임하겠다는 일종의 심리적 퇴사를 의미한다.

즉 회사에 출근은 하고 업무상 의무는 다 하겠으나, 그 이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애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단순히 회사 생활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보다 중시하겠다는 의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대퇴사 시대나 조용한 퇴사 모두 기존 기업 경영진 또는 구성원의 시각에서 볼 때 바람직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회사에 대한 저항, 일탈이나 업무 태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일터에서 직장인들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치열한 경제 급성장기를 거치면서 조직에 충성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직장인들이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는 순간이 도래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또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직장인의 일탈이라 언급하며 사무실로의 복귀를 명하는 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전면 재택근무를 유지하거나 사무실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통합하고 구성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은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유인책이자 리텐션(Retention) 전략인 동시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일과 삶에 대한 가치를 조직이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일터의 변화 속에서 올 한해 HRD 담당자들은 주로 어떤 키워드에 관심을 가졌을까? 교육전문기업 멀티캠퍼스에서는 ‘2022 ATD(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 컨퍼런스’에서 주로 언급된 키워드를 [그림]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그림] 2022년 ATD ICE 키워드(자료 - 멀티캠퍼스)
[그림] 2022년 ATD ICE 키워드(자료 - 멀티캠퍼스)

이에 따르면, ‘Learning Experience’, ‘Up-skilling&Re-skilling’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키워드가 있는 가운데, ‘Digital Learning’, ‘Training Platform’, ‘Virtual Delivery’ 등 디지털 관련 키워드들이 예년에 비해 다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Hybrid Workplace’, ‘Employee Re-engage’, ‘Re-culturing’ 등은 앞서 언급한 대퇴사 시대나 조용한 퇴사, 하이브리드 워크와 맥을 함께 하는 키워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 하에서 HRDer가 좀 더 주목할 만한 키워드를 ▲워크플로우 러닝과 자기주도 학습 ▲블렌디드(Blended Learning)의 진화 그리고 ▲리더의 코칭 역량 강화 등 세 가지로 제시한다.

워크플로우 러닝(Workflow Learning)과 자기주도 학습

워크플로우 러닝은 그동안 HRD 분야에서 꾸준히 언급돼 온 70:20:10 모델 또는 워크플레이스 러닝(Workplace Learning, 일터학습)과 맥을 같이 하는 개념이다. 일과 학습이 분리되지 않고, 구성원이 업무를 하는 사이사이 필요한 학습자원을 적시에 제공해 자기주도 학습과 업무에서의 성과 창출을 함께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워크플로우 러닝은 어떻게 우리 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까? 기업들이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러닝 플랫폼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러닝 콘텐츠, 이러닝 코스웨어, 집합교육, 북러닝 등과 같이 다양한 학습자원들을 연결해 AI 알고리즘이나 개인 요구에 따라 필요로 하는 시점에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이른바 ‘Netflix-like’, ‘Youtube-like’한 방향으로 개발·도입되고 있는 러닝 플랫폼이 워크플로우를 위한 하나의 키로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며 대기업을 선두로 다양한 조직에서 러닝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고 설계 및 개발, 운영에서의 노하우를 축적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특히 적극적이고도 활발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기업 현장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HRD 분야의 오랜 관심사인 자기주도 학습을 다시 고민하게 된다. 러닝 플랫폼 기반의 개인 맞춤형 학습은 궁극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는 교육담당자들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그리고 ‘Push&Pull’ 전략이다.

먼저 액티브 러닝이란 이름 그대로 학습자들이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교수학습법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사례중심 학습법(Case-Based Learning),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목적 중심 학습(Goal-Based Learning), 프로젝트 중심 학습(Project-Based Learning) 등이 있다. 

Push&Pull 전략은 조직에서 의무적으로 부과해 구성원들이 학습하도록 만드는 Top-down 방식의 Push 전략과 학습자들이 스스로 먼저 접근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Pull 전략으로 구분해 학습 전략을 설계하고 구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액티브 러닝이나 Push&Pull 전략 모두 과거에도 HRD 분야에서 언급돼 온 내용이지만, 기존에는 이를 집합 교육 중심으로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플랫폼 환경에 빗대어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진화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식됐으나 비대면 실시간 교육, 화상회의가 온전히 우리 일상에 안착함에 따라 관련 교수 학습법이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의 통합 등과 같은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조합해 함께 사용하는 것을 우리는 블렌디드 러닝이라 통칭해 왔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러닝(Hybrid Learning), 하이플렉스 러닝(HyFlex Learning) 등과 같이 이를 보다 세분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러닝이란 물리적인 학습 공간과 가상 학습 공간을 긴밀하게 연계하는, 다시 말해 대면 학습과 원격 학습을 통합하는 형태의 교육을 의미한다. 하이플렉스 러닝은 하이브리드 러닝에 ‘Flexible’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것으로, 학습자에게 참여 형태에 대한 권한을 부여해 면대면 학습, 실시간/비실시간 온라인 학습 중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플립 러닝에 대해서도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연구소에서는 플립 러닝의 운영 형태를 보다 세분화해 7가지의 블렌디드 러닝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직 이들은 개념에 가까우며 구체적인 전략이나 설계 원칙 수준으로 발전된 것은 아니나, 현장에서 이러한 시도와 논의가 많아진다면 점진적으로 각각 개별적인 학습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의 코칭 역량 강화

사람 중심 리더십, 일명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MZ세대 중심의 공정성 이슈,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등이 중시됨에 따라 다시 대두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사람 중심 리더십은 결국 현장에서의 개인을 지원하는 리더의 코칭 역량으로 연결되며, 최근 많은 기업이 리더의 코칭 역량 강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 관리자의 코칭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들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1on1 미팅, Stay Interview 등이 그 구체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1on1 미팅이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관리자와 구성원 간의 면담을 의미하여, Stay Interview란 구성원의 리텐션을 고취시키고자 리더가 반드시 알거나 해결해야 할 사항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각 구성원들과 진행하는 구조화된 미팅을 일컫는다. 

Stay Interview는 구조화된 질문을 토대로 수행돼야 하는데, 예를 들어 ‘매일 무엇을 기대하면서 출근하는지’, ‘회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팀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한 것은 언제이며, 그 이유나 계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은 회사 생활을 위해 리더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유수의 글로벌 리서치 펌이나 컨설팅 펌들이 차년도 HR(D) 전망을 앞다퉈 내놓곤 하는데, 올해는 이를 내년 초로 연기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현재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한편으로는 실제적인 변화의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담아내는 그릇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수 있겠지만, 결국 이 시대의 HRD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현장 중심의 자기주도 학습으로 귀결된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많은 기업교육 현장에서 교육담당자들이 이에 대한 논의와 시도를 이어가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 보다 발전적인 HRD 전략을 찾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 


글 _ 주현미 멀티캠퍼스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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