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당신의 ‘역량’은 안녕하십니까? - 리스킬(Reskill)/업스킬(Upskill)에 주목해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예측한 바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이 리스킬링이 필요하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업무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일의 특성이 변하거나 사람이 하는 일이 대체될 여지가 커진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은 선제적으로 현재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을 파악하고, 미래 사업에 필요한 스킬과의 격차를 확인한 후 이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인력을 시장에서 확보하는 것보다, 현재 있는 구성원들에게 교육이나 업무 경험 제공을 통해 필요한 스킬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과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구성원 입장에서는 리스킬, 업스킬을 통해 본인의 커리어를 확장하고 성장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원 감원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트위터 등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기업의 화이트칼라층의 해고가 눈에 띄는 가운데, 모건 스탠리에서는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이 다른 분야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 예측한다. 

실제로 다른 업종에서는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이후 과도한 유동성 이후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실업 수당 등으로 인한 미국 노동자들의 근로 복귀 의욕 저하 등이 맞물려서 일어나게 됐다. 자칫 ‘디지털 기술의 최전방에 있는 인력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리스킬과 업스킬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오해를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구성원 개개인의 측면에서는 산업이 재편되거나 회사가 어려워질 때 생존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수요가 높거나 발전 가능성이 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킬을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도 과거에는 인원 정리 시 특정 사업부나 연차를 타깃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특정 스킬의 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필요 인력을 판가름하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리스킬링/업스킬링 활동은 더욱 두드러졌다. 링크드인에서 2021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59%의 인재육성 담당자들이 리스킬링/업스킬링이 업무의 최우선 순위라고 답했다.

최근의 추세는 리스킬링/업스킬링을 위해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 관점의 액티비티와 결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의 니즈에 의해서 기존 구성원들을 활용하기 위한 관점이 아니라 직원 경험, 고용 브랜딩 관점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유니레버

전 세계 약 15만 명의 임직원을 둔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구성원의 성장이라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리스킬링/업스킬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Purpose Workshop이란 것을 통해서 의미 있는 업무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강점과 열정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워크숍에는 14개국 약 3,500명이 참여했는데, 참가자들의 49%가 업무의 성과 향상을 위한 내재적인 동기가 상승했다고 응답했다. 변화를 주저하는 인간의 특성상, 결국 리스킬링과 업스킬링도 구성원 개개인의 의지가 동반돼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를 환기시켜줄 수 있는 활동을 같이 제공하는 것이다.

FLEX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현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구성원들이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과 앞으로 향상하고 싶은 스킬을 시스템에 등록하면 이에 적합한 프로젝트들을 확인할 수 있고 지원해서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R&D 직무를 수행하던 한 직원의 경우 FLEX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다양성팀의 프로젝트를 해본 후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점을 찾고 흥미를 느껴 추후 직무를 변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FLEX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이 1,350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약 11만 시간 이상을 투입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유니레버에서는 회사에서 정의한 필요 스킬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Degreed라는 플랫폼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핵심적인 65개의 스킬을 정의했는데, 예를 들어 디지털 팩토리 관련 프로그램에는 데이터 확보/분석 스킬 등이 들어가 있다. 점점 정교해지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구성원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JP Morgan

골드만삭스, JP Morgan 등 투자 은행들은 이제 자신들이 더 이상 은행 업종이 아닌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 AI 기술을 접목해 투자와 자산관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업을 재정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걸맞게 JP Morgan에서는 구성원들이 현재 하고 있는 직무에 데이터 분석, AI 기술 등을 접목할 수 있도록 업스킬링 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자산 관리 분야로 신규 채용한 애널리스트들 전원이 의무적으로 코딩 프로그램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존 직원 중에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약 10주간의 집중 코딩 훈련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또한 마련했다.

현재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코딩,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등 약 7,000개의 교육 과정이 있으며 직원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할 과정 또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PepsiCo

펩시는 구성원 육성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정의했다.
 
- 펩시가 고객에게 집요하게 집착하듯 우리도 직원에게 그러할 것이다. 
- 업무 과정에서 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구성원들이 현재 업무를 탁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다음 커리어에서도 그럴 수 있도록 준비시킬 것이다. 
- 미래의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대비해줄 것이다. 

펩시의 교육/연수 기관인 PepsiCo University에서는 위 목표에 기반해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외부 학습 플랫폼들과 협업해 구성원들의 리스킬링/업스킬링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인 2022년 3월 펩시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100개 이상의 학사 인정 프로그램, 수료 과정, 업스킬링 프로그램을 약 10만명의 정규직, 비정규직, 파트타임을 포함한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영역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SCM, 데이터 분석, 기술 관련 분야이며, 만약 프로그램에 없는 학사/석사 프로그램을 할 경우에도 일정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리스킬과 업스킬, 구성원 성장 관점에서 설계 필요

국내의 경우 노동환경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리스킬링, 업스킬링을 준비해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비 없이, 코로나와 같이 일의 특성과 근무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상황을 또 맞닥뜨리거나,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산업이 재편될 때 잉여 인력을 빠르게 전환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여겨져야 한다.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에 투자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사람 중심’의 인사를 해오던 우리나라의 경우 구성원 개개인의 직무가 명확하고 그 직무에 맞는 스킬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킬 갭(Skill Gap)을 파악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사람을 뽑아 이 일도 시켜보고 저 일도 시켜보는 방식으로 사람을 육성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미래 사업에 필요한 스킬들을 사전에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교육 과정, 혹은 업무 경험을 제공하기에 앞서, 현재 우리 회사에 어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을 꼭 거치고 있다. 최근 많은 대기업에서 직무 체계를 다시 정리하고, 역량 평가를 도입하고 있는데 과거에 반복돼 오다가 중단된 것과는 달리 앞으로 이러한 노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가운데, 회사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의 빠른 상승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경력 개발계획, 직무 순환이나 프로젝트 참여 등을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에서 연계해 제공할 때 더 많은 구성원이 동기부여돼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것이다. 

단순히 현재 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 회사에서 교육을 보내주는 개념이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업무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필요한 스킬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을 느낄 때 직원들의 몰입도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리스킬링/업스킬링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이 현재 보유한 스킬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채용 후 온보딩 단계에서부터 구성원들이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체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_ 원지현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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