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공적인 AI*HR을 위한 가이드

HR의 AI 도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이 AI를 활용한 인적자원 관리를 통해 경쟁우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학계에 회자됐다. 아울러 2010년대 후반부터 후보자의 선발, 구성원의 배치, 인원 및 인건비의 최적화, 인재 추천 시스템, 자기소개서 분석 등 HR의 다양한 분야에 AI가 도입, 활용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대형 언어 모델이라고 불리는 ‘GPT’도 HR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Benard Marr(Forbes, 2023)에 따르면, 채용 프로세스 운영과 입사 지원자의 전형 경험, 인재 추천 및 선발 결정의 보조 등과 같은 채용 분야, 구성원의 온보딩 프로세스에서의 실시간 문답 지원, 교육 훈련에서 특정한 기술과 교육 요구에 대한 개인화된 교육훈련, 성과 관리 및 피드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GPT로 대표되는 AGI(Artificial Generative Intelligence)의 대중화는 기업 AI 활용의 변곡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HR도 AI를 도입해 활용할 경우의 수많은 기회 요인을 잡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HR 현업은 현존 HR Process에 AI를 접목하고 잠재적 이점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아마존(Amazon)은 AI를 활용한 선발 전형이 특정 성별에 대한 편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이유로 폐기를 선언했다. 국내의 경우 2022년 사람인 설문조사 결과 AI의 도입이 채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9%였지만 여전히 41%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AI를 전체 선발 전형에 활용하는 비중은 단 6.1%에 그치고 대체로 AI를 선발 전형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R에서의 AI 활용이 HR 기능 중 일부에만 적용돼 제한적으로 활용되거나, 도입되더라도 중도에 실패하는 경우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할까? 이 글에서는 HR의 AI 도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 HR 구성원 혹은 의사결정자의 심리적인 장벽

첫 번째 이유는 HR 구성원 혹은 의사결정자의 심리적인 장벽이다. 이는 HR의 AI 도입을 저해하거나 적어도 적극적이지 않게 하는 개인적 특성으로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AI에 대한 불안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있으며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상유지편향은 변화 혹은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는 것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누구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현재의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HR의 기존 관행과 절차에 AI를 접목한다는 것은 익숙한 현행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나아가 새로운 지식의 습득과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기대되지 않거나 기대되는 이익이 투입 노력과 자원에 비해 적다면 변화보다는 현행을 고수하게 된다.

불확실성 회피 또한 AI 수용과 적극적인 활용의 장애 요인이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불안을 피하려고 하는 개인적 특성이다. 이것이 높은 개인은 모호한 상황이나 정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스트레스의 원천을 회피하고자 한다.

▶ 사용자의 AI 관련 역량 부족

AI를 HR의 여러 영역에 도입하기 위한 초기 설계를 진행하거나, AI를 실제 사용하는 경우, AI로부터 얻어진 결과를 해석하는 등의 모든 단계에는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된다. 하지만 잠재적인 AI 사용자인 HR Professional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 실질적인 도입과 활용은 저해된다. 높은 수준의 기술 이해도라는 AI 고유의 진입 장벽을 제외하더라도 데이터 문해력(Data Literacy) 즉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른 경영 분야와 달리 HR은 데이터가 아닌 HR 전문가의 경험과 감(Intuition)에 의존하고(Chalutz, 2019) 과학적 접근과 검증 보다는 수사적(修辭的)이고 ‘언뜻’ 말이 되는(Sense-making) 해석을 많이 해 온 반면 데이터에 기반한 엄정한 분석과 결과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나 AI를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Computer Science 등에 대한 역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 데이터 인프라 부족과 기존 시스템과의 병립 어려움

앞서 HR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저해하는 개인의 특성에 관해 논했다. 하지만 AI의 도입과 활용이 전적으로 개인적 특성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기업과 기업 고유의 활동에 적용됨을 고려할 때 조직과 리더의 맥락적인 제약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솔루션 업체들이 제공하는 AI Product를 활용하다 우리 조직의 HR 환경에 좀 더 부합하는 AI로 고도화하려면 조직 고유의 맥락에 관한 정보 즉 우리 회사의 데이터가 요구된다. 

그러나 HR 데이터가 오랜 기간 쌓여 있다고 해서 이것이 AI 고도화를 위한 적합한 데이터는 아니다. ‘AI를 왜 도입했는가’, ‘도입 목적은 무엇인가?’에 관한 명확한 방향성 하에 축적된 합목적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때 보다 정교한 AI 산출물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 HR Data Lake 구축과 활용에 투자하고 있어 고무적이나 여전히 상당수 조직은 HR 각 기능 간 분절적이고 파편화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또 기존의 HR 시스템과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AI간 호환성이 결여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시스템이 오랜 기간 활용돼 온 경우 HR Process가 해당 시스템에 최적화돼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 별도의 방식과 병존해야 할 수도 있다.

▶ AI에 냉소적인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장벽

관료주의와 강한 조직 관성, 그리고 단기 실적 위주 성장 중심적인 조직 문화는 불확실성을 수반한 새로운 시도와 조직 내 실험적 논의보다 일사분란함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직은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방식에 고착되거나 다른 조직의 성공 사례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성향이 있어, AI 도입에 냉소적이거나 혹은 선도적인 다른 회사가 수용한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애초부터 AI 도입 목적이 조직과 HR의 문제 해결을 위한 것보다는 시류에 편승한 피상적 차용이었기에 그 결과가 중도 폐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또 조직적 여유가 있고 도전과 학습을 장려하고 실패를 수용하는 훌륭한 문화적 토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더의 특성에 따라 AI 도입과 활용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리더가 AI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Skeptic)을 가지고 있거나, AI가 산출해 낸 결과를 특별한 이유 없이 수용하지 않거나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확증편향적 특성이 강한 경우가 그렇다. 

이에 더해 과학적 접근보다는 직관의 우위를 내세워 불신하거나 배척하는 반지성주의적 특성을 보유할 때 조직 내 AI의 도입과 활성화는 매우 요원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AI 도입과 적극 활용을 위한 제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이 뒤로 물러나 바라만 보고 있을 때, AI의 잠재적인 효익 혹은 위해(危害)는 실재화되지 않는다. 실재화되지 않은 잠재적 효익을 막연하게 동경하는 것도,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은 위해를 상정해 AI의 도입과 활용을 거부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AI 도입과 활용을 고민하는 조직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의 수용을 연구한 많은 문헌에서 제시하는 강력한 활성화 요인은 사회적 영향력(Social Influence)이다. 특히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의 새로운 기술 도입과 활용에는 구성원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 혹은 리더의 지속적인 사용 장려와 권고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는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판 형성을 돕는다.

이러한 심리적 안전판 위에서 구성원은 AI를 선행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사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지 비판적인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하되, 실패를 감안하고도 작은 시도라도 해 보는 것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AI를 도입해 활용하는 우리 조직만의 특정 목적성에 부합하는 작은 성공 사례들이 거듭될 때 현상유지편향과 불확실성의 회피성향이 높은 구성원들은 차차 AI 활용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더불어 AI의 도입이 단순히 시류(Trend)에 편승한 피상적 모방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직 차원에서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목적과 본질을 명확히 하고, 도입과 활용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익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비전과 전략을 기반으로 합목적(合目的) AI 구축에 요구되는 HR 데이터 생태계 즉 어떠한 데이터가 어떻게 누적되고 관리돼야 하는지에 관한 로드맵을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HR Analytics 전문가들이 내외부 AI 전문가들과 협업해 우리 조직에 최적화된 AI를 도입하기 위한 기저(基底)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특이점의 도래를 앞당기는 듯하다. 미국의 진화학자 벤 베일른이 제시한 ‘붉은 여왕의 가설(Red Queen Effect)’은 주변 환경이나 경쟁 대상이 빠르게 변화할 때 가만히 현상을 유지하는 개체는 오히려 적자생존에서 퇴보하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HR을 둘러싼 환경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뒤쳐지지 않으려면 더욱 빠르게 달려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함을 의미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글 _ 어승수 LS Holdings People Lab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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