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학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중학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중학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시간과 공간 개념이 급속히 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돌이켜보면 농업시대 우리는 자연의 시간 흐름에 따라서 벼를 심고 추수하고 살아왔고, 이후 산업혁명 뒤에는 조직에서 결정한 시간 흐름(예. 9 to 6)에 따라 일해왔다.

더불어, 공간 역시 과거에는 ‘직장’ 하면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무형적 조직(예. 삼성, SK 등)을 뜻하는 동시에 유형의 공간(예. 사무실)을 뜻하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시공간 의미가 크게 변하고 있다.

우선 저녁 모임과 회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구성원들에게 더욱 자유로운 저녁 시간이 생긴 동시에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비율 역시 증가했다.

<넥스트 밸류>1)에서는 한 카드사 사용내역을 분석해서 한국 직장인들이 저녁에 회식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본인에게 투자하는 인원이 늘어났고, 새벽 시간(오전 4시~6시) 사이에 절대적인 소비 활동 역시 증가했음을 밝혔다.

즉, 오랫동안 갖고 있던 시간 주도권을 자연-조직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했던 것이다.

더불어, 공간 역시 재택근무 등을 함으로써 더 이상 사무실로의 출퇴근이 기본값이 아닐 수 있다는 자각을 했고 이는 일하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바꾸기 시작했다.

<일과 의미의 재창조>2)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에게 공간은 단순히 일하는 곳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적 의미를 갖는 장소로 의미가 이동했음을 여러 데이터와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구성원들이 느끼는 시공간이 변하고 있고 이를 여러 데이터가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 인사(人事)는 본질적으로 조직 내 사람과 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업무를 한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되고, 만족하고 몰입해서 높은 성과를 낼 것이고 긍정적 경험을 하고 협업함으로써 개인 성장을 이뤄낼 것인가를 인사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사람(인)과 일/직업(사)의 높은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우리가 사람과 일을 바라볼 때는 조직 내 암묵지에 근거한 경우가 많았다. 가령, 누구를 채용해야 하고 승진시켜야 하는 예측 문제부터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왜 몰입하지 못하는가 등의 설명이 필요로한 영역까지 여러 구성원 경험, 특히 리더들의 단독 의사결정에 근거했다.

그러나 조직 내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매우 다양하고, 인사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복잡다단해지면서 단순히 사람 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의사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이에 따라 피플 애널리틱스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 인공지능이 우리 일하는 방식과 삶에 깊숙이 활용되면서 데이터 기반 사람 의사결정을 뜻하는 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24년은 여러 조직과 장면에서 생성AI 활용이 증가할 것인데 우리 인사가 사람과 일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생성AI와 피플 애널리틱스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인공지능은 현재까지는 0과 1이란 체계하에 이를 더하고 곱하는 방식 등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와 함께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결국 우리의 다양한 측면(예. 성격, 가치, 동기, 능력 등) 및 환경(예. 조직문화, 근무환경 등)을 0과 1로 변환하고 이를 연산해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IT회사인 구글은 2016년 피플애널리틱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서 현재까지 주요한 의사결정에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다.

이후 한국 내 여러 조직 역시 피플애널리틱스를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별도 조직을 만들고 여러 사례를 만들고 있다. 가령, 제1회 피플애널리틱스 컨퍼런스에서 국민은행, 기아, LS 등에서 발표한 내용 역시 조직 내 구성원을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여러 분석 방법, 시각화 및 개발 활동을 소개한 바 있다.

국내 A사는 MZ세대 구성원 퇴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에 집중하여 구성원에게 긍정적 경험을 주는 요소를 연구해서 뽑아내고 이를 구성원에게 진단해서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을 확인한 후 인사제도에 반영한 바 있다. 또한, 국내 B사는 조직진단 데이터에 존재하는 여러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해서 구성원 니즈를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감정분석을 써서 시간 흐름에 따른 구성원 감정 변화와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몇 개 기업에서는 인력계획 및 채용 의사결정 등에 딥러닝 등을 활용한 예측 모델링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서 채용 의사결정을 고도화하는 사례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조직 내 구성원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이 국내에도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생성AI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인사에도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이 자연스러워졌고 2024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높아가는 관심에 비례해서 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령, 미국 백악관은 2023년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으로 인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는 데이터 및 알고리즘에 대한 공개를 권장했고, 유럽연합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데이터 기반 인사 의사결정에 대한 보완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한국 여러 조직에서는 아직까지도 몇몇 서비스를 활용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혹은 인공지능을 채용에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법률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데이터 기반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이 갖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피플 애널리틱스를 도입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우선 데이터 기반 인사 의사결정이 ‘요술 방망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가령,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활용해서 채용 예측 모델링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경우든 아직까지 컴퓨터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서 예측을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우리가 의사결정하려는 사람의 가변성과 환경 불확실성은 알고리즘은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피플 애널리틱스에서 예측 모델링과 의사결정은 매우 조심스럽게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 생성AI를 포함한 여러 알고리즘을 인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와 높은 수준의 컴퓨팅 파워로 학습시키다 보니 어느 순간 ‘느닷없이’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게 현재까지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피플 애널리틱스를 조직에서 활용할 때는 의사결정의 보조 도구로서만 기능할 것이 명확히 조직 내 리더와 구성원 모두 협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피플 애널리틱스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그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머신러닝, 딥러닝 성능을 인사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성과지표이기 때문이기보다는 특정한 조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효과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피플애널리틱스 책임자는 늘 조직 내 문제를 발굴하고자 여러 비즈니스 현장에 관심을 갖고 자주 미팅을 하고 이를 구체화한다.

이후 조직에서 해결할 문제를 질문(question) 형식으로 바꾸고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과 함께 풀어나간다.

이처럼 조직 내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람과 관련성을 찾은 후 이를 구체화된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과정이 어렵다면 SAP 등에서 제공하는 피플 애널리틱스 질문(예. 100 critical people analytics questions) 등을 참고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목적과 특정 영역을 설명하려는 목적 두 가지가 있다.

그러므로 분석 전 구체적으로 우리가 하려는 과제가 구성원 행동 등을 예측하기 위함인지, 조직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설명 목적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피플 애널리틱스 조직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일수록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조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이해력이 높은 인력이 필요하고, 조직 내 사람 및 문화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 컴퓨터 공학 및 통계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사람도 필수적이다.

이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양쪽 영역을 연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미 국내 여러 조직에서 인사담당자, 통계전문가, 혹은 컴퓨터공학 전문가로만 팀을 꾸려서 실패한 사례가 있고 현재까지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는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함께 모인 경우였다.

지금까지 피플 애널리틱스가 중요해진 시대적 상황과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국내 조직 현황과 해야할 일을 간단하게 살펴봤다. 필자는 국내외 여러 조직과 관련 논의와 프로젝트를 했지만 갈수록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는 영역이 피플 애널리틱스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학습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생각보다 오랜 시간 사람 및 데이터에 대한 수련이 필요로 하는 영역이므로 수업 몇 번으로 이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학습력과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시작한다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고 성취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피플 애널리틱스로의 여정에 함께 해주실 독자분들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하며 본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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