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의 알파와 오메가는 사람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로 조직이 확보한 인재에서 성패와 지속성이 결정된다. 그리고 인재는 시대에 따라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 달라진다. 코로나 충격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사업모델 자체가 격변하는 상황에서 조직과 인재의 개념변화도 불가피하다. HR 관점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조직개념 확장, MZ세대를 포용하는 기업문화, HR과 AI의 접목’이라는 세 가지 트렌드를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조직개념 확장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새로운 작업방식과 조직구조로 연결된다. 농업혁명으로 정착생활이 시작되고 정교한 사회적 위계질서가 생겨났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대규모 공장이 출현하였다.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배치된 생산라인에서의 분업과 표준화에 따라 구성된 중층적인 조직 구조에서 작업이 진행되었다. 정보화 혁명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 조직도 스피드와 유연성이 중요해졌다.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경제에서는 조직의 개념 자체가 확장된다. 정규직과 계약직, 출근과 재택 등의 물리적 구분이 희미해지고 글로벌 차원의 사이버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한다.

이러한 개념을 나타내면 표와 같다. 수직선은 물리적 공간에의 출근(On-campus)과 재택(Off-campus)의 구분이고 수평선은 정규직(On-balance sheet)과 계약직(Off-balance sheet)으로 나뉜다. 아날로그 시대는 전통적 형태인 ‘출근 정규직’을 위주로 조직이 구성되었다면 디지털 시대는 ‘재택 정규직’, ‘출근 계약직’, ‘재택 계약직’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병존한다. 인력활용의 범위도 아날로그 시대의 출퇴근 가능한 물리적 거리의 개념에서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는 전세계 인력들이 플랫폼을 매개로 연결되고, 일하는 방식도 물리적 공간의 신체작업이 아니라 사이버 네트워크를 통한 전문성의 결합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규직, 계약직이 우열의 차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특정조직에 소속되지 않는 프리랜서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급속히 확산되는 긱이코노미도 같은 맥락이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글로벌 HR 플랫폼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계약한 후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무르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변화는 HR 차원의 조직개념 확장으로 연결된다. 아날로그 시대의 물리적 공간으로 출근하는 정규직 위주의 폐쇄적 개념에서 디지털 시대의 사이버 공간에서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인력이 수시로 연결되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으로의 전환이다.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 전통적 방식의 경직된 HR과 조직 개념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사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속하고 유연하면서 역량 있는 인재들을 결집시키는 확장된 조직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MZ세대를 포용하는 조직문화 조직은 업종과 특성에 따라 각자 나름대로의 문화를 형성하기 때문에 조직개념의 변화는 조직문화의 변화로 연결된다. 사업과 조직구조는 디지털 개념으로 변하는데 조직문화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서 괴리가 커진다면 갈등과 비효율이 증폭된다. 또한 조직 내에서 MZ세대의 구성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조직문화도 필요하다. 세대론은 주기적으로 부각된다. 20~30년의 주기로 성장배경과 사고방식에서 구별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인구변화적 변화가 기업의 사업구조와 조직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생)가 조직의 중견으로 성장하고 Z세대(1990년대생)세대가 조직에 합류하고 있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2021년 45개국 22,928명의 MZ세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들은 기업의 성공을 위한 조직원의 중요한 자질로 ‘유연성, 적응력, 창의력, 기술 전문성, 공감능력’의 순서로 생각했다. 높은 업무 성과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세대가 원하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조직문화의 기본이 ‘자유와 책임’이다. 아날로그 기업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디지털 세대의 인재가 필요하다. 이들에게 가장 업무효율이 높은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부여하되 엄격하게 성과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하는 구조와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평원 생태계의 역동성과 질서는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사육사들이 24시간 대기하면서 물과 식량 같은 필수품을 공급하고 아프면 치료해 준다. 반면 대평원의 동물들은 밤낮으로 천적들을 경계하며 먹잇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대평원에서 살아가는 개체가 감당하는 절박함은 역동성을 높인다. 변화에 적응하는 우량한 개체가 번식하면서 변종(變種)이 출현하고 진화가 일어난다. 반대로 동물원은 개체 차원의 안정성은 높지만 역동성은 실종된 화석(化石) 같은 공간이다. 기업 관점에서 아날로그 환경을 동물원, 디지털 환경을 대평원에 비유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조직의 내부와 외부가 분리되어 있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정교한 매뉴얼에 기반한 중앙의 명령과 통제가 근간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조직은 대평원 생태계처럼 열려있는 공간으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변화하며 자율성에 기반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조직이 고용주와 고용자 관계를 기본으로 통제와 지시에 따라 운영되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조직은 프리랜서 연합체인 전문가 네트워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조직문화의 기본은 자유와 책임의 균형이다. 디지털 시대의 격동적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수 경쟁력인 창의성과 열정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유는 책임과 결합되어야 조직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유에 책임이 따르지 않는 조직은 질서가 무너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대평원은 표면적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자유와 책임’의 원칙에 따른 엄정한 생명의 질서가 존재한다. 이러한 대평원 생태계의 역동성이 디지털 시대에 미래의 조직이 지향할 문화의 근간이다.

HR영역과 AI의 접목 디지털 전환의 핵심도구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기업 활동은 습득한 정보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과정의 무한반복 프로세스이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차이점은 정보의 원천과 분량, 의사결정의 품질, 실행의 효율성에서 구분된다. 이러한 차이의 중심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인 AI가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도 데이터와 정보를 활용하였지만 의사결정 자체는 인간들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의사결정은 각자의 휴리스틱 오류인 편견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관행이나 직관에 의존하였다. AI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한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여 유의미한 정보와 판단의 근거를 도출하여 인간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인다. 인간은 패턴을 구성하는 정보의 구조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AI지능의 품질을 높인다. HR은 기업 활동에서 제조, 물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리스틱 오류의 위험이 높은 영역이다. AI는 채용, 평가, 보상의 대상인 인간의 특성과 성과의 객관화에서 생겨나는 한계를 보완한다. 조직원의 특성과 행동관련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활용하는 방향이다. 실제로 퇴직자 예측, 적성파악, 직무교육 등에 활용하여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HR 영역에 대한 AI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조직운영 효율화 및 조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AI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산업화 시대 기업의 핵심자산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유형자산이었다. 정보화 시대에는 ‘특허, 기술, 브랜드’ 등 무형자산으로 변화했고, 디지털 시대에는 ‘알고리즘, 데이터’ 등의 사이버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21세기는 경쟁력의 원천이 사람에게 내재된 역량을 글로벌 차원에서 연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HR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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