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강태선 비와이엔블랙야크 회장

“선순환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해 100년 기업 도약”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비와이엔블랙야크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를 비롯해 블랙야크키즈, 골프웨어 힐크릭,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패션기업이다. 대한민국 아웃도어 브랜드의 우수성을 세계에 전파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비와이엔블랙야크의 중심에 강태선 회장이 있다.
강 회장은 1973년 등산용품 업체 ‘동진’사를 시작으로, 기능성과 패션 감각을 더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를 성장시키며 국내 아웃도어 산업의 성장을 이끈 1세대 아웃도어 리더로 통한다.
강 회장은 “우수한 기능성과 친환경 요소를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흐름에 맞춰 선순환 구조의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는 ‘100년 기업’을 목표로 친환경 경영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강태선 비와이엔블랙야크 회장. 사진=김혜리 기자
강태선 비와이엔블랙야크 회장. 사진=김혜리 기자

비와이엔블랙야크 소개를 부탁한다.

1973년 등산 용품 및 장비 업체 ‘동진’사로 첫 걸음을 내디딘 비와이엔블랙야크(이하 블랙야크)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를 비롯해 블랙야크키즈, 골프웨어 힐크릭,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패션기업이다.

산악 등의 외부환경에서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와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 매장을 열어 대한민국 아웃도어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리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세계 최대 규모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ISPO’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누적 집계 기준 총 26관왕으로 최다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아울러 국내 최대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 BAC(BlackYak Alpine Club)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산행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대표 주자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 몇 년간 새 가치체계와 기업이미지(CI)를 선포하며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랙야크는 2019년 전사 가치체계 및 기업이미지(Coporate identity)를 새롭게 선포했다. 5가지 핵심 가치는 △도전 △믿음 △끈기 △존중 △나눔이며 이를 통해 ‘세계 사람들의 삶을 즐겁게 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No.1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새 비전을 임직원과 공유하고 기업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했다. ‘비와이엔(BYN)’은 ‘당신의 새로운 삶 속의 베이스캠프(Basecamp In Your New Life)’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1년에는 기존 직능별 본부체제에서 브랜드별 본부체제로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각 브랜드의 사업과 업무를 블랙야크의 새 가치체계를 중심으로 정립하고 재설정한 것이다. 브랜드별 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며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구축해 나가려 한다.

새 비전과 가치체계 선포는 창립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도전에 대응하며 성장해 온 블랙야크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변모해 나가기 위한 혁신의 일환이다. 비와이엔의 의미 그대로 모든 사람의 삶 속에 베이스캠프로 자리하며 세계인들의 삶을 즐겁게 하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제주에 들어선 ‘야크마을’은 오랜 숙원사업이자 ‘삶 속 베이스캠프’를 구현한 휴양단지다.

사진=김혜리 기자

야크마을은 제주 서귀포시에 약 10만㎡ 규모로 조성된 농어촌관광휴양단지다. 고객과 파트너, 지역사회 등 블랙야크의 성장에 도움을 준 모든 이가 마음껏 힐링하고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자연과의 공존을 철학으로 내세운 블랙야크의 방향성이 그대로 반영됐으며 컨벤션센터와 세미나룸을 갖춘 본관동과 아웃도어인들의 성지인 히말라야 16좌를 네이밍한 숙박동을 갖추고 있다.

낮은 건물을 여러 동 두는 방식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최대한 보존했다. 기존 부지에 있던 암석원과 감귤 밭을 훼손하지 않고 살려 운영하는 영농 체험 공간, 경관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된 둘레길 ‘야크래’까지 다양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업의 버팀목이었던 고향이자 자연이 내린 최고의 선물인 제주에 진정한 의미의 베이스캠프를 조성했다는 데 긍지를 느낀다.

지속가능한 기업 구현을 위해 ESG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블랙야크는 역동적인 활동을 돕는 혁신 제품을 제공해 사람과 자연을 보호하고, 그들의 도전하는 삶과 함께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아웃도어 기업이다. 여기에는 자연과의 공존이 바탕에 깔려 있고 그래서 더욱 치열한 고민을 이어왔다.

일례로 ‘아웃도어=기능성’이라는 대전제를 지키면서도 지속가능한 제품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RDS 인증 및 리사이클 다운 도입, 친환경 발수제 개발 등 환경, 동물 복지를 고려한 제품 개발에 역량을 키워 나간 것이다. 

이렇게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BYN 자원순환 프로젝트’는 블랙야크의 사업과 자연이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페트병을 활용한 재활용 패션 제품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에서 버려지는 투명 페트병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투명 페트병 자원 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및 기업들과 함께 협력 체계를 만들고 그 범위를 확장하며 자사 브랜드를 통해 ‘플러스틱(PLUSTIC)’ 제품 생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22년 10월까지 투명 페트병(500ml 기준) 약 5,000만병을 재활용했으며 앞으로도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 협회에서 발표한 ‘2022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1위 그룹’과 ‘2022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40’에 2년 연속 선정됐다.

나눔재단과 장학재단을 통해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느 누구라도 가난 등으로 소외된 채 삶의 방향성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런 취지로 지난 2013년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과 블랙야크강태선장학재단을 세워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지원사업과 함께 녹색환경 조성사업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눔재단은 전국 홀몸 어르신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는 ‘야크효(孝)박스’ 프로젝트를 매년 진행 중이다. 홀몸 어르신들의 정서적,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이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BYN_1st studio’,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BYN_Let’s date’ 등 가족 기능 강화 프로그램과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 기후난민 지원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블랙야크청년셰르파’를 7기까지 선발해 청년이 앞장서는 공익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Y.A.K(You Are Keepers)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활동을 한다. 

사람과 환경을 위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10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앞으로도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재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블랙야크의 전신인 ‘동진’사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제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교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을 했다. 학비는 스스로 일해 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년 정도 일하다 더 큰 도전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 정착한 곳은 남대문시장으로 24살 빈손에 청바지 판매를 1년 정도 했다.

그 당시 등산장비점의 중심지였던 남대문시장을 틈틈이 돌며 구경하곤 했는데 대부분이 미군 물품을 개조해 만든 열악한 것들이었고, 정식 매장이 아닌 좌판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분명 품질과 가격을 함께 만족시킬 지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국산 등산용품을 꼭 만들어보겠다는 오기로 1973년 종로 5가에 10평의 공장과 3평짜리 ‘동진’사를 세웠다. 자체 공장에서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배낭을 만들었다. 이후 동호인 중심의 산악회 공급을 시작으로 텐트, 배낭, 침낭, 신발을 비롯한 등산용품을 제작했다. 등산용품의 국산화 초창기였기에 손꼽히는 장비제작 업체로 주목받았다.

강태선 회장(오른쪽)이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혜리 기자
강태선 회장(오른쪽)이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혜리 기자

블랙야크로 성장하기까지는 부침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한 번도 평탄한 길을 걸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블랙야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1991년 3월 취사 및 야영 금지 시행으로 등산객이 하루아침에 끊겨 등산용품 업계가 무척 힘들었다. 그때 히말라야를 떠올렸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늘 산에 올랐었는데, 당시도 초심으로 돌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엄홍길 대장과 함께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를 올랐다. 그곳에서 지금의 블랙야크를 구상했다. 

당시 등산 의류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 판단했고 등산 활동을 돕는 기능성과 패션 감각을 더해 아웃도어 의류에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산에도 패션시대가 온다’는 카피로 블랙야크를 홍보하며 등산복이 전문 산악인들만 사용하는 전문 장비라는 인식을 바꿔 불황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사업 중단 위기를 맞았을 때 히말라야 원정을 떠난 것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다. 히말라야를 오르지 않았다면 지금의 블랙야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묵묵히 산을 오르며 포기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낸 덕분에 지금의 블랙야크가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라는 당시의 선택처럼 경영자는 깊은 고민과 번뇌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린다.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삶은 결정의 연속이며 산은 ‘도장(道場)’과 같다. 산길은 굽어지고 평탄하지만은 않아서 산을 오를 때 수백 개의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경영은 산을 닮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삶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점에서 경영은 등반과 다름없다.

덧붙여 CEO의 의사결정은 곧 조직의 문화가 된다. 만약 경영자가 확신이 없는 사업이라면 직원들이 그 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까. 또 ESG 경영을 한다고 특정 부서 한 곳에만 책임지게 하면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 부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부서라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의 의지뿐만 아니라 임직원,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며 하나의 팀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 그 과정에서 본질은 지키면서 불확실성은 줄여 나가는 것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줄곧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집무실에 ‘다르게 싸우라(도전), 반드시 이긴다(믿음)’는 문구를 액자에 담아 걸어놓았다. 블랙야크를 이끄는 이념이자 도전에 나서는 힘의 원천이다. 다른 기업의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다면 이길 수 없다. 다르게 싸워야 한다. 블랙야크가 해외 진출을 준비했을 때 많은 이가 반대했지만 관철시켜 도전했고 이겨냈다. 

ESG 경영도 마찬가지다. 이제 기업을 돈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할 때는 이윤이 기업을 판단하는 잣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기업은 돈을 버는 집단이 아니다. 환경과의 공존으로 방향을 잡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다.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리더는 크게 지도자적 리더와 미래 지향적 리더로 나뉜다. 지도자적 리더는 현재 자신과 자신의 팀이 맡은 업무를 잘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부서의 팀장급이 이런 지도자적 리더로 적합하다고 본다.

하지만 임원급 리더는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기업이 미래 5년, 10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적인 먹거리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CEO는 어때야 할까. 어떤 구성원이 지도자적 리더로 적합하고 또 어떤 이가 미래 지향적 리더로 성장할 그릇인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CEO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한 이유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조언한다면.

경영자와 기업의 구성원은 언제든 진솔해야 한다. 눈앞의 이윤을 얻기 위해 편법을 쓰거나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겠지만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당장 어렵더라도 항상 진솔한 마음으로 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단 한번의 도전이 실패했다고 포기한다면 이 세상에 성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이가 이 사업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 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한번에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왜 안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잘못을 보완해 재도전하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우뚝 서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경기 불황일 때는 모두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뭉치게 마련이다. 수십년 간 많은 기업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가 좋을 때, 그래서 방심하고 있을 때 진정한 위기가 찾아온다. 앞서 이야기했든 기업이 성장할 때 안주하지 않고 5년, 10년 나아가 100년 미래를 향한 길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위기일 때 비로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김혜리 기자
사진=김혜리 기자

블랙야크의 향후 계획을 밝힌다면.

블랙야크는 ‘당신의 새로운 삶 속의 베이스캠프(Basecamp In Your New Life)’가 되겠다는 기업의 가치 체계를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다.

2023년 올해 블랙야크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우수한 기능성과 친환경 요소를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흐름에 맞춰 선순환 구조의 패션 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는 ‘100년 기업’을 목표로 친환경 경영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친구같이 포근해 없으면 아쉬운, 산장에 올라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누는 친구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로 블랙야크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담 _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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