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    데이터 문해력(Data Literacy)
-    HR 애널리틱스(HR Analytics)
-    데이터 과학(Data Science)
-    챗GPT(Chat-GPT)

 

위 단어들이 익숙하다면 당신은 분명 HR의 흐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따로 떨어진 별개의 이야기일까? 위 단어들은 데이터와 관련이 있고 최종 목적은 의사결정과 연결된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기술이 급격하게 진보함 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 접근은 가능해졌다 하더라도, 최 선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분석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분석하는 사람의 몫이다. 단 한 번의 의사결정으로 엄청난 액수의 돈이 오가는 회사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화두를 꺼냈고 직원들의 데이터 문해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데이터 과학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전공자도 챗GPT와 간단한 대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정보검색을 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코딩에 대한 지식 없이 코드를 짜기도 한다.

그렇지만 “데이터 관련 인프라 구축과 인재 확보로 회 사와 개인이 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Yes”라고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관련 연구1) 에 따르면 데이터로 향하는 변화의 흐름이 조직의 성장과 수익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아직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한다. 엄청난 비용을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결과가 더딘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주요 원인을 ‘데이터 드리븐 보고’ 역량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드리븐 보고(Data Driven Report)란?
저자가 정의하는 ‘데이터 드리븐 보고’란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한 문제 정의부터 데이터 수집, 정제, 분석을 거 쳐 스토리텔링과 시각화로 설득을 끌어내는 일련의 과정 을 말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감이나 경험에 기반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하는 소통 방법인 것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능력, 즉 데이터 문해력도 중요하지만, 데이 터 드리븐 보고를 통해 의사결정자를 설득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복잡하고 화려한 분석 결과물도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앞으로 챗GPT보다 뛰어난 기술이 등장해서 별도 코딩에 대한 지식없이도 파이썬, R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어떤 분석 도구를 쓰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마주쳤을 때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기획력과 데이터 유형에 따라 어떤 분석 방법을 쓸지 그리고 어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그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들의 대답을 찾는 능력이 데이터 드리븐 보고 역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드리븐 보고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은 데이터 분석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제 모두의 언어가 됐다. 취업할 때 영어 점수가 필수이지만 실제 담당하는 업무에서는 몇 년간 단 한 번도 영어를 안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데이터를 읽고 쓰는 능력, 즉 데이터 리터러시가 기본 자질이 됐다.
당신의 일이 데이터 분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데이터에 기반해서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없었는지 생각해보자. 데이터 드리븐 보고를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면 여러분의 커리어는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의하는 용어에 따라 기업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공통으로 데이터 드리븐 보고의 중요성에 대해 기업의 주요 부서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그림 1]처럼 이와 관 련된 다양한 직함의 전문가가 존재한다. 당신이 어느 분야에 있든 데이터 드리븐 의사결정 방식은 전문가의 성장 경로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 내가 하는 보고와 데이터 드리븐 보고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신이 인사 최고책임자(CHRO: Chief Human Re- source Officer)에게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보고를 들어 가기 직전이라고 가정해보자. 상사로부터 중요한 의사결 정을 받아야 되는 보고이니만큼 며칠 밤을 지새워 제도의 개선취지와 세부적인 개선계획에 대한 수십 페이지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고민했던 내용들을 빠짐없이 써 내려갔더니 왠지 꽉 차 보이고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아래 내용은 가상으로 진행된 인사 최고책임자와의 보고 상황이다.

나: 안녕하세요, 00님. 인사평가제도 개선 관련으로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CHRO: 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진행되나 궁금했어요. 얘기해 주시죠.
나: 기존 진행하던 A, B 방식의 평가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번에는 획기적으로 C 방식을 도입해 보려 합니다.
CHRO: C 방식은 전에도 해봤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나: 아, 그런가요? 그런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CHRO: 내가 차장이었을 때, 그러니까 15년 전에 도입했던 것 같은데… 경험상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나: 글로벌 트렌드도 그렇고, 저희와 경쟁사들도 C 방 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15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결과를 전망합니다.
CHRO: 트렌드가 그렇다고 하면 따라가는 것이 맞는 건가요? 15년과 다른 결과를 전망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근 거에서 말할 수 있는 건가요?
나: …
CHRO: 음, 이건 검토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네요.
 
혹시 여러분도 회사에서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완전히 동일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진땀이 날 것만 같은 이 상황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 디어를 제안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 보고했는데 주어진 업무는 마무리가 되기보다는 추가로 보고할 게 더 많아진 느낌이 들었다거나, 설상가상으로 의사결정자로부터 꼭 받아내야 했던 결정도 끌어내지 못한 상황이 다. 만약 이런 보고가 팀원들과 함께 며칠 밤 영혼을 갈아 넣어 준비한 것이었다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To sell is Human)” - 다니엘 핑크 우리는 물건을 팔기도 하지만 내 생각과 시간을 팔 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팔기 위해 만나는 사람을 설득하는 상황이 필요하다. 즉 잘 판다는 것은 상대방을 잘 설득한다는 것이다. 잘 설득하려면 내가 가진 팩트(Fact) 주머니 조합으로 상대방의 팩트(Fact) 주머니 조합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하지만 팩트에도 개인의 경험이나 감에 기초하는 것이 많다. 때문에 이런 경험과 감은 편견2) 과 인지 편향3) 이라고 하는 불공평하고 일방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 보고 상황에서 ‘나’의 화법을 보면 “기존 진행하던 A, B 방식의 평가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번에는 획기적으로 C 방식을 도입해 보려 합니다.”에서 혁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혁신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단점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인 친혁신편향을 보인다. 또한, “글 로벌 트렌드도 그렇고, 저희와 경쟁사들도 C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15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결과를 전망합니다.”에서 다수의 소비자나 유행을 따라 상품을 구입하려는 인지적 편견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인사최고 책임자는 “내가 차장이었을 때, 그러니까 15년 전에 도입 했던 것 같은데… 경험상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에서 과거 본인의 경험만을 가지고 현재 C 방식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생각하는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4)을 보여준다.
나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의사결정자에게 이처럼 직관 이나 감으로 설득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을 때 직관이나 감으로 상사를 설득할 수 있는 성공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설득하기 위해 본인의 경험과 직관을 강하게 설파 할수록, 한국 특유의 ‘무례함’ 프레임에 갇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오히려 더 많아진다.
데이터 드리븐 보고는 데이터가 직접 말하게 한다 는 것에서 설득에 유리하다. 일상에서 하는 대화에 편향(bias)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되, 각각 가진 특정한 편향에 맞춰 메시지를 이끌어가면 설득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대화의 상대가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먼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제시해 상대방이 그것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5)이 있는 사람의 경우 생생하고 기억에 남는 예시를 사용해 주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편견이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방식으로 주장을 제시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이 말해 주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구슬(데이터, 기술)이 많더라도, 의사결정자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보배’가 된다. 단순히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역량이 자동으로 의미있는 결론이나 통찰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데이터 드리븐 보고 역량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할지 분석목적을 명확하게 알고, 적합한 분석방법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의사결정자에게 효과적으 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HR 분야에서 데이터 드리븐 보고 역량은 개인의 커리어 성장뿐 아니라 조직에서 감이나 직관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아닌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형성해 조직의 의사결정에 효율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글_이상석 한국전력공사 인사혁신처 HR Analysis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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