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사담당이 답하다 - 2023 HR 전략

사진=셔터스톡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HR 가치의 재배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들의 올해 주요 HR 현안과 과제는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HR 모델은 무엇일까? 사진=셔터스톡

2023년은 팬데믹 기간 동안 발생한 디지털 및 근무방법의 혁신을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재정비하고, 업무 환경 변화에 따른 채용 및 인사관리 방식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시기다.

특히 미・중 갈등, 1년 동안 지속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경기침체에 대한 대내외 변수, 인플레이션,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 미국 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 그리고 챗GPT로 대변되는 AI 검색엔진의 등장 등 Macro 관점에서 HR이 고려해야 할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HR 가치의 재배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들의 올해 주요 HR 현안과 과제는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HR 모델은 무엇일까?

지난 15년 동안 채용, 운영, 보상, 기획 등 다양한 HR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답을 내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글로벌 AI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에게 2023년 스타트업 기업들의 HR 현안과 과제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단 10초 만에 나온 답은 아래와 같다.

< ‘챗GPT’가 제안한 2023년 스타트업 HR 현안과 과제 >
1. 원격/유연 근무에 대한 적절한 제도 수립
2. 기업 내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and Inclusion)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
3. 구성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Up-skilling 
4. 구성원의 웰빙(Well-being) 강화와 정신 건강에 대한 지속 관리
5. Employer Brand 그리고 구성원 경험 강화를 통한 채용 경쟁력 확보

HR 전문가가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답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사이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HR 트렌드의 변화 및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단 10초 만에 나온 답변 치고는 매우 훌륭하다.

스타트업 CEO들과의 정기 모임에서도 동일한 질문을 던져봤다. 스타트업 단계, 사업규모, 분야 및 사업환경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개진됐지만 이중 유사했던 영역은 다음과 같다. 

< 국내 스타트업 CEO가 생각하는 2023년 스타트업 HR 현안과 과제 >
1. 가장 적합한 근무형태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이에 대한 구성원들과의 소통
2.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에 따른 인력 운영 효율화를 지원할 HR 업무의 디지털 전환
3.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될 주 52시간제에 대한 선제적 준비
4. 다양한 형태 인력유형(긱워커, 단기계약 인력, 아웃소싱) 적극 활용과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
5. MZ 세대 가치와 목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이를 회사의 가치와 목적에 연계하는 방안

챗GPT와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CEO들의 고민이 느껴졌다. 챗GPT 그리고 스타트업 CEO 의견을 종합해 보면 2023년 스타트업 기업들의 핵심 HR 현안과 과제는 다음은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업 전략 및 조직 문화에 맞는 ‘하이브리드 워크’에 대한 재정의

미국의 온라인 구직사이트 인디드(Indeed)는 1월 초 최고의 원격근무 직업 목록을 발표했는데, 기술 지원 엔지니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대표적이었다. 리모트(Remote)의 보고서에서도 IT 산업은 10가지 산업 중 원격/하이브리드 업무가 가장 활발한 상위 세 번째 분야로 이름을 올렸다. 가트너(Gartner)는 지식 노동자의 43%가 완전히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갤럽이 2022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이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하고 있고 10명 중 3명은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하며, 10명 중 2명만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은 “정규직 직원의 약 56%가 집에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격 및 하이브리드 업무 전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를 실현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국내에서 만난 다수의 스타트업 CEO들은 기업의 생존과 기존의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보다 더 안정적인 조직 구조를 가진 대형 기업 중 골드만삭스와 테슬라의 경우에도 팬데믹 이후 주 5일 출근을 강제화하고 있다.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자신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선배들과 협업하는 것을 통해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며, 이를 주 5일 출근 강제화의 배경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재택근무 반대론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아예 “재택근무는 일하는 척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국내 IT기업 카카오도 올해 3월부터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제로 전환한다고 지난 해 말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에 다수의 직원들이 반발하며 카카오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최근 50%를 넘어섰다고 전해진다. 재택근무 폐지라는 불똥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IT 대기업 최초의 과반 노조 탄생으로 번진 것이다.

한편으로 재택근무를 오히려 확대하는 기업 또한 많다. 국내에선 팀별 자율재택제도를 수행하고 있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직방의 경우에도 여전히 전면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들에게 맞는 하이브리드 근무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우리 회사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각자의 비즈니스 전략, 사업의 규모 및 지향하는 조직문화를 고려해 지향해야 할 하이브리드 워크에 대해 고민하고 구성원과 적극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근무가 보수나 승진 못지않게 취업과 이직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 만큼 이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근무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

환경·사회적 가치와 연결된 고용 브랜드 강화와
다양한 세대가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목적성 부여

목적 중심적 조직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는 성과관리 측면에서 한정된 논의였다고 본다. 2023년 스타트업 HR 현안 중 하나로 이를 다시 부각시켜 바라보는 이유는 최근 새로운 소비주체로 등장한 MZ 세대의 부상과 일맥상통한다. MZ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치와 목적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에 우수한 MZ의 채용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가치와 목적을 그들의 그것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다수의 기업은 미래 화두를 ESG로 정하고, 관련 부서까지 신설하는 등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기업의 책임 경영뿐 아니라 채용 브랜드를 강화하는 활동이다. 다수 스타트업이 채용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훌륭한 인재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곧 스타트업이 ESG 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미국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500 Startups’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스타트업의 69%가 ‘ESG가 매출을 증가시킬 것’이며, 50% 이상이 ‘투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하는 등 ESG 도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 경영이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다. 스타트업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3R(Reduce, Recycle, Reuse) 원칙을 경영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스타트업 같은 젊은 조직에서는 전자결제 서비스를 통해 1년에 A4 용지 사용량을 수백 박스 줄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다회용 컵을 비치하고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억제하거나, 화학물질이 남지 않는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등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고용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 인력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관리

HR이 이전까지 관리하던 핵심 인력 유형은 정규직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비대면 특수를 타고 ‘긱 워커(Gig Worker)’의 수가 약 20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평생 고용이 사라진 시대에 노동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장하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에는 관심이 없고, 자유로운 입/퇴사를 선호한다. 긱 워커와 N잡러를 위한 일거리를 매칭해주는 ‘요긱(yogig)’이라는 앱이 등장할 정도로 긱 워커는 스타트업들이 핵심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인력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VUCA로 대변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규직 또는 계약직의 형태로 인력 운영을 한정할 경우, 선도적인 혁신과 성장을 만들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1인 기업, 프리랜서, 독립 계약자, 긱 워커 등 다양한 형태의 인력 운영에 열린 시각을 견지하며 이들에 대한 포괄적인 인력관리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파생되는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주 52시간제 탄력 운영에 대한 선제적 대비

HR이라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2022년 12월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근로시간 정책의 핵심은 ‘주 52시간제’ 유연화다. 실 근로시간 단축을 꾸준히 추진하되,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이후 휴식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정부는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하면서, 근로자가 근로일·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이뤄질 경우 스타트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시스템과 제도 등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선제적으로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근로시간 제도가 무엇일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기존의 근무제도를 변경할지 또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선제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만큼 스타트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글 _ 김민석 쿠팡 인사기획팀/채용운영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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