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사담당이 답하다 - 2023 HR 전략

한국MSD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미국 Merck의 한국지사다. 글로벌기업이다 보니 한 해의 Priority를 정하는데 여러가지 반영할 것들이 많다. 우선 본사에서 공유하는 Global Priority를 이해하고 한국 상황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또한 한국MSD는 Asia Pacific Region에 속해 있기에 Asia Pacific에서 내려오는 Priority들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인풋(Input)을 바탕으로 한국MSD의 전체 Priority가 정해지면 HR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지원을 할 것인지 고려해 HR의 Priority를 결정한다. 여러 논의와 검토를 거친 끝에 결정된 올해 HR Priority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공유한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Talent Growth Framework’의 내재화

첫 Priority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Talent Growth Framework’가 조직 내에 보다 깊숙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Talent Growth Framework은 2022년 MSD에서 전사적으로 시작한 새로운 Talent Management Framework다. 한때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많은 회사 Talent Management는 소수의 인재(Talent)에게 집중 투자, 육성하는데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이 접근 방식은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 우선 집중 투자 육성한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면 투자대비 수익은 순식간에 ‘0’이 된다. 회사가 소수의 인재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위험이 항상 존재했다. 둘째로 소수 인재를 기르기 위해 수많은 직원의 의욕 상실(Demotivation)을 감내해야 했다. 인재로 선정되지 않은 직원은 ‘우리는 부속품이냐’는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셋째, 이제는 집단 지성의 시대다. 소수의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산업이나 제품이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 MSD에서 많은 직원의 공헌은 조직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산업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 심지어 AI의 발전으로 평등하게 주어져 있다. 주어진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함께 논의해 조직에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MSD에서 새롭게 시작한 Talent Growth Framework의 핵심 주제(Main Theme)는 ‘Development for All’이다. 이제 MSD에서 ‘Talent’는 소수의 인재가 아닌 모든 직원을 일컫는 명사가 됐다. 결국 조직의 역량은 일반 개개인 직원들의 역량의 총합 그리고 시너지가 더해진 결과다. 

따라서 개개인의 역량개발 없이 조직 역량의 개발도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Talent를 보는 패러다임에 거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리더,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Talent Growth Framework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을 완료했다. 올해는 모든 직원과 매니저가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을 갖고 이를 기초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다.

People Manager의 역량 강화

두 번째 HR Priority는 ‘People Manager Capability Building’이다. 회사의 많은 HR 과제가 실현되려면 직원들과 접점에 있는 매니저들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Employee Engagement ▲Speak-Up ▲Psychological Safety ▲Performance Management ▲Feedback Culture ▲DE&I 등의 주제는 매니저들이 움직이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경력이 많은 매니저들은 이미 People Management 경험이 많기 때문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큰 오산이다.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잘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력 많은 매니저들도 계속 코칭을 받고 끊임없이 자기개발 노력을 해야 한다. 심지어 타이거 우즈도 코치를 두고 매일 연습을 한다. 따라서 올해 People Manager Capability Building의 초점은 매니저들이 소홀하기 쉬운 기본 주제를 선택해 실제로 팀의 성장과 팀원의 발전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Growth Focused Feedback △Coaching Conversation △Development Discussion △Performance Coaching 등의 주제를 분기에 하나씩 선정해 콘셉트(Concept)에 대한 소개는 간단히 하되 실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니저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어려움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수준 높은 DE&I 실천

세 번째 HR priority는 ‘Diversity, Equity&Inclusion(DE&I)’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MSD는 오랫동안 DE&I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조직 내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자발적으로 꾸려진 DE&I Committee의 다년간 노력 끝에 직원들의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DE&I가 우리 조직에 어떠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다. 

이는 단지 한국MSD만의 문제가 아니라 Asia Pacific 차원에서 모든 지사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해 Asia Pacific에서는 DE&I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직 내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한국MSD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 네 개 영역에서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측정하기 위한 KPI를 설정했다. 우선 조직 내에 다양한 직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 MZ 세대, 동양인(Asian) 등 마이너리티라고 볼 수 있는 그룹들에 대한 역량개발에 투자하고 새로운 직원들을 선발할 때도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항상 후보군에 일정 비율 포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둘째는 다양한 인재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이들 그룹에 대한 투자와 채용을 전사적으로 하더라도 그들이 실제 일하는 팀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들이 조직을 떠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People Manager들의 역할이 크다. 

팀 내에 Psychological Safety 환경을 만들고 모든 팀원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코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설명했던 People Manager Capability Building을 잘 실천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셋째는 DE&I와 관련된 다양한 소그룹이 직접 비즈니스에 참여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 네트워크 회원들은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 사업부의 사업 토론에 참여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실제 사업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는 장애인 네트워크는 여러 외부 장애인 관련 단체들과 협업해 회사 내에 장애인 고용 비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첫 시도이기에 우려와 걱정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를 기업의 비즈니스에 직접 반영하는 것이야 말로 DE&I 측면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넷째는 대외적으로 DE&I의 장점에 대해 홍보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가 되면 많은 글로벌 기업은 회사 로고를 무지개색으로 바꾼다.

하지만 이렇게 로고를 바꾸는 한국 회사는 드물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DE&I의 스펙트럼은 다소 제한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MSD가 실천하는 DE&I의 폭넓은 노력은 다른 기업과 우리 사회에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공의 좋은 토양이 되리라 생각한다.

“Priority 달성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기여했는가”

많은 기업과 조직이 새해 목표를 세우고, 전파하느라 바쁜 시기다. 항상 그렇듯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얼마나 달성했느냐는 더 중요한 문제다. 달성하지 못하는 목표는 의미가 없다. 특히 HR의 Priority들은 그 자체의 달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달성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 함께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23년 말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오늘 소개한 HR Priories가 비즈니스 목표들을 달성하는데 어떻게,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실천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 _ 김홍배 한국MSD HR Head/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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