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사담당이 답하다 - 2023 HR 전략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와 피드백으로는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HR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진=셔터스톡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와 피드백으로는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HR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진=셔터스톡

MZ 세대 직장인 키워드 ‘3요’가 있다. 과거 조직에서는 내 업무가 아니더라도 상사가 시키면 일단 무조건 일을 시작했던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물어 본다는 것이다.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거나 불시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불확실한 것을 회피하는 모습이 키워드에 표현되고 있다.

과거에는 ‘까라면 까야지 무슨 말이 많아’라며 질문 태도를 부정했다. 달리 생각해 본다면 과거에도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납득만 시켜준다면 제대로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안 가르쳐 줘도 잘만 했으니 가르쳐 준다면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세대는 변했지만 명확하고 확실하며 이해가 돼야 한다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신뢰와 경험을 바탕으로 고맥락으로 소통하는 조직의 경우 리더의 뜻을 바로 해석하고 실행에 옮긴다. 3요로 질문했을 때 ‘암요’로 대답하며 내용을 설명해 주는 조직의 경우다. 즉, 결과의 명확성은 리더의 몫이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주 의사소통해 나의 우리 조직의 상황을 알리고 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슈피겐코리아 직원의 평균연령은 32세이며 반 이상이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났다. 소위 말하는 Z세대가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슈피겐의 2023년 HR 전략은 자연스럽게 ‘명확함’이 됐다. 과거에는 직원들의 업무성과 결과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과거의 성과에 묶여있기 보다는 미래에 조금 더 집중하자는 취지로 피드백에 초점을 맞췄다. 리더는 피드백을 통해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다. 회사는 이와 함께 언제 그리고 얼마의 보상을 하면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직원들이 입사하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조직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이유는 명확하다. 업무에 대한 평가가 없으니 내가 하는 일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지 그리고 열심히 하면 나에게 무엇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명확한 정보와 피드백이 있으니 해석과 취지가 왜곡됐다. 내가 받을 보상에 대한 기준의 이유와 원인을 분석해 스스로 결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좋아지는 절대적인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찾아내는 분위기가 생겼다.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와 피드백으로는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HR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명확한 기준 제시: 평가 결과 오픈

무엇보다 평가 오픈 시 가장 고민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리더다. 평가를 받는 사람은 오히려 기대가 있을 수 있지만 평가하는 사람은 정확하게 해야 하기에 부담이 크다. 평가가 직원 개인의 승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고 있기에 정확해야 하고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이를 납득시킬 만한 논리로 피드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정확하게 평가하고 명확하게 피드백 할 수 있다고 준비될 때까지 교육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드백 연습(2020~)이다. 평가를 오픈하지 않더라도 HR 시스템을 통해 팀원들은 매년 초 업무 목표를 수립하고 연말이 되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 기록하게 된다. 팀 리더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멈춰야 할 것’,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을 주제로 ‘1 on 1’ 미팅을 통해 피드백 연습을 했다.

둘째, 팀 목표 수립 연습(2021~)이다. 혼자만 일 잘하는 리더가 가장 쓸모없기에 리더들에게 조직의 방향성, 내/외부환경, 재무지표 분석을 통해 팀의 존재가치를 알렸다. 또한, 팀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할 수 있도록 가이드했으며 HR에서는 팀의 목표를 검증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 역할을 했다. 조직의 방향성이 명확해진 후 성과 기반의 팀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우수인재 채용이 진행됐다.

셋째, HR 전략의 사전 공유(2022~)다. 연초 목표 수립 설명회를 통해 향후 Z세대가 우리 회사를 움직이는 주요 원동력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팀 운영 방식은 한계가 있기에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1년 뒤 팀원들의 모든 평가가 공개될 것이고 리더들은 더 이상 직관과 감으로 팀원들을 평가할 수 없음을 알렸다. 정확한 지표가 필요함을 공표한 것이다.

넷째, 평가 오픈 및 피드백(2022.12)이다. 연초 조직원들이 HR 시스템에 입력한 업무 목표 달성 여부와 활동 과정을 통해 리더들은 다섯 개의 평가 등급을 결정하고 이중 C, D 등급에 해당하는 구성원에게 리더의 입으로 평가결과를 직접 전달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했다. 피드백을 수행한 모든 리더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우려했던 바와 다르게 대부분의 팀원들은 데이터 기반 평가에 대해 수용도가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째, 고성과자 선별을 위한 개인 평가 지표 수립(2023.1)이다. 고성과자를 선별하고 스스로 고성과자라고 생각했던 조직원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HR에서는 리더와 팀원이 상호 협의를 하고 목표를 수립 후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임을 사전에 약속 할 수 있는 기본 룰을 제공했다. 그리고 조직의 고민과 특성에 맞춘 조직별 평가 지표를 제공했다.

[평가 가이드]
① 모든 팀은 상위 조직의 목표 및 방향성을 공유하는 미팅을 필수로 진행하고 팀원과 팀장의 논의를 통해 팀의 목표 및 핵심과제를 도출한다.
② 리더는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각의 팀원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그것이 팀의 목표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하게 설명한다.
③ 개인별 목표 수준이 팀원의 지식, 경험, 스킬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인지 함께 확인하고 도달 수준에 따라 어떤 평가 등급을 받을 것인지 사전 협의한다. 또한 설정한 목표를 기대 수준 이상으로 초과 달성한 경우에만 고성과 등급인 S등급을 부여할 것임을 약속한다.
④ 팀원은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조직과 리더의 도움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언제든 ‘1 on 1’ 미팅을 통해 지원을 요청하고 리더는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는지 답변해 준다. 지원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려운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⑤ 위 과정은 (개인이 임의로 수정이 불가능한) HR 시스템을 통해 기록한다.

끝으로 반기 평가결과 오픈 및 피드백(2023. 7)이다. 2023년 상반기 전체 평가 등급 오픈을 통해 위 과정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도를 확인할 예정이다.

명확한 보상 체계 수립

평가에 대한 결과를 오픈하면,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궁금하고 고성과자들은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보상과 연계되지 않은 평가 결과 오픈은 명확함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공개된 평가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졌음이 검증되는 시점에 보상제도를 바꾸고 조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우선 승진의 허들이 생긴다. 과거에는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변경되던 역할단계가 최소한의 충족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춰 연봉 체계의 변화도 고려하고 있다. 직급에 따라 상승하는 연봉 체계도 직급과 연차에 따라 차등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고성과자를 위한 차별화된 보상 변화의 방향성은 고성과 조직을 위한 보상제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하는 ‘RSU(Restricted Stock Unit)’나 신규 입사자에게 부여하는 ‘Recognition Bonus’를 재직자에게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확한 센싱과 지원: HR의 역할

성과 위주의 조직은 자칫하면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의식을 경직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HR에서는 평가를 오픈하고 가장 위기와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되는 구성원들을 파악해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가령 자신의 성과 달성에 집중해 팀원 간의 협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새로 입사한 신규입사자들이 회사에 적응하고 업무를 배우는 어려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 A부터 Z까지 선임에게 배워야 하는 신규입사자를 누군가 전담해 케어하고 가르치는데 드는 공수(工數)가 여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의 특성상 신규입사자가 많은 리더를 위해 개인 평가 지표에 팀 공통 목표 달성 여부를 포함시키거나 정량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팀워크, 솔선수범 등의 비정량 지표를 팀원과의 합의를 통해 개인 평가지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동일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더라도 소속에 따라 조직 지원에 차이가 생겼다. 이를 위해 HR은 공통의 속성을 가졌지만 성장의 기회가 없는 조직원을 학습조직으로 묶어 서로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고 업무에 적용해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작년 학습조직 활동 결과를 분석한 결과, 특히 인도 지역 담당자들이 모인 학습조직이 지역과 소비자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과 영업 노하우를 공유해 각자 업무에 반영,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발적인 학습조직 활동을 통해 업무성과와는 별도로 개인의 관심사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ESG를 고려한 새로운 제품과 사업을 제안한 조직도 있었다. 이런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의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자유로운 사내 지식교류 활동에 대한 충분한 인정과 보상 제공을 병행할 예정이다.

예전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칼럼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상사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아니 처음부터 찰떡같이 말하면 될 것을 굳이 개떡같이 말해 놓고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라는 문장은 당시의 꼰대들이 명심해야 할 정곡을 찔러주는 통쾌한 글이었고, 전국의 부장들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이제는 어른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평가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이며 보상은 이를 실행해 옮기게 할 전략이다. 그렇기에 HR은 현재 조직을 움직이는 주 원동력이 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며, 어떤 전략을 통해 조직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게 그들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글 _ 문고운 슈피겐코리아 인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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