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사망 29명·부상자 37명 대형 참사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사망 29명, 부상 37명 등 66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내에서 발생한 12월 화재사고 중 세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제천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의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사망자들은 2층과 3층 목욕탕에 갇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가운데 15명은 2층 여자 목욕탕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사고 현장의 주민 상당수는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일부 주민들은 비상구로 탈출하고 일부는 건물 옥상으로 대피했지만 목욕탕에 있던 주민들은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사고는 오후 3시 53분께 제천시 하소동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야간버스 탑승기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자주 대화의 화두로 오르는 주제다.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설렘 때문인 것 같다. 그날도 서로의 여행 경험을 나누며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한 친구가 30대 여행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학생 친구들이 맥도널드에서 한 끼를 때울 때 자신은 경비가 넉넉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친구는 20대의 여행은 생각만 해도 미소 짓게 하는 평생의 추억을 남겨준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20대 여행도, 30대 여행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여행 중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때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가던 길이 떠올랐다. 정말 괴로웠
개봉 12년이 지난 현재 재조명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박해일·강혜정이 주연하고,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연애의 목적’(2005년)이 그것이다. 고등학교 영어교사 이유림(박해일)과 미술 교생 최홍(강혜정) 사이에서 벌어진 사내 연애 이야기다. 유림은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남자친구가 있는 홍에게 ‘연애하자‘, '잠자리를 함께하고 싶다’며 접근한다. 홍은 수차례 거부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연애 관계를 맺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한샘과 현대카드에서 직장 내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연애의 목적’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틀딱충’‘노슬아치’라는 신조어들이 있다. 무슨 의미일까? 틀딱충은 틀니 부딪히는 소리가 딱딱거린다고 해서 생긴 노인 비하 표현이고, 노슬아치는 늙을 노(老)와 ‘벼슬아치’의 합성어로 ‘나이든 게 벼슬인 줄 안다’는 의미다. 두 단어 모두 노년층을 비하하는 말이다. 사실 꼰대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세대 갈등이 심화된 탓인지 여느 때보다 젊은 세대의 ‘꼰대’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 의미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흔히 기성세대를 지칭했던 꼰대는이제 나이에 상관없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변화를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확장됐다.직장인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다.“어느 회사에서나 진상은 있어. 어느 날 진상이 모두 사라졌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거야.
올 하반기부터 전국 모든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적용됐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 출신지, 사진 등 지원자의 스펙보다는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역량에 집중한 채용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차별 없는 채용’을 지향하며 블라인드 채용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각양각색 블라인드 채용창의적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롯데그룹은 고유의 블라인드 입사 전형인 ‘롯데 스펙태클(Spec-Tackle) 채용’을 진행한다. 롯데 스펙태클 채용은 ‘화려한 볼거리(Spectacle)’와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Spec-Tackle)’는 뜻의 중의적 의미를 가진 롯데 고유의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띠동갑 친구와 함께 네르하를 떠났다. 나의 다음 목적지는 투우와 플라멩고의 도시 세비야였다. 네르하에서 세비야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서 띠동갑 친구와 말라가까지 같이 갔다. 그녀는 말라가에 남아 네르하와는 다른 해변을 느낄 계획이라고 했다. 서로의 여행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며 인사를 나눴다.뒤돌아서면서 그녀와 다시 만날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 다. 한국에서 나는 딱히 내키지 않아도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보자.”라고 말하곤 했다. 진심으로 다시 보고 싶어서 말할 때도 있었지만 일부는 습관적이고 의무적이었다. 그 책임감에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억지로 나가 상대방에게 좋지 못한 기억을 선사한 적도 있었다. 왜 그랬을까? 어린 시절 떠돌이 생활을 했던 탓에 추억을
일찍이 이런 기업에 관해 들어봤는가? 어떤 기업일지 자못 궁금하다.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또 있다.맞춰보라.대체 어떤 기업이기에 이런 무지막지한(?) 성과와 위상을 구축했단 말인가?매뉴얼 대국의 치밀함!필자는 지난 8월 말 앞서 나열한 이 대단한 기업을 직접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지금 떠올려도 놀랍고 유쾌한 견학이었다. 일본 혼슈(本州)의 남서부 시마네(島根)현 소재의 ‘이즈모(出雲) 무라타(村田)제작소’가 그 주인공이다.미리 언급해두지만, 이번 칼럼에서 무라타제작소의 기술력이나 경영 노하우, 인사, 전략 등을 피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이 기업에 관해선 국내의 다양한 언론에서 여러 차례 조명한 바가 있어서다.무라타제작소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지 꼭 30년 만에 세계 스포츠인들이 다시 한번 한국으로 모이게 된다. 올림픽이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두 번에 연이은 낙방 끝에 유치를 성공했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스캔들 중심에 평창올림픽이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도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협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에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나라가 한국이다. 불굴의 의지로 평창올림픽을 향한 항해는 순항 중이다.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제 100여 일!정부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성공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선봉에 문화가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150일을 앞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올 상반기 인기 예능 ‘윤식당’에서 주방 보조를 맡았던 정유미가 광고하는 화장품을 TV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 제약회사 로토 제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하다라보’이다. ‘제약회사에서 화장품을?’이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지만, 이 제품의 탄생 비화에 숨겨진 조직문화 혁신의 노력을 알고 나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1999년 로토 제약에 취임한 야마다 구니오(山田邦雄) 회장은 창업한 지 100년이 된 회사를 개혁했다. 그 첫 단계로 직함을 붙여 부르는 관습을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로토 네임’이라고 하는 별명을 짓게 했다. 구니오 회장도 예외는 없었다. 일반 직원들은 그를 ‘구니오 씨’라고 불렀고 구니오 씨는 사무실을 나가면 직원들과 자유롭고 편안하게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택시를 타고 그라나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네르하’ 행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꼼꼼히 들여다봤다.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네르하는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이다. 낯선 곳에서 첫 시외버스 탑승이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플랫폼에 있는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온갖 짐들이 담겨 있는 가방을 품 안에 꼭 껴안았다. 한국에도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있을 테지만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쓰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그냥 다녀오곤 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누가 가져가겠어? 또 없어지면 CCTV 찾아보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 있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친구에게 들어보니 한국에 들어와서 나같은 사람, 그러니까 자기 물건을 방치한
"제주 생활을 접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야겠어.”그의 목소리에는 오랜 고민 끝에 좋은 결론을 얻어낸 것 같은 개운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것은 제주에 내려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도, 수고로움도 아닌 다른 감정들이었다.이야기를 들어보니 6개월 동안 그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주 정착의 발판으로 삼았던 장사가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여전히 조금은 남아있는 섬사람들 특유의 배타적인 문화가 그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준 듯했다. 무엇보다 한 집안의 가장인 그가 짊어져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짧은 제주 생활에 아쉬움이 남는 듯 보였지만 우선은 다시 육지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기회를 꿈꿔보기로 했다고 말했다.많은 사람들이 제주에서의 삶을 꿈꾼다. 최근 몇
스페인에서 느끼는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아침부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었다. 스페인 기타 연주자 겸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가 작곡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그라나다에 가면 꼭 들어야지’하고 한국에서부터 다운받아 고이고이 모셔온 음악이다. 열 번 이상 반복해서 들었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서글픈 기타 음색이 아련한 추억에 젖어 들게 했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고 즐겨 듣는 편도 아니지만 이 음악만은 지금 바로 여기서 꼭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음악의 모티브가 된 ‘알람브라 궁전’이 그라나다에 있기 때문이다.그라나다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오전에 걸어 다녔던 알바이신 지역을 가로질렀다. 우리나라 마을버스 규모의 작은 버스가 가파른 골목
위 얘기들이 지닌 공통점의 하나는 뭘까?문장에 ‘똥’이 들어갔다는 표현 말고. 모두 똥을 소재로 쓰인 유쾌하면서도 교훈을 주는 ‘동화책 이름’이다. 실제로 국내에 발행된 책 가운데 제목에 ‘똥’이 들어간 것만 천여 권에 이른다. 작금 똥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주제이자 삶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그래, 네 똥 굵다!“주책이야, 어른이!”어른 세계에서 ‘똥’을 입에 올리는 건 점잖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속으론 떠올릴지라도 겉으론 잘 드러내지는 않는다. 불가피하게 써야할 땐 ‘대변’ ‘큰 거’ ‘뒤’ 등의 말로 순화해 사용한다. 흔히 하는 말로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표현처럼 어른에게 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기피 대상이다.한편 아
“안녕히 가세요.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먼저 고백하자면 때로는 그 만남들이 공허하고 헛헛할 때도 있었다. 잠시 빡빡한 일상을 탈출해 떠나온 그들이 불과 몇 년 전의 내 모습이었으니 짧은 시간 제주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담아 가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혹 그들이 정말 몇 마디 인사만 나누고 흔적도 없이 나와 이 공간을 스쳐 지나갈 때면 여러 생각이 들었다.“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라지만 민박집 주인만큼 만남과 이별을 자주, 반복적으로 겪는 직업도 드물 것이다. 숙소를 운영한 지 이제 2년 남짓한 시간. 지금까지 다녀간 총 손님의 수를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0일을
무모한 여행자가‘망비석(望飛石)’이 된 사연무모하게 출발한 여행의 첫 여행지를 떠나 두 번째 도시인 그라나다로 향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출발했다. 혼행 적응기에 머문 탓에 바르셀로나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컸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르셀로나를 자꾸 되돌아봤다. 공항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비행기 티켓 발권을 위해 스페인 저가항공 부엘링 항공(Vueling Airlines) 데스크에서 대기했다. 눈에 띄는 아시아인들은 죄다 중국인이었다. 입한번 떼지 않고 순서만 기다렸다.몇십 분 기다렸을까? 드디어 직원과 마주했다. 여권을 직원에게 건네 주고 짐을 수화물 운반 벨트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직원이 의아한 눈초리로 짐을 옮기는
침실 두 개, 화장실 두 개, 부엌 그리고 마당을 가진 민박집을 청소하 는데 대략 세 시간에서 청소할 거리가 많으면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이제는 남편과 나의 청소 영역이 확실히 나누어져 있고 각자 청소 순서나 방법이 생겨 허둥지둥 대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청소시간에는 점심을 먹는 시간, 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그리고 풍경을 바라 보는 작은 순간들이 합쳐진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그런데 청소를 하다 속된 말로 멍을 때리게 되는 일이 자주 있다.하늘이 파랗게 맑아서 마치 하늘에서 푸른 강이 흐르는 듯한 날.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펌프로 훅훅 숨을 불어넣어 멋진 구름을 만든 날.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사사삭 사사삭 서로 부딪히며 춤을 추는 날.비가 내려 마음을 깨끗
자연을 담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이런 미친!!!!!!!!”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대표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반사적으로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구엘 공원에서 만난 친구가 ‘욕’부터 나왔다고 했을 때 ‘설마’ 라며 반신반의했다. ‘정말 멋진가 보다’ 하면서도 ‘멋지면 감탄을 할일이지 왜 욕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친구의 말이 맞았다. 이해가 됐다. 그 어떤 감탄사로도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적당한 단어가 찾아지지 않았다. 그저 “미쳤다”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성당 입구는 탄생의 피사드와 수난의 피사드 두 곳이다. 피사드 (Facade)는 주된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15kg이나 되는 백팩과 크로스백을 짊어지고 둘러맸다. 무게에 짓눌려 어깨는 벌써부터 아팠고, 균형 잡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여행 가기로 했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가지 말까?’살면서 한 번도 무모한 도전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이, 한국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2년 동안 결석 한 번하지 않았고, 명문대는 아니래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졸업 후에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처럼 직장을 잡았고 약 10년 동안 한 회사에 다녔다. 크게 모나지 않고 튀지 않는 삶을 살았다. 문만 열면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 80일간 여행을 결심했다. 주변 지